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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후계자 되려면 미국 보스턴서 MBA 하라”

유학 핑계로 보스턴서 그들만의 사교 모임, 처가 덕은 단연 신동빈 롯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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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5호 박현군⁄ 2009.04.27 13:42:56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를 원한다. 부, 명예, 권력, 가족의 행복, 종교적 열성 등 각자 살아가면서 의식적으로 혹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비하면 기업의 목표는 오히려 단순하다. 재화, 즉 물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경쟁에서 살아남아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나 기업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많은 도움과 격려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기업의 최고 경영진들은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신의 사업에 힘이 돼줄 수 있는 사람들과 여러 가지 수단으로 관계를 맺고 이를 지속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인들도 마찬가지. 그 결과 세칭 재벌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학연·지연·혈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얽혀 있다. 특히 경영권 세습에 대한 사회적 불용(不容)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후계자들 간의 상호 결속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 한국 재벌가의 특징 중 하나이다. ■학맥…유학의 또 다른 목적 ‘인맥 쌓기’ 재벌 2세의 인맥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을 꼽는다면 단연 학맥이다. 우리나라 재벌 후계자들에게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이재용·정의선·허세홍·조원태·박세창 등 각 재벌그룹의 차기 대권 후계자들 대부분은 대학 시절부터 외국의 MBA 과정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면, 후계자 경쟁에 욕심이 없거나 여성·방계 등 가능성이 희박한 인물들은 각자의 취향과 개인적 의사에 따라 인문·사회·예능·과학기술 등 다양한 전공을 선택한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은 센프란시스코대학교, GS그룹의 허세웅 GS칼텍스 부사장과 LG그룹의 구광모 LG전자 과장은 스탠퍼드대학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세창 상무는 MIT공대, 대한항공의 조원태 상무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각각 MBA 과정을 마쳤다. 대체로 미국의 대학에서 MBA를 전공한다. 그것도 미국의 수많은 대학들 중에서 주로 스탠퍼드대·예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보스턴 인근과, MIT를 중심으로 하는 조지워싱턴 등에 몰려 있는 추세이다. 반면에, 삼성그룹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특이하게도 일본의 게이오대학교에서 경영관리를 전공했다. 그런데 효성그룹의 조현준 효성 사장은 예일대학교에서 MBA를 전공했으면서 일본 게이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추가로 밟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굳이 일본 게이오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동문이 됐다. 한편, 두산그룹의 후계자들의 경영전문학원은 뉴욕대학교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 박지원 사장,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의 차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 두산건설 박용현 회장의 장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가 모두 뉴욕대 MBA 출신이다. 이처럼 재벌 후계자들이 미국에서 MBA라는 천편일률적인 유학 코스를 밟는 이유는 유학의 또 다른 목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기업경영에 대한 이론적인 소양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목적은 2세들끼리 다양한 인맥 쌓기이다. 어떤 면에서 이재용·정의선·조현상 등 재벌 후계자들에게 MBA라는 학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현행법 체제 아래에서 설사 고졸이나 사회적 문제아일지라도 증여·상속세를 충실히 납부한다면 아버지의 경영권을 세습받는 것을 강제로 막을수는 없다. 이 때문에 후계자들의 MBA 성적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상황. 오히려 후계자들 간에 친목을 도모하고 나아가 카르텔을 형성하는 일이 경영이론 습득보다 더 중요하다. LG가(家)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라면 재벌 2세들의 모임은 우연한 만남일지라도 언론 등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국내에서는 언론 및 구설수 등을 의식한 나머지 몸가짐과 행동이 더욱 조심스럽기 때문에 서로 간 교제의 과정이 쉽지 않다”며 “차라리 미국 등 외국에서 사회적 관심과 주목 없이 자연스럽게 친목을 도모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혼맥…재벌끼리 새로운 ‘패밀리’ 형성 재벌2세의 인맥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이 혼맥이다. 혼맥은 학연·혈연·지연 중 혈연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인맥의 양과 질을 볼 때 학맥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묶인다는 점에서 더 가까운 관계를 형성한다. 최근 재벌가 혼맥도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삼성-대림가, 지난 3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대림그룹 회장의 장녀인 아내 임세령 씨와 이혼하면서 삼성과 대림의 혈연이 끊어졌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그룹 부회장은 차기 황제로 사실상 확정된 황태자 중에서 가장 특이하고 강력한 혼맥을 자랑한다. 