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호 김현석⁄ 2008.12.23 15:18:01
“농촌공사의 경우 최근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체 인원의 15%를 감원키로 했는데, 남아 있는 직원들이 노사 합의하에 올해 급여인상분 2.5%를 기금으로 만들어 퇴직자들에게 보태 주기로 했다. 이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 될 것….”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월 2일 한국농촌공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신이 내린 직장인 공기업 개혁에 막이 올랐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의 후속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이에 따라 한국농촌공사를 필두로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향후 전 직원의 10%인 2000여 명 가량을 감축키로 하는 등 공기업에 고강도 구조조정이 몰아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처럼 공공기관들이 경영효율화를 위해 조직의 슬림화, 조직단계의 단순화, 인력의 재배치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다소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경우 통합을 예고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걸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도 통합 방침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최종결정은 연말로 미뤄 놓은 상태이다. 이는 금융 불안과 중소기업의 지금난으로 기보와 신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해당 지역사회와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MB, 공기업 개혁 못하면 나라 망해 특히,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있는 공기업 노조의 반발이 강해지자, 구조조정의 일부분에 대해 꼬리를 내렸다. 청와대는 공기업 개혁과 관련, “단순히 인력을 감축하는 게 아니다. 사람을 자르는 게 목적이 아니란 말”이라고 밝혔다. 12월 9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공기업 개혁의 방점은 효율성에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공기업은 일자리를 줄이고 사기업은 일자리를 유지하라는 메시지가 혼란스럽다’고 보도했던데, 그건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쉽게 말하면 세 명이 할 수 있는 일을 다섯 명이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기업에 투입되는 엄청난 물량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며 “당연히 민간 기업과 공기업에 대한 대책이 다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기업의 인원감축과 관련, “기본적으로 ‘10%다’‘15%다’ 하는 목표는 일종의 잠정적 목표치일 뿐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15%가 될 수도 있고 8%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한국농촌공사는 11월 27일 경제위기 극복과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노사가 조직·인력·사업·경영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경영 개혁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근무 태도가 안일하고 무능력한 직원들을 ‘조직발전 저해자’로 규정하여 퇴출시키고, 현재 5912명인 업무지원직을 5068명으로 15%가량 감축한다. 우선, 올해까지 명예·희망퇴직자 등의 감축을 통해 정원의 10%를 줄이고, 상시퇴출제도를 통해 내년 이후 5%를 추가로 감원한다. 또한, 전 직원의 임금인상분 40여억 원과 2급 이상 간부직의 급여 10%를 포함, 51억원도 자진 반납한다. 본부 17부서, 지역본부 66개팀, 93개 지사였던 조직구조 역시 현장 사업수행능력 제고 차원에서 17부서, 36개팀, 70개 지사로 개편된다. 한전의 경우, 지난 5일 부사장과 본부장 등 상임이사 4명의 사표를 수리하는 한편, 10% 안팎의 인원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한전은 독립사업부제를 확대하고 외부용역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적으로 마케팅본부와 송전 부문이 독립사업부제로 전환된다. 마케팅본부는 전력의 소매 부문인 배전과 판매를 담당하며, 송전 부문은 전력판매의 도매 부문을 맡게 된다. 또한, 2만1700명인 인력 가운데 10분의 1인 2000여 명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줄일 계획이다. ■ 공기업, 농촌공사 따라잡기 혈안 한국가스공사는 6본부를 4본부 체제로 줄이는 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화를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유전개발 쪽으로 주력 사업의방향을 틀었으며, 석유개발본부를 신규탐사본부와 개발생산본부로 분리해 2본부 체제로 확대한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은 처·실 통폐합을 통한 지원 인력 감축과 토목 및 건설 인력의 전환 배치를 추진 중이다. 적자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 온 철도공사는 여객과 화물 등의 사업을 회계 기준으로 분리해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부위탁과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을 추진한다. 