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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大 입학사정관제 유치 熱戰

정부 ‘40개 대학 선정 236억 지원’ 발표 이후 각 대학 도입에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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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8호 박성훈⁄ 2009.05.19 14:10:21

입학사정관제가 각 대학의 경쟁적인 도입으로 학생선발제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29일,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대학 중 40개를 선정하여 2009년 236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정부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2009년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계획을 확정, 한 달 간 대학들의 사업신청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40개교 가운데 10곳은 ‘선도대학’, 25곳은 ‘계속지원대학’, 5곳은 ‘신규지원대학’으로 분류해, 선도대학에 가장 많은 학교당 10억∼30억 원씩 총 150억 원 가량을 지원하고, 계속지원대학은 신청금액과 심사결과에 따라 약 70억 원을, 신규지원대학은 약 10억 원을 차등 지원한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입학사정관을 통해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입학사정관은 교과성적만이 아닌 다양한 전형자료를 심사해 학생의 잠재력·소질 등을 평가한다. 입학사정관이 주로 평가하는 요소는 학생이 인생의 목표에 맞는 학과를 지원했는지, 지원한 대학과 학과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얼마나 가졌는지, 대학 진학 후 구체적 학습 계획은 있는지 등이다. ■ KAIST·포스텍 필두로 각 대학 유치경쟁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 소식이 나오면서 각 대학에서는 여러 형태의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고 앞다투어 발표했다. 처음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발표한 카이스트(KAIST)는 지난 3월 5일 이번 입시부터 특목고가 아닌 전국 일반고를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과 심층면접만을 통해 150명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예산으로 현 정원 850명을 1000명 이상으로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어린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KAIST 다음으로는 라이벌인 포스텍(포항공대)이 지난 3월 정원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고 밝혔다. 대학평가 1, 2위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도입 발표를 하자, 수도권 주요 사립대들도 입학사정관제에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 고려대는 정원의 23.5%인 886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한양대도 정원의 19.8%인 1031명을 입학사정관 선발에 할당했다. 성균관대(626명), 한국외대(678명), 숙명여대(506명), 건국대(350명) 등도 모집인원 확대에 나섰다. 2009학년도만, 해도 입학사정관제 총 선발인원이 3214명(22개 대학)에 머물렀지만 2010학년도의 경우 지금까지 발표한 10여 개 대학의 선발 예정인원만 4000명을 넘게 된다. 이처럼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제가 난립하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입학사정관제의 정착을 유도하고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5월 5일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의 예시안을 만들어 각 대학이 준수해야 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교협이 제시한 입학사정관 전형은 ‘사전공지→서류심사→심층면접 및 토론→최종선발’ 등 총 4단계로 운영된다. 대학들은 사전공지를 통해 전형 취지나 지원자격, 선발기준 등 기본 안내자료를 수험생에게 제공한다. 서류심사에서는 지원자격, 학교생활기록부 및 자기소개서, 추천서, 수능성적 등을 심사한다. 심층면접·토론 단계에서는 수험생의 잠재력, 창의성, 소질 등의 평가를 담당한다. 대학들이 심사기준에 반영해야 할 세부 전형요소로는 사고력, 표현력, 흥미, 태도 등 학생의 특성과 대학의 건학이념 또는 학과 특성에 부합하는지 여부, 가정환경, 교육과정 등이 제시됐다. 대교협은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대학의 운영실태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직무 관련 연수제도를 마련하는 등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높일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학별로 입학사정관 윤리규정(강령)을 제정하게 하고, 입학전형관리위원회나 자체 감사위원회 등 내부 통제체제도 갖추도록 했다. ■ “대교협 가이드라인, 공정성 보장 힘들다” 지적도 입학사정관제는 이명박 정부 입시개혁의 핵심 모델이다. 원래 이 제도는 참여정부가 ‘2008 대입제도개혁방안’에서 처음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당시 교육혁신위원회가 고교-대학 간 교육과정을 연계한다는 취지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대입제도를 지양하고, 교육과정 활동과 대학 전공교육 간을 연계하는 매개자로 입학사정관제를 착안한 것이다. 그럼에도 선발기준과 절차가 모호해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한 고액 컨설팅이 성행하는 등 사교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전형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해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이 ‘총론’에 불과해 평가의 공정성을 보장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가이드라인’에는 대교협이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제를 감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3불정책 중 하나인 고교등급제 금지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교협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입학사정관제의 역할과 기본적인 내용을 열거한 수준이어서 평가기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의견도 많다. 게다가, 전형에서 탈락한 학생, 학부모를 납득시킬 만한 결과 공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교협이 직접적으로 대학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대학별로 ‘입학사정관 윤리규정’ 또는 ‘윤리강령’을 제정하게 했고, ‘입학전형관리위원회’나 ‘자체감사위원회’ 등을 통한 자체 통제체제를 갖추도록 권고하기로 했을 뿐이다. 사실상 대학들의 모임인 대교협이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제에 대하여 충분한 감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가 많다. 서울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특목고를 우대하고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던 ‘고려대 문제’가 터졌을 때도 대교협은 ‘문제 없다’고 넘어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대교협 관계자도 “각 대학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 고정적 제도를 만들기 어렵다”며 “이번 입학사정관제 공통 전형안 발표는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각 대학에 전형 일체를 맡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도입 초기, 사정관 역할 크지 않을 수도 입학사정관은 도입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지금의 입학사정관의 역할은 당락을 결정할 만큼 크지 않다고 보는 관측이 아직은 많다. 물론, 포항공대와 KAIST와 같이 본격적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시행하는 대학과 서울대 기회균형선발 전형 등 입학사정관이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타 대학에서의 입학사정관의 업무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갓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는 1920년부터 실시돼 온 미국의 입학사정관제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시행착오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률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백 명을 짧은 시간 안에 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교협에서 제시한 입학사정관제 예시안의 서류심사 단계에서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가려내는 것이 입학사정관의 업무이다.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의 판단에 맡긴 입시 환경에서 당분간 공정성 시비에 말려들 수 있음을 고려해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서류평가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 정보학원장은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분포를 보면 20~30대의 석·박사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입학사정관제가 서류 중심의 전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결국 입학사정관들의 최종 결정권이 없는 상태의 입학사정관제란 기존의 전형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형태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판단한다면 현재 고3 수험생들의 대입 준비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 시행되긴 하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제도가 생긴 것이 아니며, 기존의 서류 심사나 면접 과정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비교과 영역을 준비하겠다며 안 하던 대외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교과성적 관리와 수능 준비를 충실히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 인적·제도적 인프라 구축에도 진력해야 최근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아직 전문적 선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입학사정관의 수나 전문성도 결여된 현실에서, 대학들이 너무 성급히 제도를 확대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합격 여부가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질 수 있는 만큼 과연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이런 우려에 대해 오는 2010년도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각 대학의 대응방안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자칫 부실하게 운영하다가 중도에 좌초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 간에 경쟁하듯 조급하게 제도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인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도 진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종현 경북대 입학사정관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내실을 기하기 위해,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만큼 입학사정관 수를 늘려야 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합리적인 평가기준 마련, 선발 결과에 대한 교차검증, 다단계 사정절차 마련 등이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은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전형절차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 당국이 평가 투명성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입학사정관제는 시험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에서 잠재력과 창의성 위주의 다면적 선발로 그 방법론을 전환함으로써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핵심 기제로 기능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를 지성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의 실천이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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