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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권력’ 천신일 구속

박연차 도움 받아 증여세 등 85억 원 포탈한 혐의…알선수재,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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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9호 심원섭⁄ 2009.05.26 10:41:08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과 50년 지기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을 세 번에 걸친 소환 조사 끝에 탈세 및 알선수재,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천 회장을 5월 19일과 21일에 이어 22일 세번째로 불러 조사한 뒤,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아 증여세 등 세금 85억여 원을 포탈한 것은 물론, 2008년 7월에서 11월까지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조사 중단을 청탁하는 대가로 박 전 회장으로부터 7억여 원의 금전적 이득을 얻고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적극 나선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를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탈세는 주로 박 전 회장과의 주식거래를 통해 이뤄졌으며, 특히 박 전 회장이 지인의 명의를 빌어 높은 값에 산 주식을 천 회장의 자녀들에게 헐값에 되파는 방식을 썼고, 주식 매입 자금은 옛돌박물관의 석물(石物)을 팔아 마련하면서 실제로 2002년 애버랜드로부터 ‘돌값’으로 받은 20억 원은 딸 미전 씨가 주식을 사는데 쓰였던 것으로 밝혀냈다. 그리고 천 회장은 세중나모인터렉티브 등을 합병해 세중나모여행사를 만드는 과정과 13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박연차 게이트’ 양대 의혹의 당사자로, 그리고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 때문에 검찰 수사의 편파 시비를 줄일 핵심 인사로 지목돼 정치권 등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졌었다. ■천신일, MB 측근 지목 각종 의혹 쏟아져 또한 검찰은 그 동안 압수수색과 아울러 한 전 청장과 국세청 관계자, 태광실업 관계자 등을 조사하여 당시 ‘구명 로비’ 정황을 ‘재현’할 정도로 파악했으며, 특히 중부국세청장을 지낸 박 전 회장의 사돈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천 회장, 태광실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세무조사 대책회의도 실체를 확인했다. 다만, 그 동안의 의혹과 달리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재까지는 단 한 번도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지만, 검찰은 2003년 이 전 수석의 동생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7억 원을 받았다 갚았던 점을 감안해 의혹의 끈을 놓지 않고 이 돈의 명목과 갚은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책회의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구명 로비에는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보강 조사 뒤 김 전 보훈처장과 함께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이날 천 회장과 함께, 경찰청장 재임 중이던 2006∼2008년에 박 전 회장으로부터 미화(달러)를 포함하여 수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이택순 전 경찰청장을 오후 2시 5분께 소환해 조사한 뒤 자정을 넘겨 귀가시켰다. 이 전 청장은 부경지역 경찰관서에 근무하면서 맺은 박 전 회장과의 인연 때문에 수사선상에 오른 경찰간부 중 첫 소환자로서, 검찰은 이날 박 전 회장이 청탁과 함께 돈을 줬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으며, 이 전 청장은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이 전 청장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함에 따라 직무 연관성을 따진 뒤 조만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전 회장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민주당 최철국 의원(김해을)에게 소환을 통보하는 등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조사를 받은 민유태 검사장을 포함해 검찰 간부 2∼3명, 국정원 간부 1∼2명, 이날 소환된 이 전 청장 등 전·현 경찰간부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들 외에도 부산·경남지역 출신의 현역 국회의원 2명과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3명, 현직 부장판사 1명과 지방국세청장급 1명이 소환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한편, 이날 미국 사법당국에 공조를 요청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허드슨클럽’ 계약서 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법무부에 넘겼다. 이와는 별도로 권양숙 여사를 이번주 내에 재소환해 박 전 회장에게 받은 140만 달러에 대해 조사한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신일, 박연차와 앞뒷집 살며 30년 인연 이처럼 ‘박연차 로비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구속 인사 중 가장 거물로 알려진 천 회장의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등 3가지로 알려져 있다. 사실 ‘천신일’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대검 중수부가 올해 초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를 본격적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이 대통령은 경영학과, 천 회장은 정치외교학과) 동기로서 학창 시절에 친하게 지낸 50년 지기 친구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천 회장을 두고 세간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칭하는 등 ‘대통령의 남자’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 시절에는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동네 주민이기도 했으며, 더구나 지난 대선 때는 고려대 교우회장으로서 이 대통령 지지 모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등 선거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중나모여행사 주식은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 덕분에, 지난 2007년 8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뽑히자 MB 수혜주로 거론되며 급등하기도 했다. 