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세계의 경제위기와 불황의 시작은 모두 부동산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6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의 파산이 미국 금융시장에 결정적인 충격을 주면서 세계적인 경기 대공황이 생겨나게 됐다. 이 같은 세계적 경제위기가 한국 경제에도 불안감을 심어준 것이 사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계기는 미분양으로 인한 주택파동이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위축된 상황에서 미분양 아파트의 폭증은 건설사들의 부실로 이어졌다. 건설사의 부실은 PF 등 금융권의 자금운용에 손실을 가져다줬고, 이는 채권의 조기회수로 이어지면서 국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정부의 조기 개입 등으로 실질적인 기업 연쇄부도의 악몽은 면할 수 있었지만, 이미 투자자들의 심리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의 악몽을 되살려 통화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현재 건설경기 부양 및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은행권의 2차례에 걸친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대림산업·C&우방 등 소생 가망이 없는 건설사에 대해 안락사가 진행됐다. 또 회생 가능하지만 중증인 곳들은 대주단에서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이같이 기업들에 대해 교통정리가 끝마쳐진 상황에서 재벌그룹의 현금소진, 유동성의 과잉 논란에 2차 환란론까지 더 큰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주택시장 불황에 따른 건설사 부실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복해 들어갔다.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한 경영부실 기업들에 대한 이슈는 워크아웃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몇 개 업체가 추가부도를 맞는 등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 한 수면 밑에서 잠복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오피스 공실률 급증 일반적으로 국내 경기침체는 이제 재벌 대기업들의 현금 흐름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화·금호아시아나·SK·LG·GS 등 삼성그룹을 제외한 대다수의 재벌기업들에서 현금소진 및 경영실적 적자가 계속 지적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제2차 부동산 건설시장 파동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 부동산 파동의 주제는 주택시장이 아닌 오피스·상가시장. 즉, 미분양 빌딩이 차고 넘친다는 이야기이다. 부동산 투자자문업체인 교보리알코에 따르면, 국내 주요 도시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수도권인 인천지역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6.5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 6.28% 대비 0.29%p 상승한 수치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월 평균 관리비도 전분기 대비 5.26% 늘어난 5643원/㎡로 나타났다. 다만, 월 관리비가 아닌 연 환산 전세가는 77만8783원/㎡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5.26%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인천지역 총 37개 오피스 빌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산지역의 27개 오피스 빌딩은 공실률이 4.20%로 전분기 대비 1.63%p 상승했다. 또한 평균 환산 전세가는 0.57% 상승한 101만4962원/㎡이며, 월 평균 관리비는 2.80% 오른 4914원/㎡이다. ■서울 강남, 공실률 급증으로 시장 매물화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벤처타운·금융타운·룸살롱·삼성타운 등이 몰려 있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노른자위 서울 강남권에서도 오피스 불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 지역의 경우 빌딩 내 오피스 사무실의 공실률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건물주들이 연면적 1만㎡ 이하 중소형 빌딩을 중심으로 아예 건물 자체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 부동산 114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웬만한 공인중개업소는 최소 3건 이상의 빌딩 매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기업들의 ‘탈 강남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자영업자들의 폐업도 줄을 이으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며 “결국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건물 주인들이 더 이상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건물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에서 연면적 6,000~1만5,000㎡ 규모 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올해 1분기에 4.2%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 0.7% 대비 무려 6배나 급등했다. 특히 지하철역과 멀거나 이면도로에 접해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에 위치한 곳들의 공실률은 이미 15%를 넘어섰으며, 오는 2분기에는 20%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남의 A급 빌딩이라고 불리는 대치빌딩·삼화빌딩 등 랜드마크급 공실률도 만만치 않게 떨어졌다. 교보리얼코의 투자자문팀장은 “경기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임대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부산은 전국적 오피스 시장 붕괴 우려에서 유일하게 예외로 취급받고 있다. ■부산지역 오피스 공실률 ‘예외조항’ 부산지역에서 연면적 6600㎡(2000평) 이상의 66개 중·대형 오피스 빌딩의 평균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공실률은 3.7%로 전년도 평균 4.0%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는 1분기 3.98%에서 시작해 2분기에 3.82%, 3분기 3.29%로 낮아졌다가 4분기 3.89%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역별 공실률을 살펴보면, 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조선·해운·제조업 등이 집중돼 있는 동구와 중구가 5.9%와 3.5%로 전년 대비 각각 1.7%포인트와 0.3%포인트가 상승했다. 소형 면적을 사용하는 임차인이 집중돼 있는 동구가 중구에 비해 공실률 상승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진구는 문현금융중심지 지정 확정 및 금융업·보험업 콜센터 증가 등에 따라 1.2%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연제구 역시 금융업 및 메디컬센터 위주의 임차수요 증가에 따라 전년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3.2%로 조사됐다. 월 임대료 전체와 임대 보증금을 합친 보증금 총액을 3.3㎡(평) 단위로 나눈 ‘환산전세가’ 역시 안정세를 나타냈다. 1분기에 280만 원이었던 환산전세가는 2분기에 289만 원으로 올랐고, 3분기 290만4000원으로 정점을 이뤘으나, 4분기 289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입주 기업들이 내고 있는 관리비는 상승 기조가 뚜렷했다. 이들 빌딩의 1분기 3.3㎡당 관리비는 1만8916원에서 2분기 1만9426원, 3분기 1만9627원, 4분기 1만9798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