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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 죄는 살생부식 구조조정 안돼”

재계, “기업은 구조조정 대상 아닌 주체, 자발적 구조조정기업 정부가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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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0호 김동성⁄ 2009.03.24 13:52:21

“최근 기업구조조정의 대상이 해운업종까지 확대된 가운데, 재계가 기업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기업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주체로 보아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2일 이례적으로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 추진애로와 정책과제’란 제목의 건의서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하고 “현재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하는 방식의 기업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정부에 보다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지원제도의 확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손 회장의 이 같은 강력한 입장 변화는 이제 더 이상 정부의 강압적이고 뚜렷한 기준도 없는 살생부식의 구조조정을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어 정부의 결과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 동안에는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옥석 가리기 식의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왔으나, 이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는 살생부에 의한 응급처치 대신 기업 스스로 군살을 빼고 부실을 해결해 나가도록 정부가 도와 달라는 것이 재계의 간절한 주문으로 분석된다. ■“기금으로 기업 보유 부동산 매입 할 수 있게 하라”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세부적인 대안책으로 ▲기업구조조정 목적의 자산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CR리츠) 설립규제 완화 및 구조조정기금(캠코)에 의한 부실기업 부동산 매입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양도세 감면 등의 지원혜택을 자발적 구조조정 추진기업에 대해서도 적용 ▲구조조정 기업 주식인수 등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구조개선 사모펀드(PEF) 설립 촉진 및 현재 불법행위로 간주되고 있는 ‘차입에 의한 기업인수’(LBO : Leveraged Buyout) 적법 허용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조정 대신 임금삭감을 할 수 있도록 노동계에서 협력해 줄 것 등 매우 구체적인 건의안을 내놓고 있어, 과연 정부가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지 또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무엇보다 기업이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매수기반이 취약해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관련 대책의 마련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재계는 기업자산의 매수기반이 확충될 수 있도록 기업구조조정 부동산 투자회사(CR리츠)에 대한 최저자본금 요건을 완화하고(100억 원 → 50억 원) 부동산 매입시 취·등록세 면제 등의 인센티브 부여도 함께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R리츠(CR REITs)는 다수의 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아 워크아웃 기업이나 법정관리기업 등의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투자회사로, 현재 12개 회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CR리츠의 설립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2년 4건으로 총자산이 6623억 원, 2003년 4건(5,911억 원), 2004년 2건(2,888억 원), 2005년 1건(3,189억 원), 2006년 2건(7,295억원), 2007년 5건(1조7505억 원), 2008년(0), 2009년 2건(4451억 원)이 인가된 것으로 국토해양부와 코람토지신탁을 통해 확인됐다. 또한, 4월 중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설치예정인 구조조정기금이 금융기관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기업의 보유부동산 등을 직접 매입할 수 있게 해줄 것도 주문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현행 양도세 과세체계는 부동산 호황기에 만들어져 자산매각에 따른 세부담이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지정된 경우에만 지원되는 양도세 부담 완화조치(비사업용 토지매각시 양도차익의 30%를 법인세로 중과하는 제도 적용배제)를 ▲키코 혹은 거래업체 연대보증 등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거래업체 부도로 연쇄부도 위험을 겪는 기업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해 재무구조를 개선 중인 기업 등이 자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대해서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계는 또한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이 핵심자산 등을 매각하지 않고서도 새로운 주인을 찾아 정상화될 수 있도록, 꽁꽁 묶어 놓은 M&A 관련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현재의 구조조정, 외환위기 때와 달리 최악위기 대비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산업발전법상의 구조개선 사모펀드(PEF)에 대한 세제지원(주식양도차익 감면 등)을 통해,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이 외부의 투자가들로부터 자본참여를 받을 기회를 다각도로 확충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책으로 “현재 인수자가 피인수기업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인수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의 기업인수(LBO)에 대해 불법행위로 간주하여 배임죄로 처벌하고 있는 것은 ▲LBO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M&A 방식인 점 ▲합병 후에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이 동일해지며 피인수기업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피인수기업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규제의 실익이 없다는 점 ▲자금력이 부족하더라도 경영능력이 있는 인수자가 M&A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게 해줘 시장의 신진대사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면서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LBO 방식의 M&A 비중이 2006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M&A의 27%를 차지한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시아의 LBO 방식 M&A 규모(06년 1~7월)는 230억 달러로 2002년의 12억 달러에 비해 20여배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재계는 “최근 불황이 심해져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외국의 유수기업들도 감원을 통해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고용조정은 물론 임금감축조차 없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고용안정을 전제로 복지지출·임금의 감축 등을 통해 경상경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노동계가 근로조건의 변경에 협력해줄 것”을 호소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때는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했지만, 지금의 구조조정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한편 위기 이후를 대비해 신성장기반을 마련하자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채권금융기관에 의한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공회의소의 건의안과 관련하여, 기획재정부 고위간부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재계에서 보낸 건의안 자체가 워낙 민감한 부분이 많고 요구하는 대안책들도 쉽게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다만 이 건의안 내용 중 일부를 이미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면서 “구체적인 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사항이고 정확한 답변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에 대한 경제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에 하여 경실련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구조조정 지원 명분으로 특정 대기업 또는 대주주에게 세제상의 특혜를 주는 것은 물론, 내수 활성화를 이유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어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 구조조정기금 운영 감시·견제 장치 없어 심각 이어 경실련은 원활한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지원되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세제지원’ 내용 중 ▲금융부채 상환 목적으로 기업 보유자산 매각시 법인세 감면 ▲기업부채 상환을 위해 대주주가 기업에 자산 증여시 법인세 감면 ▲부실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시 세제지원 등은 대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이며 전폭적인 특혜로서 남용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유지를 불가능하게 하는 반시장경제적 조세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은 1997년 말의 외환위기 때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것으로, 현재의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금융이나 산업부문에서 여러 가지 대비를 해야겠지만, 세제의 원칙을 깨뜨리면서까지 과거의 한시적 혜택을 부활시켜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에 근거한 기업구조조정 추진과 위기재발 방지를 위한 시장원칙과 규율의 재정립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대기업과 가진 자들을 위한 세제상의 특혜에 연연해하는 것은 문제가 많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40조 원의 구조조정기금과 금융안정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의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선제적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발표한 관련 펀드나 이번에 조성되는 구조조정기금과 금융안정기금은 금융위기의 극복을 위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자금운용과 사후관리대책이 미흡한 편법적 유사 공적자금으로 자칫하면 그 효과도 얻지 못하고 재정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구조조정기금의 경우 경실련은 “외환위기 때의 부실채권정리기금보다 규모가 크지만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금융안정기금의 경우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기구 없이 정책금융공사 운영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쳐 금융회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 기금들이 효율적으로 운용·관리·집행되는지에 대한 아무런 견제 내지는 감시 장치가 없다”고 비난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과거 공적자금 초기 집행 당시 공적자금이 눈먼 돈으로 인식되어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켰던 것처럼, 이 기금들이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 내지는 방조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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