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쏟아지고 투자자 보호 강화… 재테크 포트폴리오 구축해야

증권과 자산운용, 선물증권ㆍ선물 등 자본시장을 하나로 묶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2월 4일 본격 시행됐다. 정부와 금융업계가 3년여 동안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로 도입하여 시행되는 자통법.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자통법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또 어떻게 변화되는지 헷갈리기만 하다. 향후 자통법 투자 포트폴리오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맥을 못 잡고 있는 경우가 주류라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분명한 것은 금융시장은 변화하고 있고 또 자통법 시행을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금융 소비자들도 새로운 변화에 맞춰 새로운 재테크 포트폴리오 구축이 요구된다.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변화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2월 4일부터 금융 빅뱅이 예고되는 자통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헷갈려하는 고객들이 대부분. 금융감독원은 이를 위해 지난 1월 28일 인터넷 홈페이지(www.fss.or.kr)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전용 메뉴’를 설치했다. 또, 자통법 전용 코너를 통해 관련 법령·감독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한편, 실무자가 직접 답해주는 질의 응답 코너까지 마련,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자통법이란 쉽게 말해 증권회사·선물회사·자산운용사·신탁회사 등으로 나뉘어 있는 금융투자 업계의 영역 간 장벽을 허무는 법이다. 현재 금융투자사들은 업종에 따라 증권거래법·선물거래법·자산운용업법·신탁업법·종금법·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증권선물거래소법 등 각각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따라서 타 업종의 업무영역을 넘볼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세분화돼 있는 7개 증권 관련법이 자통법으로 단일화되면서 금융투자사들의 업무영역 확대, 즉 ‘겸영’이 가능해진다. 또, 지급보증·신용공여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인수합병(M&A) 등에도 나설 수 있게 되고, 소액지급결제 업무 시행을 통해 고객들에게 은행과의 연계 없이 공과금 납부, 수시 입출금, 이체 등의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즉, 금융투자사들이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나 다양한 금융업무를 취급하는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자통법 시행으로 금융투자사들이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진다. 그동안은 관련법에 열거된 상품만 개발·판매할 수 있었지만, 자통법 아래에서는 법이 금지하는 상품만 빼고는 어떤 상품이든 개발해 투자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에너지나 재해·날씨·거시경제지표·신용을 기반으로 한 신종 파생상품 등장이 예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투자자 보호 규제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통법이 시행되면 금융상품 포괄주의에 힘입어 자금조달 수단과 투자 대상 상품이 다양화되고 그 결과 자본시장의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 상품이 봇물을 이루는 만큼 투자자 보호제도도 지금보다 강화된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투자자에게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투자자의 투자목적·재산상태·경험 등을 서면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권유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투자 업계뿐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과 보험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밖에, 법이 바뀌는 만큼 증권 유관기관들도 통폐합되고 이름이 변경된다. 우선,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증권과 선물 이외에 다른 금융상품도 다루게 되는 만큼 한국거래소로 이름을 바꾼다.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선물업계를 대변하던 증권업협회·자산운용협회·선물협회는 한국금융투자협회로 통합된다. 증권사 60사, 자산운용사 61사, 선물회사 12사 등 130개 회원사로 구성된 대형 협회가 출범하는 것이다. 또, 증권예탁결제원은 한국예탁결제원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걸게 된다. 증시 용어도 정비된다. 예를 들어, 선물과 옵션의 경우 ‘파생상품’이라는 용어로 통칭되고, 선물업자는 투자중개업자와 투자매매업자로 구분된다. ■ 증권업계 신상품 개발 총력전 자통법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단연 증권업계다. 은행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금융상품을 창구에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최근 필살의 신상품 개발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포괄주의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한 자통법의 시행으로 거의 무제한으로 상품 개발과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자,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킬러 상품’을 만들기 위해 벌써부터 불꽃 튀는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자통법 시행 첫날인 4일 새로운 자본시장 환경에 맞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랩어카운트 상품 ‘더 랩 610 전환형’을 출시해 포문을 열었다. 