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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표 얻으려고 사회분열 부추기나

‘두 번의 전쟁’ 끝에 국민이 외면하자 이제야 개혁한다고 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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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0호 심원섭⁄ 2009.03.24 12:38:44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들어섰다.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답게 ‘실용정부’를 표방하며 취임 초부터 국정개혁에 속도를 냈지만, 인사 실패로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받았고, 통합의 리더십에 실패하면서 50%를 상회했던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해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더구나 다시 대통령 선거를 치를 경우 국민 10명 중 6명(59.7%)이 ‘이 대통령을 찍지 않겠다’고 응답한 여론조사는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에 내걸었던 실용주의 노선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이념적 색채가 대신하면서 중도층 지지자들이 이탈했으며, 개혁은커녕 독단적 국정운영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집권 2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려면 우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 “정치권, 정책은 없고 전쟁만 있다” 특히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정책은 없고 전쟁만 있다”는 말이 도는 등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을 만큼 많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변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분열을 부추겨 편을 가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법을 ‘재벌을 위한 법이다, 부자를 위한 법이다’라고 하면, 선전하기는 좋지만 분열만 조장할 뿐 법안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한국 정치는 정책을 액세서리로 여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요 연구소와 백악관·정치인 등이 1년 내내 함께 토론해 정책을 생산하고, 그 정책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데 비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3월 19일 뉴라이트 계열인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이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나온 쓴소리도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 간담회는 26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뉴레프트 계열의 좋은정책포럼(이사장 변형윤)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 심포지엄을 앞두고 열린 자리이다. 박 이사장은 이 같이 지적하면서 보수에 대해 “정통보수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추구해야지 기득권을 지키려고 주저앉아선 안 된다. 이런 정체성이 약한 게 보수의 문제”라고 평가했으며, 또한 진보를 향해서는 “어느 나라 진보가 헌법을 부정하며 자기 나라 역사를 ‘기회주의가 승리한 역사’라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리고 박 이사장은 “율곡 선생은 ‘선비들이 공론을 세우지 못하면 떠돌아다니는 의견이 공론을 지배하게 되고, 이는 조정까지 장악해 결국 나라를 망친다’고 말씀하셨다”며 “옛 선비 같은 공익의식을 가지고 정치를 바로 이끄는 ‘퍼블릭 인텔렉추얼’이 많아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의 말대로, 정치권이 개혁하기에는 아직도 길이 멀기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임시 국회 마지막 날인 3월 3일 야당의 지연책과 한나라당의 나태로 인해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허무하게 끝난 행태를 보면, 우리 국회가 얼마나 한심한지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뒤집으며 경제 살리기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고, 한나라당은 국민이 준 171석으로 본회의 의결정족수도 제때 못 채워 반드시 처리하기로 약속했던 은행법안과 미디어 관련 법안이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4월 국회로 넘어갔으며, 특히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국가균형발전법도 함께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다음 달 1일 시행을 전제로 편성한 관련 예산의 집행도 어려워지게 만들었다. 결국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등 의회 최고지도자들의 합의가 휴지조각이 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 국회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 ‘전쟁’ 끝나자 외유·술자리 희희낙락 정치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일부 의원들은 회기가 끝나자마자 외유길에 올랐으며, 일부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뒤풀이 술자리를 가지는 등, 100년 만의 경제위기라는 오늘 대한민국에선 국회가 국가적 걸림돌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본회의 마지막 날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열기로 한 본회의 시간은 7시였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9시를 넘겨 하나둘씩 회의장에 나타났다. 더구나 민주당 의원들이 추진해 온 제주특별자치도법을 제외하고는 표결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정세균 대표는 현장에서 “(정무위에서) 은행법 합의가 되기 전까지는 표결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의원들을 지휘했고,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태업’을 벌이고 있었다. 정무위에서 한나라당이 단독 의결한 은행법 개정안을 법사위로 보냈지만, 유 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한 법안만 처리한다는 게 법사위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끝내 상정하지 않았다.

