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을 스치면서 날씨는 완연한 봄날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너나 없이 올 봄도 새 희망과 꿈을 마음껏 키우고 꽃피울 수 있는 봄이길 소망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올 봄은 전례 없는 ‘고용한파’의 고통이 끈질기게 얼어붙은 채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고 온 세계 경제 위기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퍼부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진작부터 전대미문의 ‘고용한파’나 ‘고용대란’에 시달리며 고통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했었지만, 막상 닥친 고통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혹독하고 매서울 것이라는 진단들만 잇따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과 함께 올해 성장목표를 종전의 3%에서 -2%로 낮추고, 일자리 목표도 당초 예상했던 10만 개 증가에서 20만 개 감소로 크게 줄였다. 그런데도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은 훨씬 더 암울하고 혹독했다. 올해에 일자리가 30만~50만 개 줄어든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다, 심지어 상반기에만 40만 개나 축소된다는 전망까지 하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내수와 수출 모두가 어렵다. 내수가 위축되면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의 고용이 줄 수밖에 없고, 수출 부진에 직면하면 제조업도 부진해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엔 20대와 60대 후반의 실직이 많았으나, 구조조정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30~40대도 안심 못 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이미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일용직이나 임시직과 달리, 아직 20%대의 탄탄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용직도 빠르면 다음달(4월)부터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되고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고용한파’는 모든 분야의 모든 연령대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총 4조9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모두 55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에 나서기로 했다. 이러자 여야 정치권에서도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무엇보다도 우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문제 자체에는 여야가 별다른 견해나 입장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방점을 둬야 한다는 점에는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추경예산의 규모나 내용 면에서는 여야 간에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4월 임시국회에서 서로 양보 없는 한판 싸움이 예견되고 있을 따름이다. 먼저, 추경 규모 면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27조~29조 원을 잡고 있는데 반해, 제1야당인 민주당은 13조8000억 원을, 민주노동당은 23조 원을 각각 잡고 있다. 그리고 내용 면에서도 각 정당의 입장이나 견해 차이에 따라 예산 조달 방법 및 집행 대상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이번 일자리 창출 최우선의 추경안을 놓고서는 일부 여야 중진의원들이 민생 특히 실직자와 신빈곤층 등의 구원 우선에 초당적이고도 올곧은 소신과 정치력을 발휘하는 용단을 보여주는 바람에 많은 국민들로부터 무언의 찬사와 박수를 받았다. 이에는 여당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 대표의 ‘부자감세’ 반대론과, 같은 당 남경필 최고위원의 ‘비정규직법 개정’ 반대론, 그리고 제1야당의 싱크탱크인 김효석 의원의 ‘부자 때리기, 대기업 적대시’ 개선론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인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야당의 무조건 발목잡기 대여 투쟁’ 반대론 등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를 지켜 본 대다수 국민들은 ‘지각국회’라는 낙인까지 찍혀 있는 18대국회가 법정 출범기일 1년(5월30일)이 다 된 시점에 와서야 비로소 ‘난장판 국회’가 아닌 ‘대화의 국회’라는 구실을 제대로 할 것 같다며 반기는 기색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