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발생한 SI(Swine Influenza. 돼지독감)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4월 29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맥시코에서만 1995명 이상의 의심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52명이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통계로는 확진환자가 7개국에서 105명(미국 64명, 멕시코 26명, 캐나다 6명, 뉴질랜드 3명, 영국 2명, 이스라엘 2명, 스페인 2명)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WHO는 인플루엔자 대유행 위험단계를 5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5단계는 바이러스가 WHO 한 개 지역 내 두 개 이상의 국가에서 지속적인 지역사회의 유행이 발생할 경우 발령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심환자가 12명이 신고됐고, 1명은 추정환자, 6명은 음성 확인, 5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추정환자(51, 여)는 멕시코 입국자로, 기침·발열 등 급성 호흡기 증상을 보여 보건소 신고를 통해 확인돼 격리병상으로 격리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입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복지부, 전방위 방어 돌입 SI가 발생하면서 보건복지가족부는 4월 24일 검역대상을 미주 노선 입국자에서 전체 공항 입국자로 확대하고 발열 감시와 바이러스 진단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환자의 조기발견을 위해 미국·멕시코 여행력이 있는 급성 호흡기 환자에 대해 신고를 강화했다. 4월 27일에는 대한의사회와 병원협회에 환자 감시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보건소 지침과 의료기관 지침을 내리고, 항바이러스제 250만 명분과 마스크 등을 보건소와 병원에 배포했다. SI에 대한 예방수칙의 대국민홍보와 해외 동향 파악, 위험국가 교민 관리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또, 대량 환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을 인구대비 5%에서 10%로 확대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이덕형 보건복지가족부 질병정책관은 4월 30일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에서 주최한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관련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그간의 상황을 보고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밝혔다 이 정책관은 “SI는 예방이 중요한데 국민들의 자발적 신고와 각 부처의 대국민 홍보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국민들이 과도하게 불안하지 않도록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축산농가 위해 돼지 거론 말아달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멕시코·미국 등에서 수입되는 돼지고기에 대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사 조치를 4월 25일부터 시행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돼지고기 섭취로 감염되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수입 돼지고기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멕시코 등 수출국 정부에 수출 돼지고기 도축검사 강화 요청도 했다. 4월 27일에는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했다. 북미지역으로부터 돼지수입을 잠정 중단하고, SI를 법정전염병으로 신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또, SI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가축위생 방역지원본부 및 대한양돈협회 등과 함께 예찰검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농식품부 내 인플루엔자 상황실과 대응 TF팀을 구성해 인플루엔자의 국내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 검역 및 국내 방역이 강화됐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바이러스는 돼지와의 연관성이 불명확하다며 발생국 이름을 인용해 멕시코 인플루엔자(MI)로 명명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장기윤 농림부 동물방역팀장은 “돼지란 말은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축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농림부는 SI를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신규 지정하고, 가축전염병 발생시 신고 검사 및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매몰처분 대상 가축전염병에 SI를 신규지정하고, 향후 WHO 등 국제기구와 미국·멕시코 등 외국의 조치 상황에 따라 제1종 전염병으로 격상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1종으로 지정되면 가축의 소유자와 가족·고용자에 대한 이동 제한 또는 소독조치가 가능해진다. ■학계 “타미플루보다 항바이러스제 비축해야” 또, 북미산 등 모든 국가의 돼지고기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고, 미국과 캐나다·멕시코 노선으로 입국하는 해외여행객에 대해 휴대품 검사를 강화하며, 검역탐지견을 집중 배치한다. 장기윤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팀장은 “앞으로 상황이 심각해지면 SI를 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돼지고기 소비의 감소로 농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시.도와 연계해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SI의 해결책으로 타미플루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람 간의 2차 감염을 대비해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확산되고 있어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비축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보통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3일이 지난 뒤 발견되는데, 이때에는 타미플루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 “인플루엔자는 공기 중으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감염자가 확산될 수 있다”며 “현재 돼지 인플루엔자에 불현성 감염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타미플루에만 의존했다간 큰일이 난다”고 경고했다. 돼지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 특성상 헤파필터가 부착된 마스크를 착용해야 제대로 차단할 수 있다. 돼지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했을 때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오명돈 서울대 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긴급의료체계는 잘 갖춰져 사망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사스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가 발생할 때 즉각 격리하고 치료하는 등 대처할 수 있는 긴급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SI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들이 있기 때문에 환자 조기발견 및 격리가 좋은 전략이 아니다”라며 “손씻기 등 감염의 확산경로를 막는 국민 캠페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대외 유동인구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극한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백신 연구개발 예산을 충분히 투입하고 환자 격리병동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