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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자본주의 꽃…코리아 세계 10위 정체 중

국가브랜드위원회, ‘다이내믹 코리아’의 후속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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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7호 박성훈⁄ 2009.03.04 10:56:50

“동대문시장에 가면 질 좋은 넥타이를 50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넥타이에 이태리·프랑스 등지의 명품 브랜드 이름이 박힌 라벨을 달면 만 원도 안 되던 넥타이 가격이 일약 10만 원으로 확 뛰게 됩니다. 같은 소재에 같은 품질의 넥타이지만 어떤 브랜드인가에 따라서 가격이 현저하게 달리 평가되는 것입니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2월 25일 고려대 고경 아카데미 초청 강연에서 한 말이다. 브랜드의 가치가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을 강조한 표현으로, 국가의 브랜드도 이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1월 22일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한 국가 브랜드위원회(위원장 어윤대)가 할 일은 저평가되고 있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다. 위원회는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중장기 목표와 비전·전략 등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연차별 실행계획을 심의·조정하는 등 국가 브랜드의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한다. 또, 브랜드 정책 사업을 조정하고 성과를 분석 평가하는 등 국가브랜드 정책 및 사업의 효율적 집행을 지원한다. 민간기업·학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회의’ 운영과 해외 현지의 국내 공공기관·민간기업·해외지사·교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해외홍보 전략회의’도 운영해 민간 협력 및 국민 참여를 확대한다. ■‘이미지위원회’에서 ‘브랜드위원회’로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국가 이미지 제고 활동의 최고협의체로 국가이미지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정부와의 조정기능이 미비하고 민간과 협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 이를 폐지하고 국가 브랜드 활동을 실질적으로 총괄할 국가브랜드위원회로 다시 설립한 것이다. 어 위원장은 “이미지위원회가 정부 인사들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민간 중심”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위원회의 구성원은 정치학자도 있고 마케팅 전문가도 있으며, 기업에서 브랜드를 총괄했던 사람들도 들어와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경축사에서 앞으로 대통령이 5년 동안 국정을 운영하면서 주안점을 둘 가치로 녹색성장과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강조했고, 이에 따라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정부 측 참여인사들부터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요시했다는 의견이다. 구성원을 보면 청와대 홍보기획실과 미래기획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외교통상부 등 8개 부처와 삼성·현대·LG·SKT 등 대기업의 부장급 핵심 인력이 포함돼 있다. 지식경제부장관과 함께 코트라 사장, 외교통상부 장관과 국제협력단(KOICA) 총재,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관광공사 사장이 브랜드위원회에 함께 참여한 것은 이전의 공직사회의 틀을 깬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31명의 민간위원에는 박영호 SK 사장,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부터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와 이순동 한국PR협회장,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공연·음반 기획에서 남다른 감각과 아이디어를 지닌 드러머 겸 작곡가 남궁연(스튜디오 FAT 대표) 씨도 이 위원회의 멤버이다. ■뉴질랜드, ‘100% PURE’로 관광객 53% 증가 우리나라의 브랜딩 사업이 성공하려면 선진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최초로 국가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한 나라는 뉴질랜드이다. 뉴질랜드는 1999년부터 ‘100% Pure’라는 표어를 가지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캠페인 초기에 4,100만 달러를 방송광고에 투자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 사업을 벌여, 외국인 관광객 53% 증가, 와인 수출액 7배 이상 증가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2003년부터는 미래혁신 산업 분야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New Thinking’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뉴질랜드 관광청과 무역진흥청 합작조직을 중심으로 △‘브랜드 파트너십 프로그램’(170여 개 자국 기업의 국가브랜드 활용 지원), △‘Qualmark’(관광 관련 업계 품질인증제), △‘Brand Trust’(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뉴질랜드 대표기업 CEO 협의회) 등 활발한 민간 참여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과거 60년대가 ‘가격 패러다임’, 70년대가 ‘품질 패러다임’이었다면, 현재는 ‘브랜드 패러다임’의 시대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부터 신일본양식(新日本樣式. Japanesque Modern)이라는 브랜드를 고안했다. 이를 통해 고품질 상품뿐 아니라 ‘세계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국가’를 이룩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일본은 전통문화의 매력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구성해서 새로운 일본 국가 브랜드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2006년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신일본양식협의회를 구성하고, ‘신일본양식 100선 발표’, ‘J마크 개발’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독일은 ‘2006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2차 세계대전’ ‘나치’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한 국가 브랜드 개선 캠페인에 몰두하고 있다. 독일은 2006년부터 국가 브랜드로 ‘Land of Idea' 캠페인을 벌여 ‘신선함’, ‘흥미로움’ 등을 부각시키는 사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덴마크도 2006년부터 국제사회에서 국가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해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이내믹 코리아’ 국제사회선 ‘찬밥’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국가 브랜드는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다. 청와대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세계 경제 13위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게 취약한 실정이다. 미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43%이고, 일본이 224%이지만, 우리나라는 30% 미만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저평가 현상은 한국산 상품가치에도 영향을 미쳐, 같은 제품이라도 미국산에 비해 66%~67% 수준 정도의 평가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분단국가’ 혹은 ‘북핵’을 떠올린다. 