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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현금 쌓아놓고 차입금경영

곳간에 돈 썩어나가는데, 빚은 늘어만 가고 자본시장 왜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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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박현군⁄ 2009.03.31 13:57:42

국내 기업들의 차입금 경영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본지가 FN 가이드와 함께 상장사들의 자본금 및 현금 현황, 그리고 부채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벌어들인 현금을 쌓아두고 사채·차입금 등으로 경영활동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재벌 대기업일수록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상장사 중 현금 유보율이 부채총계를 넘어서는 기업이 전체 1500개 상장기업들 중 1411개 기업에 달했다. 이는 현재까지의 보유 현금을 가지고 모든 부채를 가뿐히 청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자기자본 경영이 아닌 차입금 경영에 나서고 있으며, 차입금과 사채의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차입금 경영, 회사채 경영은 회사 내 경영전략상 자기자본이 당장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선택하는 것이 상식이다. ■ 국내 현금 유보율 이는 재무재표상 부채계정에 포함되는 것으로, 상환기일 내에 반드시 갚아야 하며 원금에 이자비용과 발행비용이라는 리스크가 추가되기 때문. 하지만 본지가 FN 가이드와 함께 상장사들의 현금 현황을 살펴본 결과, 국내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튼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1510개 기업들의 2008년 현금 유보액은 2007년 대비 12.6% 증가한 520조3952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1개 기업당 평균 3059억4000만 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유보액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인 현금 유보율도 전체 평균 688.2%를 기록했으며, 2007년 대비 45.1%p 증가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운영자금 50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비용 빛 발생이자 등을 합쳐 36억3000만 원을 지불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통해 확보한 500억 원을 은행 등 금융기관의 차입금 상환과 초고속 테스트타워 건축비용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회사채 상환 일정 및 구조를 살펴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미 차입금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다. 장·단기 차입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만기 상환을 위해 또다른 차입금 혹은 회사채를 발행하고, 또 회사채 상환을 위한 회사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돼 있다. 그런데 빚으로 빚을 갚고 이자 등의 비용만 눈덩어리처럼 불어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곳간에는 5000억 원 이상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것. 가장 높은 현금 유보율을 보인 곳은 SK텔레콤. 동사는 2만8539.7%로 가장 높은 유보율을 보였고, 태광산업(2만6639.4%), 롯데제과(2만5510.0%), 롯데칠성(2만20.2%), 남양유업(1만3604.2%), 영풍(1만143.4%), 삼성전자(7367.0%), 고려제강(7310.6%), KCC, 포스코, 롯데쇼핑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이달 중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본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현대엘리베이터·효성·한국타이어·아시아나항공·삼양사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5개사의 현금 유보율은 1000%가 넘어섰다. 이는 결산시점까지 쌓아 놓은 현금이 전체 자본금의 10배 이상이라는 의미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현금 유보율이 -10.3%를 기록해 일부 자본잠식 상태임을 나타냈다. 한국타이어도 주민세 등 세금 납부와 주주배당금 지급 등을 위해 800억 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결국 한국타이어가 이달 이후 상환해야 할 회사채 금액은 총 2000억 원. 그러나 한국타이어의 금고에는 1조7180억9000만 원이 고이 모셔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효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효성이 이달 발행한 회사채는 1500억 원 규모. 이달에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 중 차입금 상환 등이 아닌 100% 결제대금 등 직접적 운영자금으로 발행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이번 사채의 발행으로 효성이 상환해야 할 회사채는 3월 현재 총 1조506억1000만 원에 달하며, 이 중 올 12월에는 우선 450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특히 효성은 회사채 상환일정과 관련,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달 수백억 원 씩의 상환이 예정된 죽음의 세월을 겪어야 한다. 그런데 효성의 금고에도 2조3105억7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번 현금 유보율 조사에서 가장 높은 유보율을 보여준 SK텔레콤도 3조5289억9000만 원을 2027년까지 다달이 상환해야 한다. 역시 SK 금고에는 12조7399억9000만 원의 유보현금이 살아 있다. ■ 현금 유보액에 대하여 이처럼 국내 재벌들은 금고에 자기 돈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후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즉, 부채경영을 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업은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은 맞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기자본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 경기침체가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 내가 현재 보유한 현금은 금융권의 갑작스러운 신용대출 거절 등 긴급하고 중요한 일에 쓰기 위해 지금은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 ■ 대기업의 차입금 경영 자본시장 왜곡 SK텔레콤·현대엘리베이터·효성·포스코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차입금 경영에 나서면서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등 자본시장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충청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 사장은 “은행이고 주식이고 회사채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며 “고리사채를 써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에 위치한 코스닥 상장사 사장 B씨는 “요즘 같으면 솔찍히 하루하루가 피가 마른다”며 “조만간 대형 연구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회사가 꾸려질 텐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 회사의 비전과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 놓으면서도 보다 안정적인 대기업 및 국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 위주의 무분별한 차입금 경영이 또한 자본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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