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호 박성훈⁄ 2009.04.27 13:37:13
과학과 정보통신에 보낸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가 두드러진 한 주였다. 이 대통령은 4월 21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제42회 과학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훌륭한 과학자 한 명이 유전(油田)보다 가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며 과학자들을 치켜세웠다. 특히 “아직도 이공계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미래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며 과학기술인이 존경받는 시대”라고 말했다. 정부가 ‘풀뿌리 개인연구’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연구 개발 투자도 매년 10% 이상 늘려서 오는 2012년에는 국내총생산, GDP의 5%까지 확대하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청와대 조직에 IT(정보통신기술) 업무를 담당하는 IT 전담관의 신설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4월 22일 IT 업계 대표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청와대 안에 IT 전담관을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위기극복 후 재편될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의 중심에 바로 여러분들이 있다”며 업계 대표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IT 업계 대표들과의 오찬은 관계자들의 애로와 건의를 듣고 싶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희망에 따라 마련됐다고 한다. 간담회는 1시간 40분 간 발언을 원하는 모든 업계 관계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IT 업계 인사들과 가진 단독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IT 대변하는 정책 컨트롤 타워 신설에 업계 호응 지금까지 IT 업계에서는 정부 부처마다 IT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차이가 있고 업무내용도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업무추진에 난항을 겪어 왔다. 이러한 업계의 하소연에 이 대통령은 곧바로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에게 관련 내용의 검토를 지시했다. 업계는 현 정부에서 IT를 홀대하고 있다며 불신감을 나타내기도 해 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IT 전담관 신설 방침은 54회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선물처럼 주어졌다. 이를 보는 IT 업계의 표정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반응과 아직 불신을 거둘 수 없다는 반응으로 갈린다. 나름 소득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집권 주도세력 자체의 인식과 철학에 변화가 없으면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IT 업계를 대변해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해줄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청와대 내에 생긴다는 점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호응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IT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기업들이 위험부담을 이유로 잘 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개척이 힘들다’는 애로를 토로한 데 대해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사용해 시장에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일하다 잘못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공직사회에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일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제도를 이미 마련해 둔 상태”라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을 돕는데 앞장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루와 IPTV 이용한 인적자원 개발 계약 체결 정부는 4월 27일 페루 리마에서 인터넷프로토콜 텔레비전(IPTV)을 이용한 인적자원 개발 계약을 한국 컨소시엄과 페루 컨소시엄 간에 체결했다. 이 사업은 2009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10억 달러 규모로 추진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중 1단계 사업으로 IPTV 네트워크를 포함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적자원 개발, 가상대학 교육 시스템 등 5가지 IPTV 인적자원 구축 평가 시스템에 대한 1억7000여만 달러의 본계약이 당일 체결될 예정이다. IT 업계 대표들은 “이 대통령이 순방외교를 통해 IPTV와 DMB·와이브로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덕분에 페루와 인도네시아 등 관련국들과의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또한, 오늘 오찬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은 중소기술을 묶어 대표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녹색성장산업 육성에 IT 적극 활용 이 대통령의 IT산업에 대한 인식변화에는 정부가 숙명사업으로 내세운 녹색성장 산업 육성의 중심에 IT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의 중심에 녹색기술이 있고, 그 가운데에 IT 기술이 있다”며 녹색성장에서의 IT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 대통령은 “IT 기술이 어디에 융합하느냐에 따라 그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만큼 IT가 어떻게 융합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IT가 제철·조선·자동차 등과 결합돼 더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산업과 다른 산업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IT가 앞으로 고도화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른 산업과 융합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IT 업계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고민을 나타내기도 했다. ■IT의 정부 불신 해소되나 이는 실로 대단한 인식변화다. “IT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했던 이 대통령의 말은 IT 홀대론의 대명사로 꼽힐 정도였다. 현 정부에서 IT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융합이나 고용창출에 큰 도움이 안 되는 분야로 치부됐다.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정보통신부가 폐지됐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IT는 죽었다”며 종말론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측에서 나온 IT 폄하 발언과는 논조가 사뭇 달랐다. 한껏 자세를 낮췄으며, IT인들을 섬기는 모습이었다. 업계는 기대 이상의 변화라며 환영했다. 청와대 IT 전담 비서관의 등장으로 IT 정책 부재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다음과 같이 이 대통령이 말한 기대치를 보면 지속적인 관심이 기대되기도 한다. 즉, “IT 업계가 핵심기술 개발 및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위기 극복 돌파구를 마련해 다시 한 번 IT 강국의 희망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는 그 기대치를 달성하려면, 이번과 같은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IT산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국부창출에 제 역할을 감당해 왔다. 지금도 우리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흑자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게 IT이다. 외환위기 때에도 외국에서 달러를 벌어들여 수익 모델을 만들어 온 분야가 IT산업이다. 대통령의 IT 리더십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