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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 누가 올라 있나

박연차 후원금 받은 전·현직 의원들 “박연차가 누구냐”
박 회장과의 접촉 부인하며 애써 의미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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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7호 심원섭⁄ 2008.12.16 15:51:56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12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63)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범처벌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 및 휴켐스 주식을 차명 거래하여 얻은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수십억 원을 포탈한 혐의(특가법상 조세범처벌법 위반)를 받고 있으며, 또한 휴켐스 인수를 위한 부정 청탁의 대가로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 20억 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받고 있다. 그리고 검찰은 박 회장이 소환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공개정보 이용 세종증권 주식 거래 ▲휴켐스 헐값 인수 ▲홍콩 법인 조세포탈 등 3대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박 회장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정보를 미리 알고 200억 원 이상의 불법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그 동안 확보한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할 당시 농림부의 의사결정 라인에 있던 정모 전 국장, 박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밝혀진 S증권 김해지점장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이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입찰가격보다 320여억 원이나 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에 대한 공범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박연차 리스트’ 실체는 있나 하지만 이러한 박 회장의 각종 혐의와는 달리, 실체가 있다면 정치권에 대대적인 태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박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뿌린 ‘박연차 로비 리스트’가 존재하느냐에 여의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박 회장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검찰이 정치권 로비 의혹도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국세청판·여의도판 ‘박연차 리스트’가 따로 있다는 소문은 정치권을 긴장 속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는 ‘박연차 리스트’의 실체는, 박 회장 측이 유력 인사들의 이름과 함께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내용을 적은 자료라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자료는 국회의원 200여 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으며, 중앙 언론사와 지방 언론사 기자들의 이름도 빼곡히 적혀 있는 박 회장 측의 ‘수첩’으로 알려져 있다. 현금인출 내용이 적힌 자료는 국세청이 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박 회장 측이 2006∼2007년에 4800만 원, 4900만 원 등의 단위로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현금을 인출한 흔적을 포착하고 이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 현금 거래 보고’ 대상 금액기준인 5000만 원을 교묘하게 넘지 않는 뭉칫돈이 인출된 것을 확인한 국세청은 인출 날짜를 전후해 박 회장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 10여 명의 이름을 인출명세 옆에 참고자료 형식으로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현금인출 시기와 태광실업의 법인카드 사용 명세 및 박 회장이 접촉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 박 회장 비서의 수첩에 적힌 박 회장의 일정 등을 개략적으로 비교해 정리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2006년 9, 10월 시점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고위 인사의 이름이 들어 있으며, 고위 공직자와 옛 여권 정치인이 비슷한 비율로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 회장 측 수첩의 일부에서는 특정 정당의 이름 옆에 ‘○억’이라고 자세한 액수까지 적은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지만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야권은 물론 여권 인사들의 이름도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적지 않다. 왜냐하면, 정재계에 발이 넓기로 소문난 박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의 인맥 쌓기나 후견인 역할에 주력해왔다면, 한나라당의 안방인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기업가라는 점에서 이 지역 출신 의원들과 두루 쌓아 온 교분을 토대로, 정권이 바뀐 올해부터는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접촉하지 않았겠느냐는 소문도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부산 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박 회장은 부산에서 통도 크고 보폭이 넓은 기인(奇人)으로 알려져 있어, 부산을 기반으로 오랜 정치생활을 한 사람들은 한두번 접촉 안 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촉각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부산·경남 지역에서 박 회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아 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박 회장을 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 지역의 또 다른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을 수는 있겠지만,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온 만큼 한나라당 의원들이 쉽게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을 안다”고 밝힌 민주 의원 단 3명 민주당 의원들은 ‘박연차 리스트’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지만,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데다 검찰에서 야당 의원 연루설이 흘러나온 만큼 내심 신경이 쓰이는 눈치가 역력하다. 특히, 박 회장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의 이광재·조경태·박병석·김재윤·김종률·변재일 의원 등과 김명자·이화영·조성래·김형주·이근식·유필우 전 의원 등 16명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박 회장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부인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박 회장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으며, 간접적으로 박 회장을 안다고 밝힌 의원은 단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재 의원은 “처음 만난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알고 지낸 지는 3~4년 정도”라며 “하지만 (박 회장과) 직접적인 학연이나 지연은 없으며, 최근에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명자 전 의원도 “2004년 10월 국회의장 동남아 4개국 공식순방 때 베트남 교민 행사에서 처음 만나 인사만 주고받았다”고 설명했으며, 이화영 전 의원은 “동료의원 비서의 아버지가 박 회장이어서 자연스럽게 몇 번 만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회장으로부터 직접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우남 의원은 “(박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다. 