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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이후 정국 기상도

한나라당 [흐림], 민주당 [흐린 후 맑음], 진보신당 [맑음], 박근혜 [맑음], 정동영 [맑음], 이상득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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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16,117호 박성훈⁄ 2009.05.07 12:57:48

국회의원 5명과 기초단체장 1명을 뽑는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1석도 건지지 못하고 5대0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낸 반면, 무소속 후보들은 전주 덕진과 완산갑, 그리고 경북 경주 등 3개 선거구에서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고, 민주당은 민심의 흐름을 보여주는 승부처로 꼽혔던 수도권의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에서 당선자를 내 겨우 체면치레를 했으나, 정치적 텃밭인 호남에서 전패하는 바람에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4월 30일 오전 10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보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인천 부평을 민주당 홍영표 후보, 전북 전주 덕진 무소속 정동영 후보, 전북 완산갑 무소속 신건 후보, 경북 경주 무소속 정수성 후보, 울산 북구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그리고 유일한 기초단체장 재보선이었던 시흥시장에는 민주당 김윤식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을 탈당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에 출마한 무소속 정동영 후보는 72.2%를 득표, 12.9%를 얻은 민주당의 김근식 후보를 압도적으로 꺾고 당선됐다. 그리고 정 후보와 무소속 연대를 형성, 전주 완산갑에 무소속으로 나선 신건 후보도 50.3%를 득표, 32.2%를 얻는데 그친 민주당 이광철 후보를 여유 있게 눌렀으며,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수도권 지역으로 최대 격전지가 된 인천 부평을에서는 민주당 홍영표 후보가 49.5%의 득표율로 39.1%를 득표한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를 꺾었다. 그리고 경북 경주에서는 친박 계열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47.16%를 얻어, 재기를 노린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의 꿈을 좌절시키며 큰 표 차이로 당선됐다. 또한,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를 4033표 차로 제치고 진보신당 창당 1년 만에 원내 진입에 성공했으며, 경기 시흥시장 선거에서는 46.1%를 얻은 민주당 김윤식 후보가 44.1%를 득표한 한나라당 노용수 후보를 2%P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따라서 국회 의석 분포는 한나라당 170, 민주당 84, 자유선진당 18, 친박연대 8, 민주노동당 5, 창조한국당 3, 진보신당 1, 무소속 10석(김형오 국회의장 포함)이 됐다. ■친이VS친박 계파갈등 수면위로 부상할 듯 이번 4.29 재보선이 비록 5곳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총선 이후 첫 국회의원 선거인 데다 향후 정국의 풍향을 가늠할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정치적 의미가 부여된 재선거였다. 여권으로서는 민심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승부처로 여겼던 수도권 지역 부평 을에서 패하면서 가깝게는 6월 임시국회에서, 멀게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 당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겪었던 40대0이라는 ‘재보선 전패’위기감을 느낄 정도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며, 집권 2년차를 맞아 국정 드라이브를 가속해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선거 패배로 인해 상당한 정치적 부담감을 안게 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선거 이슈가 야당이 주장했던 ‘MB 정권 심판론’과는 거리가 있었고, 경제위기라는 악재 속에 치러졌다는 점에서, 향후 개혁 ‘드라이브’에 적지 않은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선거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친이계’ 내부에서 ‘선거 책임론’까지 제기되어 당 지도부 퇴진론까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박희태 대표가 물러나고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주에서 친박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계보인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를 가볍게 제치는 바람에 친이·친박 진영 간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된 이번 경주 재보선에서는 정수성 후보가 단지 박근혜 전 대표 사진 한 장에 기대어 현 정권의 실세와 맞붙어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것은 경주 시민들조차 예상 못했던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정수성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의 중앙당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유세와 조직, 그리고 자금의 지원에 맞서 혈혈단신으로 자원봉사자와 전국에서 모여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지원을 토대로 정국의 핵심을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재보선의 승리는 정수성 후보의 철저한 바닥민심 얻기가 이룬 쾌거로, 민심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서 회자될 전망이다. 동시에 박 전 대표의 폭발성이 다시 한 번 입증돼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상득 의원 책임론 대두되나 반면,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는 지난 18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박근혜 바람’을 넘어서지 못하고 바닥민심 잡기에 또다시 실패하는 비운을 맞게 됐으며, 따라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지난 18대 총선에 낙선했던 인사를 또다시 공천하는 모험을 걸고 당세를 기울여 총력을 집중했지만 결과는 역시 실패로 드러나 향후 정국 운영에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이계에서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외면한 데 대해 공격하고, 이에 맞서 친박계가 잘못된 공천을 내세워 ‘주류 책임론’을 제기한다면 계파 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실질적으로 당 운영을 주도해 온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3월 초에 귀국한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론이 대두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첫 국회의원 재선거가 포함된 ‘미니 총선’에서 패배함에 따라, 오는 6월 ‘미디어 입법 대치’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여권의 국정운영 리더십도 일부 손상을 입을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현재 여당 내 역학구도를 감안할 때 지도부 쇄신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대안부재론’에 따라 박 대표가 대표직에 잔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이 완패한데다 승부처인 수도권 승부에서 모두 이김에 따라 일단 ‘절반의 승리’는 기록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재보선을 통해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정국 주도권 장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당 비주류 일각에서 전주 선거 패배를 들어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수도권 승리로 인해 