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륙에 제임스타운이라는 정착촌이 건설된 지 12년 후인 1619년에 버지니아에서 최초의 흑인이 끌려왔다. 처음에는 그들의 많은 수가 일정 기간 노역을 제공하고 나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계약 고용인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1660년대에 이르러서는 남부 식민지의 대농장을 위한 노동인력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노예제도가 굳혀지기 시작하여 아프리카로부터 종신노역을 시키기 위해 쇠고랑에 채워진 흑인들이 아메리카로 끌려왔다. 특히, 지난 1767년 아프리카의 감비아에서 노예로 팔려 미국으로 건너온 후 그곳 신대륙에서 온갖 박해를 견디며 살아온 모습을 그린 ‘쿤타킨테’… 이들이 미국 흑인사회의 역사이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된 지 145년 만에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다는 유명한 연설에서 인종차별 철폐를 촉구한 지 45주년째다. 미국의 44대 대통령 오바마의 탄생으로 미 대륙이 보수에서 진보로 대전환되면서 8년 만에 전 세계도 대변혁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레이거노믹스에서 시작해 세계를 30년 동안 지배해 온 시장중심적인 아이디어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좀 더 진보주의적인 세계질서가 도래한다. 특히, 부지런히 일하는 청교도 윤리가 다시 부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사라지면서 화약고인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도 재편될 것이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연합(ASEAN)과의 유대를 새롭게 확대할 계획이다. 오바마 선거진영의 프랭크 재누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0월 30일 오바마의 행정부는 조지 W.부시 대통령 정부가 멀리한 ‘우호 및 협력조약’(Treaty of Amity and Cooperation : TAC)에 가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등 16개 ASEAN 가입 국가들이 참여한 정상회담에 참여하지 않았던 부시 행정부는 ASEAN 정상회담에 초대되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가입이 되지 않았었다. 재누지 보좌관은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정책을 표방할지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대통령으로서 그는 나의 개인적인 조언도 참조해 수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그 같은 정책이 실현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 동안 아세안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홀대정책에 대해 미국의 인사들도 잘못된 정책이라는 지적을 종종 해 왔었다. 즉, 동남아시아 기구에 참석했던 로버트 겔바트 미국 측 대표는 부시 행정부가 아세안 국가들의 지역적인 기구체 형성 노력을 무시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오바마, ASEAN과 유대 확대 그는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로 열린 거대한 토양을 그대로 무시했다”고 지적하고 “그것은 진전돼야 한다”고 말해 아세안 국가에 대한 시각이 더 필요함을 강조했다. 심지어 존 매케인의 아시아 정책 보좌관인 마이클 그린 역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경우 아세안에 참여, 정상회담에도 참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오바마 집권시 한반도 정책에는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한반도의 안보와 한국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병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와 관련, 적성국 독재자들과도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보다 과감한 정책과 접근방법을 구사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행정부는 지구촌 갈등을 최대한 피해 가면서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럴 경우 북한과 미국 간 핵폐기와 관계 정상화 협상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속도를 내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내년부터는 한반도 안보에서 해빙기를 다시 맞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10년 만에 보수정권을 탄생시킨 이명박 정부는 부시 정권과 맞췄던 대미정책에도 대변혁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도 안 돼 오바마 정부의 대미 진보정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어, 오바마 인맥으로 대미 사령탑을 교체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상원까지 민주당이 장악함에 따라 대미관계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올 연말에 있을 개각에서 보수성향의 각료들을 기용하고 일부는 오바마 정부와 통할 수 있는 대미국팀으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승수 전 고려대 총장이 다시 외교수장에 자의 반 타의 반 오르고 있다. ■ 오바마,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 경제에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도전과제를 안겨주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불경기에 빠진 민주당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위험이 높아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시 미국 수출의 길은 더욱 험난해지고 미국 물건을 더 사라는 통상압력은 더욱 강해지는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지구촌 동반 불경기여서 비록 한국만을 향한 차별대우는 아닐 테지만, 이제는 달라질 미국에 대해 새로운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포괄적인 생존전략을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북관계 재구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 순방하는 지역으로 한국을 택했다. 