즉, 한나라당에 대하여 재협상을 하든지 직권상정을 하든지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이었으며, 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면 몸으로 막겠다는 전략도 미리 세웠던 것이다. 자정 무렵 은행법 처리가 좌절되자 민주당 의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으며, 원혜영 원내대표는 본회의 종료 전 회의장 밖에서 마주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스스로 합의문까지 써가며 약속했던 사안을 뒤집고 말을 바꾼데 대한 반성은커녕, “우리가 뭐가 되게는 잘 못해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 잘 못 되게 할 수 있다는 걸 봤느냐”며 힘을 과시했다. 또한 쟁점 법안 처리가 무산된 직후 본회의장을 나오던 한나라당 재선 의원이 한나라당을 “무능한 공룡정당”이라고 질책했다. 민주당의 의사 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속수무책 지켜보기만 한 당 지도부와 국회의장단을 향한 냉소였다. 물론 겉으로는 ‘3·2 합의’ 파기 책임을 민주당의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크지만, 171석 거대 여당의 무력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등 내부적 자성론도 만만찮았다. 물론 비판의 핵심은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부족 ▶취약한 리더십 ▶원내전략 부재 등이다. 요약하면 “83석 민주당에 대적하기엔 당의 체질이 너무 ‘연골’”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두 번의 전쟁을 치르면서 막상 국민들의 들끓는 여론이 피부에 와 닿자,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뒤늦게나마 개혁을 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정치개혁의 가장 기본은 상향식 공천에서 비롯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정몽준 “프라이버시 도입이 정치개혁의 실천”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국회의원 후보 선출 개선방향과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국회의원 선택권을 주기 위해 ‘프라이머리 제도(국민경선방식)’를 도입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실현”이라며 “여야 다 같이 상향식 공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어느 정당이 (상향식 공천제를) 할 수도 있거나 하지 않게 해서는 안된다”며 “한쪽이 불리하면 다른 쪽에 이익이 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 최고위원은 “한동안 여야가 상향식 공천제를 하자고 하다가, 미국의 프라이머리 제도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어 못하겠다고 했다”며 정치권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정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검토해봤으면 하는 생각인데 기술적으로 검토해볼 것이 많다”고 신중론을 펴면서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자는 분들의 설명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다시 불러들이자는 얘기인데, 국민의 국회의원 선택권은 처음부터 제한적이고 부분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내 정치개혁 논의는 크게 국회개혁과 정당개혁 등 두 갈래로 나뉘어 개혁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개혁 공론화’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회 개원, 원구성 협상부터 올 초 입법전쟁에 이르기까지 어김없이 노출된 ‘국회 내 건강한 논의구조 상실’에 대한 자성을 바탕으로 ‘일하는 국회’를 찾기 위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중 당내 소장 개혁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졌다. ‘민본21’은 지난해 말부터 정치개혁을 주제로 한 논의를 이어 가고 있으며, 오는 4월 초 공개토론회를 갖고 지난 3개월여 간 논의해 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월 14일 지난해부터 매주 진행해 온 조찬 세미나와 지난달부터 시작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국회개혁과 정당개혁에 대한 10개 테제를 담은 ‘선진정치를 위한 법률 개정 초안’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개정 초안에 따르면, 국회개혁의 테제로 ▲상시국회제 도입, 의안 자동상정 ▲필리버스터 허용 및 표결처리 보장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금지와 질서유지권한 강화 ▲법사위 체계, 자구 심사기능 폐지를 제시했으며, 또한 ▲상임위 중심의 국회운영과 원내대표 권한 제한 ▲상시국감제 도입 및 예결위의 상설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 “상향공천 배제, 강제당론 금지” 목소리도 그리고 정당 개혁을 위한 테제로는 ▲상향식 공천제 전면 시행 ▲원내 중심 정당체제 전환과 국고보조금 배분방식 변경 ▲강제적 당론금지, 의사표현에 대한 자율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원내대표의 권한을 대폭 제한한 이유는 국회 파행 과정에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은 사라지는 대신 당론과 원내대표단 간의 협상결과에 따라 투표할 수밖에 없는 ‘거수기’ 역할만 남게 되는 국회의 현실을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는 개혁성향의 의원들로서는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의원들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하향식 공천의 폐단을 없애고,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정당이 선출된 권력으로 이뤄진 원내보다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지금의 정당 체계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회·정당 개혁안은 법안 자동상정, 법사위 권한 축소 등에 찬성할 리 없는 야당과 계파 수장 등 당 중진이 하향식 공천과 당론 추진 과정에서 누리는 권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적다는 측면에서 당 기득권층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 명약관화하여 실천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본21’ 외에도,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을 비롯한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6∼7명이 중심이 되어 앞으로 정당 공천제, 향후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의원정수 조정, 국회의원 윤리 문제 등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또한 한나라당 다수의 개혁성향 재선 이상 의원들이 정치개혁 담론에 적극 뛰어들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우는 재선의 정두언 의원은 이미 2월 16일 ‘시대변화에 뒤춰진 20세기형 정당체제,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국회·정당개혁 논의에 뛰어든 상태다. 당시 토론회에서 4선의 남경필 의원과 3선의 권영세 의원도 각각 예산결산특위의 상설화, 정당과 국회의 새로운 역할 모색 등을 주장하며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당내 소장개혁파의 원조격인 ‘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리오’를 포함한 이들 의원의 만남이 단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정치개혁 논의 진전과 맞물려 상당한 목소리를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이회창 “국회의워 정원 30% 감축해야”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게 되면 개혁 방향에 따른 의원들 사이의 이합집산도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민본21’의 한 핵심 의원은 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에 절대적으로 호응을 못해 온 게 사실”이라며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국회 관행이나 제도의 개혁, 그리고 국회의원의 자율성과 상임위 중심의 국회를 보좌하기 위한 정당의 틀을 마련하고 다각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며, 특히 강하게 저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야당이나 당 기득권층을 적극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지난 1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당 1주년 기념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에서 정치제도 개혁을 위해 개발연대식 리더십과 ‘3김’식 리더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의원 정원의 30%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전체 의원의 수를 210명 내외로 하되, 그 절반인 100명 정도는 비례대표로 하고, 그 대신 비례대표에 대한 엄격한 심사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국회도 예산을 절감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하며, 국회의장부터 외유기간과 횟수를 줄이고 자진해서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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