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호 박현군⁄ 2009.04.20 22:00:01
최근 정치·사회가 요동 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 북한 로켓 발사, 장자연 자살, 박연차 게이트, 환율 요동 등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한숨을 주는 소식이 있는가 하면, 세계적인 피겨 요정 김연아의 선전 등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주는 사건도 있다. 또 제2롯데월드 초고층 빌딩 허용과 정부 여당의 4대강 살리기 추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중대 사건들이다. 이 같은 사회적 이슈의 파고에 따라 기업들은 울고 웃는다. 특히 소문과 직·간접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경우 중소형 주(株)에서 재벌 우량주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상장폐지 후 청산 혹은 긴급 M&A를 통해 아예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리스트’의 공포 장자연·박연차 관련주 최근 언론과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모으는 이슈는 장자연 씨의 자살 관련 소식이다. 특히 그녀의 자살 직전 소속사 대표 김모씨의 지시 등에 의해 성상납 혹은 술자리를 함께 한 저명인사들의 명단을 적은 리스트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리스트는 검찰 등 법조계, 연예·경제 담당 취재기자, 증권가 등에 비공식적으로 떠돌고 있는 상황. 고 장자연 씨의 리스트에 오른 사람 및 그들과 관련된 기업들이 만약 시민들을 직접 대면하는 사업·정치·교육 등을 하게 된다면 실명이 밝혀지는 순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들은 중견재벌 A그룹 오너와 국내 유통재벌 부자, 메이저 신문그룹의 핵심 경영진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조선일보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국회 질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한 이후 이 의원을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실일지라도 감춰야 하는 것이 바로 장자연 리스트. 기업과 저명인사에게 사실상 저승명부 역할을 하는 장자연 리스트로 인해 잠시나마 득을 보는 곳도 있다. 신세계 등이 그렇다. 하지만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은 관련주들을 울상짓게 만들었다. 특히 박연차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우리들 생명과학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제2롯데월드 수혜주 장자연·박연차 리스트가 사회의 어두운 점을 들춰낸 문제였다면, 경제분야에서 빅 이슈는 지난 3월 31일 제2롯데월드에 초고층 빌딩을 최종 허용한 것이다. 공군과 성남 등의 여전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은 이번 허가로 인해 서울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게 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초고층 빌딩 허가가 호남석유·롯데쇼핑·시공테크·삼우이엠씨·중앙디자인 5개 회사에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른바 제2롯데월드 수혜주이다. 하지만 이들 수혜주에서 롯데 계열사는 단 2곳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호남석유화학과 롯데쇼핑은 초고층빌딩을 중심으로 하는 제2롯데타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 역할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2롯데월드 공사에 하청·관계사 등으로 참여가 확실시되는 기업들이다. 시공테크는 박물관·과학관·엑스포·테마파크 등의 시설에 대한 전체 공간의 기획과 설치될 제품·시스템·영상 등의 디자인·전시 등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동사는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과 규모를 자랑하며, 롯데그룹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제2롯데월드가 최종 완공된 후 시공테크는 그 안에서 극장·박물관·수족관 등에 대한 기획·설치·운영 등의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우이엠씨는 반도체 및 TFT-LCD 공장용 클린룸, 건축물 내장재, 커튼월 제조업체이며, 역시 초고층 빌딩 건축시 하청 파트너 지정이 유력하다. 중앙디자인은 삼성에버랜드에서 분사한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로, 테마파크, 리조트시설 및 호텔, 스포츠 시설 등 레저 여가와 관련된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희림은 건축설계 및 감리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는 건축사 사무소이다. 이 밖에도 롯데백화점·롯데호텔 등 롯데그룹 관계사들과 테마파크 관련 인테리어 설계회사 등 위에서 소개된 수혜주들과 밀접한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도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의 한 관계자는 “특정 사업 혹은 정책이 이슈로 부각될 경우 관련 업계 전체가 부양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제2롯데월드의 경우 건설 파트너로 최종 선정된 몇 개 업체만이 제2롯데월드 특수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아 수혜주 김연아 신드롬은 혜택받는 기업은 있지만 피해기업은 없는 유일한 수혜주이다. 김연아 신드롬으로 가장 큰 덕을 본 곳은 SBS 방송사. SBS는 국제빙상연맹으로부터 피겨스케이팅 독점 중계권을 따낸 상태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프리 스케이팅, 갈라쇼 등 4개 프로그램 경기 중계를 통해 SBS가 벌어들인 광고수익은 11억1000만 원에 달한다. 또한, 김연아 선수의 여왕 등극 이후 김 선수 스폰서 계약을 맺은 현대자동차·KB금융의 주가가 치솟았고, 광고에 출연한 삼성 하우젠 에어컨, 국민은행, LG생활건강의 샤프란과 라끄베르, 매일유업 우유 등은 평균 매출액이 30% 가량 폭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4대강 정비 관련 수혜주 한편, 청와대에서 경기회복을 위해 야심차게 진행하는 4대강 정비사업도 관련 종목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은 이미 낙동강 및 한강 구간에서 공사가 시작된 상태이다. 4대강 사업 관련 수혜주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관련 수혜주가 그대로 옮겨 왔다. 수혜주로는 건설업체 중 삼환기업·성원건설·삼호개발·동신건설·특수건설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스테인레스강선·경연강 등의 제작업체인 한국선제, IT 솔루션 업체이며 건설사 우원이알디를 소유한 휴람알앤씨, 토목용 자재를 제작하는 코리아에스이 등이 우선 수혜 대상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