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이 정부·여당·언론 등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경제 관련 각종 지표들은 한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의 시선도 한국 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수치적 수준일 뿐 아직 체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실제로 나아진 것이 없다. 일부 지표에서처럼 유동성이 회복되고 경기가 월등히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여러 지표들의 긍정적인 전망이 아직 현실화된 것은 없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는 인프라를 만들자”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지표들과 정치권의 주장처럼 경기가 좋아졌다고 보기는 이르다는데 동의하면서도 “경기 회복의 신호가 오는 것도 사실이고 여러 가지 기업환경도 어느 정도 개선되어 가고 있는 지금이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는 2009년 1분기 기간 동안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제대로 펼친 기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3개월 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 제고, 출자총액 제한제도 폐지, 잠실 초고층 빌딩 허용 등 재계가 원하는 이슈들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는 이해관계자들 중 과반수 이상의 반대 및 우려를 표명하는 사안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또, 지난 2007년 말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유가폭등, 환율대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불거진 세계적 금융위기 등의 파고가 올해 들어 서서히 안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점차 살아나기만 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수출, 내수확대, 경영권 승계 등 모든 부문에서 가장 자유롭고 편한 환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많은 기업들은 현 정부의 든든한 후원 아래 세계 경쟁력 함양, 현금 확보, 경영권 승계 등 당면과제들을 최대한 많이 이뤄 놓는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세계적 금융대란 이후 최대한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불량제품 양산, 소비자와의 분쟁, M&A 방치 등 생각지도 못한 부문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다. ■반도체…삼성반도체와 하이닉스 대한민국을 21세기 세계에서 선진 경제대국으로 성장·유지시키는 일등공신은 반도체산업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라는 양강구도 속에 동부그룹이 참여하고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존재하는 반도체 업계는 지난 2006년까지 대한민국 총 수출의 40%나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효자산업이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 간에 적자를 감수한 무한할인 등의 치킨 게임은 이 같은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여러 고민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사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절대아성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삼성전자가 아닌 하이닉스반도체.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빅5 중 한 곳인 키몬다가 파산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치킨 게임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가격안정이 이뤄지는 등 시장에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점에 부응하여 외환은행·산업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농협 등 5개 은행들은 4월 22일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를 열고 하아닉스반도체에 1조3000억 원을 추가 투입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는 4월 20일부터 오는 7월 30일까지 기일 도래하는 UsanceL/C 중 309억 달러를 외화대출로 전환하고, 일반공모방식 7000억 원 규모의 신규 유상증자가 실시된다. 또, 주주협의회의 5개 은행들이 추가 투자자금 2000억 원을 조성하고, 한도성 여신의 자유로운 사용과 만기도래 여신의 1년 만기연장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특히 주주협의회는 유상증자시 발행 신주에 대한 일반공모금액이 7000억 원을 미달할 경우 나머지 분에 대해 소속 은행들이 분담 인수키로 했다. 이와 관련, 주주협의회 간사를 맡고 있는 외환은행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가 얻게 되는 유동성 효과는 신규자금 1조3000억 원과 만기연장 등에 따른 간접효과 1조8000억 원 등을 합쳐 총 3조1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의 무시 못할 러닝메이트로 자리매김해 온 하이닉스의 옛 아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현재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산업은 삼성전자와 기타 업체 및 하청업체라는 다소 불안정한 구도였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도체산업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불안요소도 결국 하이닉스반도체의 행보이다. 