정세균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정세균 대표 체제가 힘을 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18대 총선 이후 칩거에 들어간 손학규 전 대표도 이번 부평을 지원유세를 통해 칩거를 깨고 오는 10월 재보선에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명분을 축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동안 야인생활을 해 온 손 전 대표가 사실상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선거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정동영 전 통일 장관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 전 대표의 10월 재보선을 통한 원내진입 시나리오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정치권 내 관측과 함께, 이번에 보여준 헌신적 리더십이 당 지지기반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또한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 지도위원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김근태 고문 역시 이번 수도권 선거의 적극적인 참여로 당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번에 당선된 정동영 전 장관의 복당 문제 등으로 당이 분란에 휩싸일 때 손 전 대표와 함께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수혜자가 자신의 정치적 고토를 회복한 정동영 전 장관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으며, 특히 ‘무소속 연대’를 통해 전주 완산갑에서 신건 전 국정원장의 승리를 견인해내면서 향후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탈당 뒤 무소속 출마한 ‘정-신’ 후보가 복당을 추진하고 당내 비주류가 이에 가세할 경우 계파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과 함께, 실제로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이 복당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기반을 호남으로 넓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정 전 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전주 시민들이 보내주신 뜨거운 사랑은 정동영 개인의 승리가 아닌 이 나라를 걱정하는 전주 시민 모두의 승리이고,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걱정하고 열망하는 시민의 승리다”라고 승리 소감을 말했다. ■진보신당 창당 1년 만에 원내진입 평등·평화·생태·연대의 새 세상 건설을 궁극목표로 민주노동당에서 분화돼 지난해 3월 창당한 진보신당이 이번 4.29 재보선에서 울산 북구에 조승수 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1년 만에 원내 진입에 성공하여 진보세력의 한 축으로서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단일후보로 나선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당선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노당 5석에 진보신당 1석을 보탬으로써 진보진영의 입지가 다소 확대된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 등 간판급 스타들이 낙선하면서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던 진보신당은 원내 정당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일화를 통한 승리를 계기로 진보진영의 재통합 문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관계자는 “진보신당이 창당 1년 만에 거대 집권여당에 맞서 영남에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특히 민주당 등 기존 보수야당들이 대안야당으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진보신당의 국회 진입은 향후 국민들의 여론변화에 중요한 계기를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기대했다. 이와 더불어 “진보세력이 향후 대안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진보신당이 진보세력의 주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4.29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한다”며 “선거결과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앞으로 경제 살리기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 반응 자제하는 듯한 모습 보여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민이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단호히 심판했다”며 “수도권에서 승리를 안겨준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역대 재보선과 달리 선거 지역구가 많지 않아 선거 결과에 민심이 투영될 여지가 적다는 논리에 따라 그 동안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로 보는 시각에 거리를 둬 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공식 반응을 자제한 채 향후 정국 향배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4월 2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선거 결과를 두고 공식 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어느 쪽이 되든)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는 민심의 척도인 재보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선거 결과를 ‘정권심판론’으로 과잉해석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내심 청와대 내부에서는 그동안 당력이 총동원된 인천 부평을과 경북 경주 지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승리하길 바라는 기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승리했다면 지난해 ‘6·4 재보선’ 참패를 설욕하고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분수령으로 활용하면서, 더불어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띤 경북 경주에서 패하면 친이 진영이 입을 내상이 만만찮은 점도 청와대의 고려 대상이었던 만큼, 선거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기류와 아쉬움을 토로하는 기류가 공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30일 오전 과의 전화통화에서 “전반적인 큰 틀에서 판단했을 때 사실 4대1이나 최악의 경우 5:0까지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서 “부평 을이나 경주에 대한 결과를 너무 과잉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선거 구조 자체가 어차피 불리한 지역에서 치러진 것 아니냐. 선거 구역들이 다 대표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아무튼 이번 재보선의 결과를 놓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 설정은 물론 한나라당내 화학적 결합 등 새로운 과제를 놓고 당내 각 계파의 수장들을 중심으로 한동안 여권이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거 결과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보다 더 큰 차원의 과제라 할 수 있는, 친이계에게는 ‘탕평’을, 친박계에게는 ‘정체성의 확립’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선 참패의 교훈을 옳게만 새겨듣지 않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정동영을 버리고 수도권을 얻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치적 텃밭이 흔들린 제1야당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요구한다는 복합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전북의 리더’임을 재확인한 정 전 장관과의 관계설정은 민주당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는 주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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