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경기도 과천의 국립 과천과학관에 이명박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인 날이었다. 경호원들까지도 두손 두발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 대통령과 치열한 접촉을 시도한 어린이들은 다름 아닌 청와대 어린이 기자들이었다. 이날 기초과학체험관에 참석한 25명의 어린이 기자단은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이며 마지막까지 이 대통령에게 접근해 질문을 계속 던지는 등 제법 언론사 기자를 닮은 집요함을 보여주었다. 이 대통령이 태풍체험관, 로켓 발사체 체험, 테슬라코일 등 경내 시설을 시찰하는 동안에는 대통령의 동선을 미리 예측해 앞서 기다리는 등 프로적인 근성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과학관을 떠나기 직전까지 질문을 하는 어린이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은 “기자활동 잘 해야 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는 것. ■오탈자는 많지만 ‘퓰리처상’감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은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사로 쓰고 이를 공유해 유익한 정보와 소식을 나누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어린이 기자들은 다양한 취재 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국제사회에서 조국과 인류 발전에 헌신할 세계적 일꾼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어린이 기자단이 만든 인터넷 신문 ‘푸른 누리’의 예비 창간호는 지난해 12월 1일 발간됐다.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목요일에 발간되는 ‘푸른누리’는 4월 16일부로 9호를 발행했다.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은 모두 1071명으로 구성됐고, 정식 창간호 발행일은 오는 18일이다. 한 호당 어린이 기자들이 써 보내는 기사는 400~500건 정도. 이 가운데 편집진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200~250건이 푸른누리에 실린다. 평균 2대1의 낮지 않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은 오·탈자가 많고 서투른 문장도 눈에 띄지만, 열정만큼은 모두가 퓰리처상감이라는 것이 편집진의 의견이다. ■대통령도 꼼꼼히 보는 ‘푸른누리’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은 지난해 11월 8일 출범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배석했으며, 현재 청와대에 출입하고 있는 문화일보 심은정 기자가 ‘기자의 태도 및 취재법’을 주제로 강연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어린이가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데 전력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만약 (청와대의 국정활동이) 제대로 안 되면 기사로 내보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며 “어린이가 보는 세상, 어린이가 보는 청와대, 어린이가 보는 우리 이웃 등 여러분이 보는 그대로를 보내주면 신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인 나도 이를 꼼꼼히 다 볼 것”이라며 “대통령이 된 후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보내줬지만, 어린이가 보내준 것은 한 건도 빼지 않고 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눈에 비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써서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여러분이 1기인데, 1기가 잘 해야 2기, 3기도 잘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내가 서울시장을 할 때도 이런 제도가 있었는데, 어린이보다 더 열성적인 부모들도 많더라”며 “세상을 정확하게 보고 협동심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기자 생활을 통해 어린이가 필요한 인재로 자라는 것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나라를 사랑하고 이 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선생님을 대하고 이 세상을 볼 때 여러분이 좋아지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가까이 있는 친구, 이웃을 좋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중간중간에 “여러분은 대한민국을 사랑하죠? 다 좋아하죠?” “부모님들 중에 대통령 좋아하는 분들은? 100%죠? 전원 다죠?”라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고장소식·신변잡기 등 다양한 주제 올해 10월까지 1년 간 활동할 1기 어린이기자단은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전국 초등학생 3~5학년 가운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정예 멤버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각종 어린이 신문과 인터넷 신문에서 활동하며 내공을 쌓은 기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한국발명진흥회의 청소년발명기자단으로 활동한 류연웅 기자(인천 양지초교 5년)는 지난해 ‘올해의 기자’로 선정돼 특허청장상을 받은 실력파다. 