총 5등급의 투자등급 가운데 2등급(고위험) 이상의 투자자에게만 판매하는 이 상품은 목표수익률인 10%를 달성하면 안전한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전환한다. 또, 수익률이 -10%에 이르면 손절매한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고객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수익률이 -10%를 기록해 손절매하면 고객들의 손해를 감안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다. 원금이 반토막 났는데도 수수료를 꼬박꼬박 받았다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전례를 감안한 조치다. 다른 증권사들은 자통법 취지를 살린 신상품을 아직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탄소배출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물·대체에너지·탄소배출권·날씨 등을 기초자산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파생결합증권(DLS)’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DLS 상품이 있었지만, 기초자산의 종류가 훨씬 다양해지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또 주식·채권 등 전통적 자산 이외에 국내외 도로·교량·수도시설 등에 투자하는 대안투자(AI) 펀드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기후나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와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안전자산으로 전환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다양한 기초자산을 이용해 전문 투자자나 사모 투자자를 상대로 파생상품을 기획하고 있으며,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도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나 파생 인덱스 펀드 등의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자통법 시대에 전개될 무한경쟁의 무대에 올릴 다양한 킬러 상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증권업계의 신상품 경쟁이 갈수록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 클릭] 자통법 시행 첫날 창구의 모습 그렇다면, 자통법이 시행된 첫날 증권업계의 창구는 어떤 모습인지 서울 명동의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창구 대기표를 뽑고 순서가 되자 창구 직원에게 펀드에 가입하러 왔다고 말했다. 직원은 “일반 창구에서는 펀드 가입을 할 수 없다”며 별도의 창구로 안내했다. 전에는 창구 직원 누구나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유(?)를 했지만, 이젠 따로 떨어진 공간에서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직원만 펀드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펀드 전용 상담창구’라는 표시를 따로 해두지 않았고, ‘간접투자상품(새 명칭은 집합투자상품)’이라는 이전 표기법을 그대로 두기도 했다. 지점을 찾은 대부분의 고객들도 상담과 절차를 밟는데 크게 불편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새로 계좌를 개설해 펀드에 가입하기까지 작성해야 할 서류만 5개에 달한다. 투자성향을 조사하는 설문조사가 끝나면, 이를 토대로 나온 확인서에 서명하는 것은 물론, ‘확인한다’는 내용이 적힌 글자 위에 다시 친필로 덮어 써야 한다. 같은 투자자라도 금융투자 상품에 가입할 때마다 똑같은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시간은 주로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상품에 대하여 설명하는 데 소요된다. B 증권사 여의도 지점의 상담직원은 “고객들이 다 아는 내용이라도 의무적으로 설명을 반복하게 돼 있어 부담스러워한다”고 토로했다. C 은행의 한 고객도 “다 알고 있는 정보를 한 시간씩이나 알려줄 필여있느냐”며 “기다리기가 지루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투자자 성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투자성향 등급이 생각보다 낮게 나와 당황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과거 펀드와 주식 파생상품의 투자 경력이 있는 기자도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수 없는 중위험 등급(3등급)이 나왔다. 현재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한 고객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저위험 등급(2등급)으로 분류됐다. 중위험 등급의 투자자에게는 채권혼합형 펀드와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 등이 권유되며, 저위험 등급은 채권형펀드만 권유할 수 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증권사 직원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등급이 낮게 나와 주식형 펀드를 권유받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각서를 쓰고 가입을 하든지, 설문조사를 다시 해 등급을 높이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주식 상담을 받으려는 투자자도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를 거쳐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종목 상담을 원하는 전화를 받은 한 증권사의 직원은 “상담을 받으려면 지점에 직접 와서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다. 오는 5월께 증권사의 소액결제가 허용되면 CMA가 은행 예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동양종금증권 강남대로 지점의 관계자는 “지점을 찾은 고객 대부분은 CMA 계좌를 개설하러 온 분들”이라며 “CMA 가입은 따로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