휴대폰·텔레비전 등의 가전제품과 김치 등 좋은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시끄러운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함께 갖고 있다. 지난 연말의 ‘국회 해머사건’ 등은 우리나라에 대한 해외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 많은 타격을 주었다. 남북관계 문제가 발생하면 애써 끌어올린 이미지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가진 브랜드는 월드컵 등 국제행사로 알려진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이다. 한국의 ‘역동성’을 의미하는 이 표어는 ‘열띠고 부지런한’ 좋은 이미지가 있지만, 최근 부정적 이미지가 많이 섞였다고 한다. 어윤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브랜드 이미지는 ‘다이내믹’이라는 단어와 연결된다. 한국 관련 외신 보도를 보면 ‘북한 핵 이야기’ 등 북한이라는 꼬리말이 따라다니고, ‘데모’ ‘노사갈등’ 등 부정적인 의미의 ‘다이내믹’이 강하다”고 말했다. 단어 자체가 우리 경제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위원회는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국가 표어를 교체하고, 3월 초까지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모아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예정이다. ■국격 높이려면 ‘비교우위’가 관건 ‘국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사실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이는 국가의 장기적 비전과 세분화된 분야의 주안점이 무엇인가에 따라 정해져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국가브랜드위원회의 관계자도 “국가 브랜드를 정의하자면 정해진 틀이 없다”며 “신중한 선행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윤배 위원장은 브랜드 설정작업이 단순히 엠블렘이나 구호 등을 만들어 내는 정도의 협의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국가로 품격이 높아지는 비전까지 이뤄내야 하는 광범위한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어윤대 위원장은 경영학의 논리를 접목해,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를 키워 내려면 비교우위를 차지할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격이든 품질이든 디자인이든 하나는 앞서가야 한다는 말이다. 어 위원장은 “삼성과 LG 등 대표 기업들도 과거에는 자기 브랜드로는 제품을 못 팔았다”며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려면 국제사회 기여 확대, 글로벌 시민의식 성숙, 거주 및 관광지로서의 매력 강화, 대외인지도 확대 등이 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 브랜드로 꼽히는 삼성과 LG 등 국내 브랜드도 25년 전까지만 해도 GE나 네덜란드의 필립스, 혹은 납품하고 있는 미국의 수퍼마켓 브랜드를 붙여 납품하는 입장이었다. 이른바 OEM(주문자 상표 제품생산)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은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은 기술력과 디자인 등에 주력하여 점차 인지도를 넓혀 갔고, 현재 히타치·소니 등 해외 유수 전자기업보다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우리나라 브랜드 확장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 위원장은 “한국 제품은 일본의 좋은 제품과 중국의 싼 제품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다”며 “우리가 앞으로 살 길은 연구개발(R&D)을 거듭해 품질향상과 함께 디자인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높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경영적 논리가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적극 도입돼야 한다는 말이다. ■‘분단’ ‘자기중심적’ 이미지는 금물 어 위원장은 국가 이미지를 높이려면 외국의 저명인사들이 한국에 오면 판문각에 데려가는 일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판문각의 남한과 북한이 분단된 현실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분쟁지역이라고 인식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어 위원장은 “국가 브랜드 제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스라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에서도 저명인사가 내방하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가자지구라고 한다”고 전했다. “결국 팔레스타인과의 분쟁국가라는 이미지만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그보다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과 포항의 포스코 등 우리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산업현장으로 데려가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또,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한국을 만드는 것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길”이라고주장했다. ‘아이 러브 뉴욕’이라는 유명한 홍보 카피처럼 ‘아이 러브 코리아’라는 이미지를 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 문화’라는 점도 지적했다. 한 민족, 한 국가로 되어 있어 응집력도 크고 단결력도 강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다문화 글로벌 시대에서 이것이 반드시 장점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는 현재 100만 명의 외국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앞으로 10~20년 동안 다문화에 대한 수용과 적용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한국도 국제적 역할 담당해야” 어윤대 위원장은 “실체가 없는 것은 아무리 광고해도 브랜드 제고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결국 국제사회에서도 우리나라가 상응하는 역할을 하는 가운데 브랜드 제고도 이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국내 총생산(GDP) 대비 0.07% 정도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또는 3/1 정도에 머무는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이를 2015년까지 3배 늘리기로 계획하고 있다. 어 위원장은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가 못산다고 생각한다. 세계 200여국 중 우리나라가 10번째로 잘사는 나라이고, 소득 2만 달러의 경제부국인데도, 공적원조가 수준 미달이라는 사실은 국가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국가 브랜드위원회는 국제협력단(KOICA)과 별도로 국제봉사단을 구성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우리나라가 앞서가고 있는 컴퓨터·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교육을 아시아 등지의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등의 봉사단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어 위원장은 “현재 미국 대사인 캐서린 스티븐스도 평화봉사단(Peace Corp)으로 충남 예산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우리도 ‘세종’ 등의 이름을 붙여 한국판 ‘피스 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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