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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혼쭐나는 공직사회

경찰·공무원 비리에 잇따른 일침발언…정부 장기 처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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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1호 박성훈⁄ 2009.03.31 13:55:03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공직사회를 질타하는 발언을 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최근 내외부의 각종 감사와 검·경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공금 횡령사건, 현직 경찰이 연루된 비리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발언도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공공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3월 2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잇단 비리는 하부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가 부정비리를 없애고 법질서와 윤리가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경찰은 봉사직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교육시키는 동시에 인성교육 등을 통해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면서 경찰의 권위를 세우는데 치중해 온 이 대통령이 경찰에 ‘옐로 카드’를 보낸 형국이다. 대통령이 경찰을 경고한 이유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 북부경찰서 경찰관 두 명은 압수한 유사휘발유를 되팔아 그 돈을 착복한 혐의로 구속됐다. 택시기사 폭행치사, 음주운전 사고에다 안마시술소 업주와 유착 의혹을 받아 온 경찰관 6명이 파면·해임당했다. 경찰관이 근무 시간 중 단속 대상인 오락실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는 절도를 범하기도 했다. ■ MB ”공무원 어째 이러나 이해 안돼” 이명박 대통령은 3월 23일 아침에 전국적으로 방송된 11번째 라디오 연설에서 공무원들의 복지지원금 횡령사건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일선 지방공무원의 복지지원금 횡령사건을 겨냥해 “탈세가 범죄이듯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라며 “의도적 부정을 저지른 공무원은 일벌백계하겠다”고 공언했다.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정부 예산은 너무나 소중한 국민의 피와 땀”이라며 “요즘 각종 감사 결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복지지원금을 유용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노인·장애인·저소득층에게 가야 할 돈을 일부 공무원이 뒷주머니에 넣었다”면서 “‘이것밖에 도와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자세로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비판은 지원금 횡령사건이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추경예산 5조4000억 원을 투입해 저소득층에 현금과 소비 쿠폰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이 지원금이 자칫 일부 공무원들의 배만 불리는 ‘눈먼 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남 해남군 해남 읍사무소에서 복지급여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7급 공무원이 2002년 6월부터 5년 3개월 동안 10억 원 이상을 빼돌린 사실이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받아야 할 생계 및 주거급여를 횡령하거나 가공인물에게 지급하는 수법으로 국민 혈세를 빼먹었다. 이 기간 해남읍에서 나간 복지급여 총액이 120억 원임을 감안하면 지방공무원 한 사람이 상습적으로 착복한 규모가 너무나 크다. 그런데도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감사원과 서울시가 진행 중인 지방자치단체 특감에서 속속 드러나는 ‘나랏돈 빼먹기’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서울 용산구 기능직 8급 공무원은 2003년 6월부터 2년 5개월 동안 장애인 보조금 지급 대상자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억1773만 원을 빼돌렸다. 충남 아산시 기능직 8급 직원도 2008년 3월 허위 지출명세서를 만들어 시설비 6200만 원을 횡령했다. 서울 양천구 8급 공무원이 2005년 5월부터 3년 넘게 장애인 보조금 액수를 부풀려 26억여 원을 빼먹은 사실은 올 2월에 밝혀졌다. 춘천, 진도에서도 공금횡령 사건이 적발됐다. 공직사회의 도덕 불감증과 구멍 뚫린 복지예산 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용산구 횡령사건은 2005년 11월 적발됐는데도 상사(上司)가 관리책임을 추궁당할까봐 은폐까지 했다고 한다. ■ 예산실명제·가중처벌 등 효과 아직은 미지수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횡령금액의 두 배까지 물게 하고, 예산집행에 실명제를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열심히 일하다가 실수한 공무원에게는 관대하겠지만, 의도적인 부정을 저지른 공무원은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산집행 실명제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금을 주기까지 모든 순서에서 관련자들의 실명을 기록해 모든 실무자의 기록이 남도록 하는 장치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의 책임감을 높이면서 비리가 개입할 가능성도 함께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중앙에서 교부금을 지자체에 할당하면 지자체 임의로 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정확한 내역을 추적할 수 없었다. 복지 지원금은 많아도 배분체계가 복잡해 감시가 어려웠다. 최근 일부 공무원들이 가족 명의로 차명 계좌를 만들어 몇 년에 걸쳐 복지 지원금을 가로챈 것도 이런 맹점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예산집행 실명제’ 도입을 지시한 것은 예산집행과 연관된 비리를 중단하기 위한 의지 표현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예산집행 실명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비리 공무원에게 횡령금의 2배를 추징하는 ‘예산비리 가중처벌제’ 도입도 추진한다. 비리가 적발되면 해임하면서 검찰에 고발하고 횡령금의 2배까지 물어내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총리실 등 관계기관이 복지지원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관찰하도록 하는 등 현장감시도 강화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들로 예산집행 비리가 사라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수십명에 불과한 중앙정부 인력으로는 전국의 모든 지자체를 제대로 점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행법상 지방교부금은 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쓸 수 있어 지자체의 의지 없이는 비리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장기적인 처방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생계·자활·보육 등 여러 분야로 나뉜 복잡한 복지 서비스를 올 하반기에 통합할 방침이다. 통합 복지전달체계가 마련되면 중복·부당 수혜자가 없어지고 공무원의 부정 개입도 사실상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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