푸른누리 1~3호에도 벌써 15건의 기사를 올려 ‘12월의 우수기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푸른누리의 대망의 창간호에는 기자단 출범식 스케치 기사, 우리 학교 소식, 내고장 소식, 기자단의 각오 등이 실렸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가수 비와 소녀시대,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 개그맨 박준형 등 유명인사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 여느 언론사 창간 못지 않은 출발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에서 “푸른누리가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드는 희망의 신문이 되기를 바란다”며 “많은 친구들을 대신해 세상에는 보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가슴에 원대한 꿈을 품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며 “자신의 꿈을 키워 국제사회에서 조국과 인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세계적 일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른누리의 편집인인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창간호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의 맑고 순수한 눈으로 본 진실한 세상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자는 뜻에서 신문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3호에는 ‘신나고 알찬 겨울방학 100배 즐기기’를 주제로 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김선우 기자(충남 천안 신부초교 5년)는 가족과 함께 부산에 다녀온 여행기를 썼고, 박수아 기자(서울 미래초교 4년)는 몸을 튼튼히 하기 위해 방학 동안 열심히 하고 있는 줄넘기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또한 햄스터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조윤교 기자(서울 언북초교 5년), 독자들에게 보드 게임과 퍼즐 맞추기를 추천한 김지수 기자(경기 남양주 덕소초교 4년) 등의 생생한 기사들이 푸른누리를 장식했다. 이 밖에도, 어린이 기자 6명이 사이버 외교단체 ‘반크’의 박기태 단장을 만나 인터뷰한 기사도 눈에 띈다. 어린이 기자들은 반크라는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터넷 외에 한국을 소개하는 방법은 또 없는지,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이었는지, 영어를 잘 못하는데 어린이 반크에 가입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상세하게 실었다. ■“어린이 기자들 얕볼 게 아니다” 4월 9일에 있었던 광주지법 공보관 김종복 판사와의 인터뷰는 김 판사가 “어린이 기자들이라고 해서 얕볼 게 아니더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어린이 기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통에 진땀을 뺐다는 것이다. 광주와 전남에 사는 초등학생 기자 10명은 광주지법에 찾아와 재판을 방청한 뒤 자리를 옮겨 김 판사를 상대로 질문 공세를 폈다. “선생님에게 촌지를 주면 처벌받나요?” “판사의 오판으로 피고인이 사형을 당하면 어떻게 하죠?” 등 어린이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느라 애를 먹었다. 미래의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면 판사가 되느냐”거나 “수많은 법조문을 어떻게 다 외우느냐”고 질문하기도 했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판결을 내리도록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나 ‘양측 주장이 맞설 때 공정한 판단을 하는 기준’처럼 제법 어른스러운 의문을 던지는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개중에는 “왜 여자 어린이까지 소년재판을 받도록 규정돼 있느냐”는 다소 엉뚱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김 판사는 “잘못된 판결을 줄이려고 3심을 거치고 소년재판의 ‘소년’은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어린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삼성·포스코 등 대기업 취재도 도맡아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사옥을 방문해 삼성 체험행사에 다녀오기도 했다. 갖가지 삼성전자 제품과 기술들을 소개받고 TV·컴퓨터·라운지 시설까지 갖춘 첨단시설을 관람을 하면서 40분 간 자유취재 시간을 가졌다. 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방문해 맹인안내견의 양육과정과 안내견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한 취재를 벌였다. 1월 22일에는 포항 포스코에 청와대 어린이 기자 79명이 방문했다. 이들은 포스코 역사관을 비롯해 환경센터·후판공장·폐수종말처리시설·연료전지공장 등을 누비며 활발한 취재 활동을 벌였다. 안내를 맡은 포스코 직원에게 질문을 쏟아내고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었다. 직원들의 설명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운 채 고사리 같은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취재수첩에 기록했다. 이날 어린이 기자 대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한 견학 장소는 후판공장.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를 옮기느라 열기와 굉음이 뒤섞인 현장에서도 이들은 당황하지 않고 제작 공정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성인 기자들의 취재 과정과 다를 바 없는 진지하고 집요한 모습이 이날 하루 종일 펼쳐졌다. 포스코 탐방을 총괄했던 포스코 ERG 대외협력실 박성원 과장은 “아이들의 적극적이며 진지한 모습에 놀랐다. 대통령께서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시는 것 같다”고 기자단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인터뷰] “상상 못한 기자 직업, 기삿거리 많아요” 청와대 ‘푸른누리’ 기자 임지수 양 뽀얀 얼굴에 갓 여드름이 피기 시작한 임지수 양(5학년. 서울 연희초)은 여느 초등학생들과 다르지 않은 수줍음 많은 어린이다. 