그만큼 한반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에 김정일 위원장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혀, 분단 후 세기적인 정상회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美 전문가들 “오바마, 미국 통상정책 큰 흐름 바꿀 것”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기존의 미국의 통상정책에 큰 흐름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미국 내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이들은 또 현재 미국 의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한국·콜롬비아·파나마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중 미-파나마 FTA만이 간신히 의회의 비준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유무역협정에 비판적인 이익단체 ‘공공시민의 글로벌무역감시(PCGTW)’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는 미국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선출된 진정한 “친노동자·친소비자·친환경적 통상정책을 대변하는 후보”라며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과거와 확연히 다른 통상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친통상개방 성향의 카토 연구소 소속 통상정책센터의 댄 그리스월드 소장은 오바마의 당선이 “세계 경제에서 확보된 미국의 오랜 지도력을 퇴보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통상에서 민주당 주류와 근접한 입장인 오바마는 원칙적으로 시장개방에는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미국의 제조 일자리를 부양하고 상대 시장으로 하여금 미국의 노동·환경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앞서 미국섬유연합회와의 연설에서 “중국과의 통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올 대선 경선에서 오바마는 1994년 캐나다·멕시코 등과 함께 체결한 북미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소위 ‘공정무역’을 표방하는 오바마와 민주당의 이 같은 무역정책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미국 의회선거의 민주당 득세와 함께 자유무역협정의 의회 비준을 더욱 난항으로 몰아 넣을 전망이다. PCGTW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선거로 양산된 ‘공정무역론자’들이 상원 5명, 하원 27명으로 32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무역을 공약으로 기존의 공화당 의원을 몰아내고 하원에 당선된 래리 키셀 노스캐롤리나 주 민주당 하원의원은 PCGTW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무역은 우리 지역을 초토화시켜왔다”며 “우리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돌아올 때까지 자유무역 모라토리엄을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또한 한국과 콜롬비아·파나마 등과의 자유무역협정의 좌절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 중에서도 콜롬비아와의 무역협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이것이 미 수출시장의 확대뿐 아니라 콜롬비아 정부의 친미·친민주주의적 행보에 대한 보상이자 독려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의회는 콜롬비아 정부가 노조의 폭력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승인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이 하고 있다. 아울러, 오바마와 민주당 측은 한미 FTA에 대해서도 거듭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의회 비준이 전망되는 것은 미 국민의 이해가 크게 상충하지 않는 미-파나마 FTA밖에 없다고 카토 연구소는 예상했다. ■ 오바마 경기부양안 규모 8500억 달러 버락 오바마 미 차기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2월 17일, 집권 후부터 경제회복을 위해 총규모 8500억 달러를 투입하여 각종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오바마 당선자 주변 인사들은 이날, 그가 아직까지 경제회복 노력을 위해 설계하고 있는 정책에 투입될 전체 자금의 규모는 정확히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8500억 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정권 인수위원회 인사들은 이날 이 같은 규모의 오바마 정부 경기부양 계획을 의회에 브리핑하기 시작했다고 위원회 인사들이 전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자금투입 계획에는 그러나 중산층과 저소득층 납세자들을 겨냥한 일정 형태의 세금 감면 형태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경기침체의 시기라 하더라도 1조 달러 규모는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줄인다 하더라도 여전히 의회가 처리하기에 큰 규모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특히, 오바마 정부에서 경제 운영을 맡을 인사들은 예산 지출에서 자제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경제학자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나온 1조 달러 선은 크게 낮춰질 것이라고 알려졌다. 오바마의 경기부양 정책에는 당초 알려진대로 도로와 교량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 및 확충 공사가 포함되며, 향후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실직자들에 대한 지원 확대 등 복지 쪽의 지원도 들어 있다. 또한, 영세민들을 위한 식품전표 형태의 지원과 의료보험을 통한 지원, 실업보험을 위한 재원 충당, 그리고 직업교육 확충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현재 오바마 차기 정부 경제팀에 합류한 로렌스 서머스와 크리스티나 로머 등 경제 전문가들은 모두 2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경제 운용 방안과 함께 경기부양을 위해 미 전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모두 접촉하면서 의견을 종합하고 있다. 접촉자들 가운데에는 로렌스 린지 전 백악관 경제보좌관을 비롯해 존 매케인 후보의 경제고문이었던 하버드대 경제학과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 등도 포함돼 당적을 초월하고 있다. 이들과의 논의에서 펠드스타인 교수는 오바마 차기 정부 첫 해에 모두 40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고, 이듬해에 같은 규모를 투입할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접촉자인 무디스의 경제 전문가이자 역시 전 매케인 경제고문이었던 마크 잘디는 약 6000억 달러 규모를 건의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만일 이 같은 경기침체 시기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실업률은 계속 증가해 오는 2011년에는 9%대에 올라설 것으로 우려했다. 오바마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지도자는 “오바마 당선자는 취임 이후 약 10일에서 20일 사이에 의회에서 경기부양안을 건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새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