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에 현금 소진과 유동성 위기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위기를 넘긴 재계가 하반기 현금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벌인 결과 현금유동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금유동성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5대 그룹이 기타 재벌기업들보다 커졌다. 이는 2007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하반기 사이 외환·환율·주가 위기의 순간 현금 소진을 비롯한 경영 리스크 증가율이 반비례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재계의 양극화가 멈추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8년도 결산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현금 확보실적이 가장 좋은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그룹은 전자·중공업·물산·에버랜드·석유화학·테크원·코닝·SDI·전기·토탈·정밀 등 11개 주요 계열사의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이 5조9699억4000만원에 달해 기초 대비 1조6702억7000만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H&S·현대모비스·현대오토넷·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5개 주력 계열사의 작년 말 현금성 자산이 3조7773억3000만 원으로 기초 대비 8561억3000만 원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 극심한 현금성자산의 소진 현상을 보였던 코오롱도 하반기 현금확보 노력에 힘입어 코오롱·코오롱건설·FnC코오롱·코오롱글로텍·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아이넷·코오롱패션 등에서 기초대비 1048억1000만 원이 증가된 2064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웅진그룹도 웅진식품·웅진씽크빅·웅진에너지·웅진코웨이·웅진해피올·웅진홀딩스 등 6개 계열사에서 기초 대비 693억1000만 원의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두산그룹도 두산·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 등 4개 사의 지난해 기말 현금성 자산이 8218억10000만 원을 기록해 기초 대비 6095억9000만 원이 증가했다. ■가장 많은 현금확보실적은 단연 삼성물산 이들 5개 그룹 33개 계열사들 중 현금성자산 증가폭 및 감소폭 1등과 2등은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 나왔다. 2008년 현금성자산 확보 실적이 가장 좋은 기업은 삼성물산. 동사는 2008년 기간 동안 총 5762억8000만 원의 현금성자산을 확보해 총 1조1663억6000만 원의 현금을 보유했다. 두 번째로 많은 현금을 확보한 곳은 현대모비스. 이 회사가 확보한 현금은 3955억2000만 원에 달한다. 최종적으로 보유한 현금은 1조710억4000만 원. 다음으로 3474억9000만 원을 확보한 두산중공업이 현금확보 3위를 차지했으며, 3333억1000만 원의 삼성전자, 3104억8000만 원의 현대자동차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해 현금유동성이 가장 많이 위축된 기업은 현대오토넷·삼성석유화학·웅진홀딩스·삼성전기·코오롱패션 등으로 나타났다. 현대오토넷은 2008년 861억1000만원의 현금성자산을 소진했다. 동사의 2008년 1월 1일 기준 보유현금은 1007억7000만 원이었지만, 동년 12월 31일 기준 보유현금은 146억8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얼핏 봐도 1/10로 줄어든 것. 삼성석유화학의 기말보유현금은 185억4000만 원을 기록, 지난해 1월의 673억4000만 원 대비 489억1000만 원이 늘어났다. ■5개 그룹 지주회사 중 웅진홀딩스만 현금유출 또, 웅진홀딩스도 연초 206억6000만 원이던 보유현금 중 181억8000만 원을 소진해 26억4000만 원만을 남겼다. 현금소진량 1위와 2위를 차지한 현대오토넷과 삼성석유화학이 각각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미미할 뿐 아니라, 양사의 현금소진 등 실적 악화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에 파생된 환율·유가·자동차산업의 위기라는 외적 배경이 있는 반면, 웅진홀딩스는 웅진그룹의 지주회사라는 점과 특별한 외적 경영환경 악화 원인이 없었을 때에도 계속 현금이 줄어든 바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웅진을 제외한 삼성·현대차·두산·코오롱 등 4개 그룹의 지배회사들은 모두 기초대비 보유현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지배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현금성자산은 기초 기준 557억8000만 원 대비 111억8000만 원 늘어난 669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은 지난해 결산일을 기준으로 162억5000만 원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초 91억8000만 원 대비 70억7000만 원 증가한 것이다. 두산그룹은 기초 35억6000만 원에 불과했던 현금성 자산이 기말에는 1315억7000만 원을 벌어들여 1351억3000만 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모(母)기업인 현대자동차는 2007년 1조4460억7000만 원의 현금을 인계받아 지난해 3104억8000만 원을 불려 2008년 12월 31일에는 총 1조7565억5000만 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웅진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지주회사들은 모두 현금이 유입된 반면, 웅진홀딩스만 현금 유출이라는 아픔을 겪은 셈이다. ■보유현금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2008년 우여곡절을 지난 후 현금보유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200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삼성전자가 2조3601억9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가 1조7565억500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삼성물산(1조1663억6000만 원), 현대모비스(1조710억4000만 원), 기아자동차(9118억7000만 원), 삼성코닝(7588억3000만 원), 삼성SDI(6537억6000만 원), 두산중공업(5086억6000만 원), 삼성중공업(3410억6000만 원), 삼성토탈(3426억 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의 통계를 살펴보면, 2008년 현금보유량 상위 기업 중 삼성그룹이 6개사,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3개사를 차지했다. 8위의 두산중공업을 제외한 9개 사가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인 것. 이는 기업의 현금보유액수 면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가의 부가 상위 10% 위주로 편중됐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상위 10를 차지하는 재벌들의 부의 편중도도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5대재벌 위주로 편중되고 있으며, 이는 나머지 재벌그룹들이 상대적으로 부실해지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