도로공사도 마찬가지로 민간위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인력과 조직 운영을 효율화한다는 방침 아래, 예산 10% 삭감과 더불어 내년까지 임금이 동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과 가스공사·코레일·한국지역난방공사·도로공사 등이 1차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견된 공공기관의 경우 신규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한전과 토지공사 등 30개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946명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신규사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기관은 기존 인력감축 기간을 2~3년에서 1, 2년 정도 늘려주고, 신입 채용에 소극적인 기관은 10%의 인력감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기관에서 신규채용을 하기란 어렵다. 신규사원을 적극 채용하면 인력감축 기간을 늘려준다고 해도, 어차피 감원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신규채용보다 기존 인력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나머지 100여 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조정을 통해 간접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방침이어서 이들 또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채용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투자기관 중 몇몇 기업만 제외하고 국민의 혈세를 수혈해 가는 공기업들의 비리는 천태만상이다. 한 직원이 몇십억 원씩 빼돌려 주식·유흥·성매매에 흥청망청 사용하는가 하면, 국내에서 성매매를 못하니까 해외로 원정까지 가서 몇천만 원씩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가운데, 공기업들은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개혁에 나서자 촛불집회에 동참, 공기업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서기도 했다. ■ 공기업은 비리 백화점 이들 공기업들은 자기들만의 리그전을 벌이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참여정부 5년 간 탈세를 1조1000억 원이나 하는 탈세의 온상으로 드러났다. 공기업의 규모는 꾸준히 커 왔으나 운영 효율성은 지속적으로 저하돼, 공기업 탈세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함께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탈세에 이어 퇴직금도 과다 지급해 국민의 혈세를 453억 원이나 갈취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첫 급여를 반납하여 어려운 가정을 돕고 있는 가운데, 한때 민주투사였던 이우재 한국마사회 회장이 근무수당을 속여 직원들에게 수백억 원을 지급, 이명박 정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사회는 직원들의 초과근무 여부에 관계 없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편성해 이를 기본급에 편입하는 방법으로 2002년부터 2008년 2월까지 총 234억 원의 인건비를 부당 지급했다. 마사회는 직원들의 실제 초과근무 시간에 따라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함에도, 2001년부터 월별 20시간분(직급별 35만8000원~18만3000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기본급으로 일괄 전환해, 초과근무 여부에 관계없이 부당 지급했다. ■ 검찰도 두손 든 공기업 비리 마사회는 2004년 11월부터는 해당 기본급 포함분과 별개로 시간외 근무수당 항목을 예산에 재편성해 또다시 근무실적과 상관없이 정액(직급별 14만8000원~9만 원) 지급하다가, 2006년 12월에 이를 기본급에 편입해 인건비를 편법 인상했다. 한편, 온라인 경마로 연간 5조 원을 벌어들인 마사회의 수익이 도박으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국유지 임대·매각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고, 해외 성매매 여행까지 제공받는 등의 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도로공사 인천지사 전 부지사장인 배모 씨는 2006년 4∼6월 중 부천아이씨단지 전 대표인 안모 씨로부터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부천시 오정구 소재 국유지 5078㎡의 임대·매각 청탁을 받고 3500만 원을 수수한 비리가 적발됐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국유지 매각은 도로공사에 위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매각업무 관련 절차 규정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공사 발주 등을 조건으로 해외 성매매 여행까지 제공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전 경남지부 고객팀 과장인 4급 직원 구모 씨는 2005년 12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무면허 공사업자에게 1억 원 상당의 철거 및 폐기물 공사 6건을 임의로 발주해준 뒤 현금 300만 원을 받고 일행 3명이 총 1080만 원 상당의 돈이 드는 태국 호화여행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 씨는 평소 업자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술이나 골프 접대를 수시로 받아오면서 이 같이 공사를 발주해줬으며, 제공받은 태국 호화여행은 1인당 300여만 원 상당의 속칭 ‘황제여행’으로 성매매도 포함돼 있었다. 이와 함께, 전 도로공사 홍보실장 및 전 경남지부 관리처장이었던 1급 직원 이모 씨도 2004년 12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건설업자에게 도로공사 11건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해주는 대가로 6회에 걸쳐 1000만 원을 수수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도로 포장재 아스콘 납품업자로부터 각종 업무편의를 제공해주고 3000만 원을 수수해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