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A 씨는 “삼성전자의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기대하는 하이닉스반도체도 결국 M&A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에 불과하다”며 “쌍용자동차 등에서 보는 것과 같이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중국 등 후발업체에게 상당수 지분이 넘어간다면 기술유출이라는 결정적 타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한 조정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LG그룹 휴대폰 시장 뛰어넘어라 LG그룹도 세계적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선택한 전략 종목은 휴대전화다. LG그룹은 휴대전화관련 LG 전자의 휴대폰 기기 하드웨어와 LG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 삼성전자에 비춰 강점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애니콜 시리즈의 세계적 명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었던 LG 휴대폰은 안승권 현 LG전자 사장이 취임하면서 초콜릿폰·김태희폰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세계적 명품 휴대폰 대열에 LG 휴대폰을 합류시키며 삼성전자에 비해 싸구려 저품질이라는 이미지를 상당 부분 고쳐 나가고 있다. 이제 공은 LG텔레콤으로 넘어왔다. LG텔레콤은 올 상반기에 3000억 원을 투입해 기지국 및 중계기 증설 등 인프라 확대와 통화품질 개선,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LG텔레콤은 충청 지역과 영남 지역에서 KTF에 임대하고 있는 로밍 기지국 291개를 자체 기지국으로 대체하고, 추가로 320개 기지국을 증설하는 등 총 920개 기지국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시작되면 LG텔레콤의 기지국 수는 모두 6320개로 늘어나게 된다. 그 외에도, 수도권 지역 및 기타 지역의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멀티모드 기지국 6000여 개를 별도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멀티모드 기지국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2G·3G 수준의 통신 서비스를 계속 지원할 예정이지만, 차후 무선 인터넷, 무선 케이블 TV 등의 시장을 위한 4G 서비스까지도 기지국 교환 없이 할 수 있다. LG텔레콤은 LG노텔을 파트너로 선정해 멀티모드 기지국을 공동 개발하고 테스트를 거친 후 9월에 본격 설치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LG그룹이 이처럼 이동통신 부문에서 선택과 집중을 선택했지만, 또한 LG 휴대폰에 대한 불량 민원이 잠재적 불안요소로 등장했다. LG전자에서 이를 얼마만큼 최소화하고 소비자가 분쟁화하지 않느냐가 주요 과제가 됐다. 중국 베이징의 한 유학생이 구매한 LG전자의 휴대폰이 지난 1월 30일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김모 씨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사고 당일 김 씨는 책상 위에 휴대폰을 충전 중인 상태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충전 중이던 휴대폰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함께 폴더 뒷 케이스가 열리더니 배터리 내용물이 튀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김 씨에 따르면, 문제의 휴대폰은 베이징에서 구매한 LG KX-126이었고, 실제 사용기간은 2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LG전자가 김 씨의 사고 직후 제기한 민원에 대해 부적절한 초기대응으로 사건이 대폭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중국의 연휴기간이라 한국인 담당자가 없었던 관계로 중국인 직원들에게 민원을 접수했던 김 씨는 이들에게 고압적인 답변을 듣고 상당히 감정이 상했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소비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김 씨가 다음에 블러그를 개설해서 제기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LG전자의 초기 대응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김 씨의 감정이 격해져서 일이 커진 측면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개발 당시 제대로 살피지 못한 관계로 버그를 가진 불완전한 제품을 출시했다가 이를 수정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지난 3월에 출시한 쿠키 폴터치폰이 그 것. 출시 직후 이 폰을 구매한 김모 씨는 구매 후 자신의 1년치 일정을 입력하다가 버그를 발견했다. 그는 일정 등을 자세히 입력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고, 20여 분 정도 흐른 뒤에는 핸드폰이 꺼지고 재부팅됐다. 이 같은 재부팅은 계속됐다. 이와 관련, LG전자의 핸드폰 사업부는 지난 1일 “일정을 30분 이상 입력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오류가 발생하는지 몰랐다”는 연락을 했다. LG전자가 초콜렛폰 이후 야심차게 출시한 쿠키 폴터치폰이 부실하게 출시됐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기기 결함이 아닌 단순 소프트웨어의 오류일 뿐”이라며 “버그를 수정한 제품을 업그레이드했으며, 이를 다운로드받기만 하면 문제 없다. 모두 해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쿠키 폴터치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한 리콜 등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버그를 수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