그의 아내 미나미 씨는 일본의 황실에 견줄 정도로 전통 귀족 가문의 영애이다. 실제로 미나미 씨는 신 부회장과 혼인담이 오가기 전에 일본 황태자비로 거론됐을 정도이며, 신 부회장의 결혼 당시 나카소네 수상을 비롯한 일본의 파워 엘리트 그룹이 대거 참석한 것도 처가의 일본 내 영향력을 대변해 주는 것. 실제로 신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 추진, 롯데쇼핑의 해외 상장, 롯데 관광 인프라 사업 구상 등의 행보에서 처가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두산그룹의 경우 현재 그룹을 이끄는 3세의 혼맥이 재계로 향했다면, 4세들은 정관계 실력자들의 영애를 아내로 맞는 등 정치계로 혼맥의 방향을 뻗고 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의 반려자 박소영 씨는 5공화국에서 공군 참모총장을 지냈고 전역 후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난 김인기 씨의 딸이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경원 전 전신전자 대표의 부인 서미경 씨는 5공화국 전두환 정권 시절 동력자원부 장관으로 재직하다 순직한 서상철 장관의 차녀이며 서상목 전 국회의원의 형이다. 서 장관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파 사건 때 순직했다. 반면, 3세의 경우 박용오 전 그룹회장의 아내 고 최금숙 씨는 정인욱 강원산업 창업주의 영애이고, 박용성 현 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희 씨는 김선필 전 삼성물산 사장의 딸이다. 5남인 박용만 그룹 부회장의 부인 강신애 씨는 증권가의 대부 강선진 전 증권협회장을 아버지로 두고 있다. 그 외, 6남 박용욱 씨의 아내 이상의 씨는 이건 전 대호건설 회장의 딸이다. 박용만 부회장은 장인 강 전 증권협회장을 통해 김복동 전 의원, 김한수 한일그룹 창업주, 노태우 전 대통령과 연결되고 있으며, 박용욱 씨는 장인 이건 씨를 통해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과 혈연을 이었다. SK그룹의 혼맥도는 창업주인 고 최종건 전 회장의 대에서는 여느 재벌가 못지 않게 화려하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비롯해 정·관계, 학계, 재계 등 두루 포진해 있다. 특히 박정희 정권 시절에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는 서로 호형호제했을 정도다. 하지만 아들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으로 한정할 경우 SK의 혼맥도는 초라할 정도다. SK그룹의 화려한 인맥도는 최 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현 SK 회장에게서 꼽힌다. 그는 6공화국의 황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맏딸 노소영 씨와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혈연의 기회 남은 후계자들 반면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후계자들도 많다.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가장 확실한 대상은 단연 LG그룹의 황태자 구광모 LG전자 사장. LG그룹의 혼맥도는 사돈가이자 오랜 사업적 파트너였던 GS그룹의 허 씨 가문 외에도, 3공화국 박정희 정권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권력과 자금력의 대표주자들이 고루 포진해 있다. 하지만 LG 가문의 황태자 구광모 LG전자 사장은 현재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 석사과정을 막 마친 상태로 결혼을 앞두고 있다. 특히 LG 그룹에서 구광모 씨의 위상은 그가 MBA 과정을 밟고 있는 동안에도 LG전자 내에서 대리 직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증명된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일개 대리가 학업을 위해 수년 간 휴가를 받는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이 같은 광모 씨의 그룹 내 지지기반은 그의 두 아버지다. 그의 현재 아버지, 즉 양아버지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LG의 최대주주이자 현재 회장이다. 그리고 광모 씨를 낳아준 친아버지인 구본능 씨는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LG의 2대 주주임과 동시에 희성그룹의 회장직도 동시에 맡고 있다. 광모 씨의 두 아버지 지분을 합칠 경우 60%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그의 경영능력 검증 여부와 관계없이 차기 LG그룹 황제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광모 씨에게 남은 것은 두 아버지의 후원을 등에 업고 자신의 경영능력을 함양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이처럼 재벌가의 인맥교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때때로 국내에서 대놓고 황태자들끼리의 모임 등을 만들어 그들만의 세(勢)도 과시하고 인맥도 넓히는 경우도 있다. 이들 모임들 중 가장 최근에 알려진 것이 포야다. 포야는 허위학력으로 논란이 된 신정아 씨 사건으로 인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이 포야 모임에는 왕윤종 SK텔레콤 상무,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 김승수 CJ그룹 부사장,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이 소속돼 있었다. 그리고 재벌 후계자들의 모임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주도했던 브이 소사이어티다. 그러나 이 모임은 2년 전에 해체됐다. 마찬가지로 기업에도 목표가 있다. 기업의 경영진들은 많은 경쟁에서 살아남고 재화를 최대한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은 현대사회의 중심축이다. 국민이 기업에 모여 창출한 가치가 국가의 국력이 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수준이 된다. 또 대부분의 정치활동은 이 같은 부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고, 창출된 부를 일부 기득권층만이 독점하는 것을 규제하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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