주가는 2007년 11월 5일 연중 최고점인 1만4000원까지 올랐는데, 그해 4월부터 11월까지 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 박 회장의 지인들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이처럼 박 전 회장과도 의형제를 맺을 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점 때문에 천 회장이 검찰의 수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천 회장과 박 전 회장 두 사람은 경남 밀양이 고향인 박 전 회장이 어릴 적에 부산으로 이사해 천 회장과 앞뒷집에 살게 되면서 30년 지기 인연을 맺었으며, 이후 레슬링협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체육계 일을 같이 했고, 박 전 회장이 2006년에 휴켐스를 인수했을 때는 다른 사외이사를 해임하고 천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박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줬다”며 줄줄이 진술한 것과 달리,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구명 로비를 펼친 천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는 점도 ‘의형제’로 불릴 정도로 끈끈한 천 회장과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처럼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많이 받은 천 회장이 자연스럽게 박 전 회장을 적극 돕기 위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천 회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태광실업과 박 전 회장의 탈루액을 축소하거나 고발 내용을 줄여 달라고 직접 로비를 펼친 정황이 일부 드러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천 회장의 탈세혐의와 불법증여 등 개인비리 의혹도 쏟아져 세중나모여행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MB 정권 출범 후 문어발식 확장 거듭 천 회장은 1980년대에 여행업에 진출해 2003년 6월에 ‘나모웹에디터’로 알려진 상장사 나모인터렉티브를 인수하면서 코스닥에 이름을 올렸으며, 당시 지분 19%를 자신과 일가족 명의로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확보하고 세중나모인터랙티브로 사명을 바꿨다고 한다. 이후 2006년 4월 비상장사였던 세중여행사를 세중나모인터랙티브에 합병시키고 사명을 다시 세중나모여행사로 변경하게 되며, 그해 6월에는 서울 태평로 삼성타운의 삼성생명빌딩 19층으로 본점을 이전하기에 이른다. 세중나모여행사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나 자회사가 아니지만, 삼성그룹의 해외 출장 항공권 판매를 도맡으면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천 회장이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그림자’라고 불릴 정도로 이 전 회장과 각별했던 사이로 알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후 2006년 9월에 투어몰여행이라는 패키지 전문 여행사를 인수한 뒤 2007년 4월에 합병을 하고, 이후 10월에는 정보통신업체인 세중모비즈를 흡수 합병한데 이어, 천 회장은 2007년 11월 세중나모여행의 IT 부문 물적 분할을 통해 세중SNC로 넘기고, 교육정책 논란이 거셌던 2008년 초에 세중에듀테인먼트를 설립해 교육사업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5월에는 자원개발업체 이너블루 지분 40%를 12억 원에 사들여 태양광 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했으며, 그해 9월에는 패키지여행부문을 분할해 세중투어몰여행을 설립하고, 이후 12월에는 청해세원신능원유한책임공사를 계열회사로 추가했다. 이처럼 천 회장은 단기간에 복잡한 M&A를 통해 주력사업인 여행업을 중심으로 정보기술과 태양전지·교육업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문어발처럼 확장하는 등 MB 정권의 후광을 입어서인지 새 정부가 출범하자 더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은 M&A와 기업분할을 반복해온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천 회장이 사업확장과 재산 편법증여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오랜 기간 상당한 도움을 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박 회장의 도움을 받아 온 천 회장이 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때 구명 로비에 나서게 됐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천 회장이 2003년에 나모인터렉티브 지분을 일가족 명의로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자금을 동원해 우호지분을 사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천 회장의 장남인 세전 씨와 장녀 미전 씨의 지분이 2005년 장외매입을 통해 크게 늘어났는데, 검찰은 천 회장의 차명 주식을 미전 씨와 세전 씨가 사들인 것처럼 꾸며 증여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세중나모여행이 직·간접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는 13곳인데, 세중엔지니어링·세중정보기술·세성항운·세중INC·세중에듀테인먼트·세중컨설팅·세중SNC·세중정보기술·세중엔지니어링·세중DMS·세성항운·세중샤론손해보험중개·세중FNC 등 주력사업인 여행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업체들이다. ■“내가 잘못되면 친구인 대통령도 모양새 안 좋다” 세중나모여행사가 3월 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천신일·천세전(아들)·천호전(아들)·천미전(딸) 등 일가가 보유한 세중나모여행 주식은 37.25%이며, 세중INC·세성항운 등 특수관계인 14인을 포함한 지분은 47.53%다. 또 천신일 회장과 전경자(처)·천세전·천호전·천미전 등 일가족은 세중엔지니어링(40%), 세중정보기술(4.31%), 세성항운(65.33%), 세중INC(49.25%), 세중에듀테이먼트(20%), 세중FNC(90%), 세중게임즈(89.4%)의 지분을 가지고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세중나모여행은 또 2008년에 분할한 세중투어몰여행과 세중SNC를 100% 자회사로 가지고 있으며, 세중정보기술의 지분 54.18%를 보유하고 있고, 청해세원신능원유한책임공사는 이너블루를 통해 거느리고 있다. 천 회장은 5월 18일 <신동아> 6월호의 인터뷰를 통해 “박 전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았지만 실제로 로비에 나서지는 않았는데 상당히 억울하다”며 “내가 잘못되면 친구인 (이명박) 대통령도 모양이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회장은 또 “박 전 회장이 지난해 8월 초에 ‘형님, 좀 도와주십시오’라며 부탁해 왔지만 돈을 받거나 로비를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7월 26∼30일 대통령 전용별장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휴가를 보냈으나 이 대통령에게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나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 등에게도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하지 않았다며 ‘대책회의’ 의혹을 일축했으나, 다만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는 세무조사 당시 만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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