만나본 적도 없고, 연락한 적도 없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당시 열린우리당 K 의원이 수고했다고 후원금을 넣어줬는데,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그 돈이 박 회장의 것임을 알았다”고 선을 그었다. 후원금을 받았다고 시인한 의원도 8명에 그쳤으며, 나머지 의원들은 박 회장과 연관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는 반응까지 보이며 답변을 거부했다. 조경태 의원도 태광실업 임직원 명의로 받은 후원금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역구가 부산이라 후원금이 들어온 것 같다”며 “왜 나에게 후원금을 보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으나,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측은 “박 회장과 안희정 의원이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것 자체가 싫다. 해줄 말이 없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취재를 거부했다. 한편, 의원 4명은 박 회장 측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당시 열린우리당 고위간부였던 K 전 의원이 박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끌어와 민주당 신진 정치인들에게 지원하는 등 박 회장과의 가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앞서 박 회장 측근도 “박 회장과 친분 있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박 회장에게 연락해 ‘젊은 의원들을 도와주라’고 했고, 후원해야 할 의원 명단을 받은 뒤 박 회장 돈으로 후원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검찰 “리스트 입수한 바 없다” 그러나,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하여 12월 8일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의 브리핑을 통해 “어떠한 리스트도 입수한 바 없고, 로비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박 회장의 불법 로비 자금 및 정치인 연루설에 대해 수사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 기획관은 검찰이 수사 중인 박 회장 관련 수사 대상 의혹은 ‘세종증권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휴켐스 헐값 인수 및 주식매매’ ‘홍콩 법인 조세포탈’ 등 3가지라고 주요 혐의를 하나씩 열거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최 기획관은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국세청 본(本)도 있고 여의도 본(本)도 있다고 하는데, 우린 국세청으로부터 어떤 리스트도 전달받은 바 없고, 여의도 본도 구하려면 구할 수 있겠지만 전혀 입수한 바 없다”며 “검찰 수사는 세무조사와 달리 특정 혐의점의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범죄가 성립하면 사법처리하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로비 사건이 아닌 탈세 고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잇달아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최 기획관은 “이번 사건은 중수부가 수사해 오던 통상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지, 검사와 수사관에게 보안각서를 받을 만큼 특별한 사건은 아니다. 검찰이 언론 플레이 등 수사 외적인 활동은 머릿속에 담아본 적도 없다”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이처럼 검찰이 이례적으로 언론보도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데는, 정확하지 않은 설이나 의혹 보도에 대해 임채진검찰총장이 “적극 대응해서 수사를 크리스마스 이전에 끝낼 계획이다”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이 이같이 선을 긋는 이유는, 박 회장과 가까이 지내 온 옛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 국회에서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여권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설과, 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들리는 등,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임 총장의 주장대로 수사가 크리스마스 전에 종결될 수는 있을까? 한마디로 얘기해서, 법조계에서는 “박연차라는 ‘대어’를 낚아 놓고 그냥 지나갈 리 없다”며 그렇게 보지 않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박 회장에 대한 수사는 물밑에서 계속 진행되면서 검찰은 필요에 따라 그 카드를 꺼내 들 것이기 때문에, 내년 1∼2월경에 박 회장 수사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이 연출될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1990년 2월 7일자 각 언론 사회면 박연차 씨 기사 ‘연예인 환각매춘’…박연차 회장 과거사 다시 '회자' 12일 검찰에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과거에 마약 투약 및 유명 연예인 매춘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뒤늦게 거론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0년 2월 일간지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재벌들과 어울려 호텔을 전전하며 필로폰을 투약하다 적발된 ‘재벌-연예인 환각매춘’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가 영화배우 전모 씨와 미스코리아 최모 씨, 영동백화점 대표 김모 씨, 화가 마모 씨, 이들을 소개한 ‘마담뚜’ 이모 씨 등 9명을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검찰조사 결과 박 회장은 고급 옷가게를 운영하며, 연예인들과 기업인 매춘을 주선한 ‘마담뚜’ 이 씨의 소개로 연예인들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 회장이 하룻밤 향략의 준 대가로 연예인들에게 건넨 돈은 500만∼1000만 원이나 됐다. 박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의 호텔 등지에서도 이 같은 행각을 벌였다. 마약 투약의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필로폰을 주사기로 투약하지 않고 빨대를 통해 코로 흡입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잠적했던 박 회장은 환각매춘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보름 만에 결국 부산의 한 콘도에서 검거됐다. 박 회장은 검거 당시에도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후 검찰은 박 회장의 여죄를 수사하면서 재미교포 출신의 마약 공급조직이 연루된 사실도 적발했다. 이 사건으로 박 회장과 국내 조직폭력배와의 연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검찰로부터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받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같은 해 1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재판부는 사회 지도층 기업인 마약사범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박 회장은 1992년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아 태광실업의 증여세·양도세·법인세·부가가치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수출대금을 유용,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거액의 도박을 한 사실이 확인돼 39억 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기사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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