재즈댄스학원과 보습학원에 다니고 요리사나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 많고 평범한 소녀이다. 하지만 지수 양에게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청와대 ‘푸른누리’ 기자라는 것이다. 지난 11월 8일 청와대 ‘푸른누리’ 기자단의 출범 이후 6개월 간 활동해 온 지수 양은 지난 1월 우수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에게 어떻게 해서 지원했나요? 예전부터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4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청와대에서 어린이 기자를 모집하는데 지원 해보라고 권유하셨어요. 그래서 청와대에 가면 대통령 할아버지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원했어요. 담임선생님께서 신청서도 만들어주시고, 엄마한테 시켜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도장을 받아서 바로 신청했더니 합격됐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되고 나니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청와대에 가본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어요. 이명박 대통령 할아버지랑 김윤옥 할머니도 실제로 만나봤어요. 한 번밖에 못 봤지만요(웃음). 출범식 때 만나본 게 전부예요. 실제로 대통령 할아버지랑 영부인 할머니를 만나니까 어땠어요? 되게 대단해 보였어요. 대통령이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분 앞이라 떨리기도 하고요. 전에는 높은 분이라 거리감이 많이 느껴졌는데, 실제로 보니까 친절하고 인자하셨어요. 존경스럽기도 하고요.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 출범식 때에는 단상에서 내려와 일일이 애들이랑 인사하고 악수도 해 주셨어요. 악수할 때 사진도 찍어주셔서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놨어요. 출범식 분위기는 어땠어요? 떨리고 설레고 재미있었어요. 천장도 높고 엄청 컸어요. 궁전 같았어요. 안을 한번 둘러봤는데, 사슴도 봤어요. 청와대 안에서 키우는 동물이라 보기 드물다고 해서 못볼 수도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볼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던 거예요. 선물로 청와대 모양이 새겨진 시계랑 수첩이랑 과자랑 사탕도 받았어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하지 않던가요? 처음 기자단에 합격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어린이 기자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어떤 애들은 ‘나도 할 걸’하고 부러워하면서 관심을 가져주기도 했어요. 어떤 취재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처음에는 동행취재 신청을 많이 했지만 잘 안 되다가, 지난 1월에 포스코에 취재를 갔었지요. 방학 때 1000명 넘는 기자단 중에서 80명 정도만 갔다 온 것 같아요. 그런데 공장이 그렇게 큰 줄 몰랐어요. 공장 짓는데 비용도 엄청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쇠 만드는 것도 봤는데, 일하는 분들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열기도 뜨겁고 수증기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아무 것도 안 보일 때도 있더라고요. 저도 더웠는데, 기계 옆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은 엄청 덥겠다고 생각했어요. 일하시는 분들에게 말도 못 걸었어요. 바쁘시잖아요. 설명하는 분들에게만 질문했어요. 광양의 제철소와 어떻게 다른지 물어봤는데요. 모양이 우선 다르다고 설명해주셨어요. 광양은 1자로 늘어선 모양이고, 다른 곳은 U자 모양이라고요. 김연아 피겨 선수를 취재할 기회도 두 번 있었지만, 둘 다 놓쳤어요. 한 번은 신청했다가 떨어졌고, 이번에도 취재기회가 있었는데 마감일이 수련회 기간이라 못 해서 아쉬웠어요. 연아 언니 보고 싶었거든요. 학원에 다니랴, 학교 공부하랴, 바빠서 취재할 시간을 내기가 힘들 것 같은데, 어때요? 주말에도 학원에 나갈 정도로 쉴 시간이 없는 아이들도 있는데, 저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학원에 나가서 그나마 나은 편이에요. 평일에는 재즈댄스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2006년부터 배운 지 3년째예요. 잘은 못 추는데, 선생님께서 동작만 알려주시면 제법 따라 할 수는 있어요. 보습학원에도 다니고요. 기사를 검색해보니까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썼더군요. 이번 4월에 썼어요. 선생님께서 도서바자회에서 추천해주신 책인데요.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어서 썼어요. ‘리더’란 책은 어떤 리더십이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시리즈물인데, 위인의 격언도 써 있는 유익한 책이에요. 전에는 포스코 기사랑, 학교 교장·교감선생님이 정년퇴임하셔서 다른 분으로 바뀌었던 일, 학교에서 저금통 나누어주고 불우이웃 돕기를 했던 일을 기사로 쓰기도 했어요. 푸른누리 홈페이지에서 지수 양이 쓴 기사를 보면 뿌듯하겠어요. 기분 좋아요. 기사가 처음 채택됐을 때, 기자 신청을 하라고 도움을 주신 선생님에게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더 잘하라고 답장을 주셨어요. 지수 양은 커서도 기자가 되고 싶나요? 솔직히 기자라는 직업은 상상도 안 해봤어요. 시험이 까다로워서 되기가 엄청 어렵다고 들었어요. 한식 요리사가 되고 싶고, 가수나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해요(웃음). 활동기간이 10월 말까지라 6개월 정도 임기가 남아 있는데, 어떻게 활동할 거예요? 공부 많이 해서 단체 동행취재도 적극적으로 해보고, 주변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다뤄보고 싶어요. 주변에 글로 쓸 수 있는 소재가 아주 많아요. 구청에서 열리는 바자회나 경로당 이야기도 재미있는 게 많고요. 지금까지는 바쁘단 핑계로 못 쓴 이야기도 많았는데, 앞으로는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