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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 주목

글로벌 경제위기, 소비자 트렌드 변화 일으키는 촉진제…
‘밀레니엄 소비층’-‘디지털 코쿠닝’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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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3호 김대희⁄ 2009.04.13 14:29:47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충격적인 사건이나 외부환경의 변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등이 원인으로 삶의 방향이 수정되거나,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무수한 개인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사회나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치·경제·문화적인 큰 충격이 있을 경우 여론이 변화하고, 새로운 도덕률이나 제도 등이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면서 새로운 제품의 유행, 신산업 등장과 같은 시장과 산업의 판도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흔하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전 세계에 걸쳐 전례 없는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밀레니엄 소비’와 ‘디지털 코쿠닝’ 등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70년대 말 이후 태어나 인터넷이나 디지털 기기 등을 자유롭게 접하며 성장한 밀레니엄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누에고치(Cocoon·코쿤)처럼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디지털 기기들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경제위기 이후 소비자트렌드의 향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사회적인 큰 충격은 경제와 산업 자체는 물론,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원인”이라며 “과거 대공황이나 석유파동, 9.11 테러 등을 거치면서 주도산업이 바뀌고 소비자들의 가치가 변한 것처럼 최근의 경제위기도 소비 추세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번 경제위기는 다음 세 가지 경로로 향후 소비자 트렌드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메가트렌드의 변화가 소비자 트렌드의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득·자산 등의 경제적 위축은 단기의 소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소비 의사결정도 변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제도나 시스템의 변화도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며 이러한 동인들로 인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눴다. 첫째, 기존의 소비자 트렌드 가운데 상당수가 경제위기 이후 의미와 내용이 바뀐다. 둘째, 일부 소비자 트렌드의 경우 트렌드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된다. 셋째,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쟁국면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기존의 사고의 틀, 고정관념의 대변화가 생겨나는 분기점이 될 예상이어서, 기업들은 단기적인 트렌드 대응은 물론 중장기적인 조직의 체질 변화와 함께 트렌드를 인식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와 관련해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이번 경제위기로 부의 파괴가 심각하며, 이로 인해 경제주체들의 태도에서 대공황이나 2차 대전 이후에 버금가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의 소비 감소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기존의 행동이나 습관 자체의 변화라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서구사회의 소비기반 경제 패러다임이 당분간 퇴조됨을 의미한다. ■2009년, 소비자 트렌드 변화 전환점 이에 연구원은 새로 부상할 소비 트렌드로 ▲밀레니엄 소비 ▲디지털 코쿠닝 ▲통제 가능성 등을 꼽았다. 주식·주택 등 자산가격이 폭락하면 은퇴자나 주택 보유자의 소비가 급감하는 만큼, 위기가 극복되고 고용이 늘어나면 밀레니엄 세대가 주요 소비계층이 된다는 얘기다. 소득 감소로 여행 등 대외 활동을 줄이는 대신 가정 내에서 여가를 즐기는 추세에 맞춘 디지털 상품들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정에서, 손쉽게, 온 가족이 즐기는 게임’을 모토로 한 닌텐도 게임 ‘위(Wii)’는 글로벌 불황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두고 있다. 경제위기로 극심해진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통제하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원하는 정보를 마음대로 편집하고 한눈에 볼 수 있는 ‘i구글’과 같은 개인 포털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 밖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들이 다시 쇼 프로에 등장하거나,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가 주목받는 현상도 불황기의 소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웰빙 소비’나 고령층의 ‘실버 소비’도 성격이 바뀔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에는 대규모 실버타운과 은퇴여행 등이 실버 소비의 중심이 되고, 웰빙 소비도 유기농·저지방 식품 등 고가 및 고급 제품들이 주류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경제위기 이후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퇴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과 자산 감소, 높아지는 세율 등으로 값비싼 웰빙 제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신, 고령자의 은퇴가 늦춰지며, 웰빙 부문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강식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밖에, ‘윤리적 소비’와 같은 최근의 트렌드의 경우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전반적으로 소득과 자산 감소에 직면한 소비자들은 어떤 경우에든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윤리적 소비의 경우에도 많은 소비자들에게서 공정한 임금 지불, 친환경 프로세스의 준수 등 윤리적 특성을 갖는 제품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기보다는, 비윤리적 제품에 대한 구매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윤리적 소비’는 ‘합리적인 소비’와는 다른 소비행태로, 환경 보호나 저개발국가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다시 말해,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가격과 품질뿐만 아니라,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상품제조 과정에서 환경을 해치거나 인권을 유린하는 등 비윤리적인 방법이 사용된다면, 아무리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아도 이런 상품의 구매를 거부하며, 이런 소비자를 ‘윤리적 소비자’라고 부른다. ■트렌드 변화 감지로 신속 대응해야 연구원은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로의 의미를 넘어 기존의 사고의 틀, 고정관념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같은 단절적(Discrete) 변화의 시기는 리스크도 크지만, 새로운 시장기회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전혀 예측되지 못했거나, 또는 다수에 의해 묵과되었다는 점, 기존 패러다임과 역방향이라는 점 때문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기업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긴요한 시점이다. 정재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유망 시장으로 여겼던 소비 트렌드가 바뀐다면 기업은 민감하게 변해야 한다”며 “소비 트렌드가 몇 분기의 짧은 기간에도 급변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향후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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