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부터 불어 닥친 최악의 경기불황에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정부는 불황기를 극복하고 성공한 기업이 되려면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분석과 함께 우리 기업들이 불황을 극복하고 재도약하려면 노사관계 선진화와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불황기 위기 극복에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가 정신, 선택과 집중, 차별화 사업 모델 추진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우 노사관계가 기업의 가장 큰 애로가 되고 있으므로 노사관계 선진화와 안정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불황기에 성공한 기업으로 장기적인 안목과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한 노키아(휴대폰 업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 캐논(디지털 카메라 및 복사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애플사 등을 꼽았다. 반면,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코닥,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산요(Sanyo), 신사업보다는 가격경쟁에만 집착한 컴팩(Compaq) 등은 불황기를 극복하지 못한 실패한 기업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기업이 경기침체기의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식견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침체 이후 국내외 모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펀더멘털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기업은 임기응변식 대응을 지양하고 핵심 역량 및 핵심 가치에 집중해 기초체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핵심 역량과 관계 없는 부분을 선별해 과감히 매각하고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설비·R&D 등에 대한 투자확대와 비핵심 사업 부분을 적극 매각하게 하는 등 구조조정을 신속ㆍ강력하게 추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기업이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큰 애로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어 선진화·안정화 노력이 절실하다며, 기업은 노동자를 계약자가 아닌 협력자로 인식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노조는 기업·사회·국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제고해 자율적인 규제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불법·정치적 파업 근절을 위해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엔 노사협의제 활성화, 인적자원관리 시스템 구축, 경영관련 정보 공유를 제시하면서 노조에겐 불법·정치적 파업을 스스로 자제하고 비정규직 등 정치 이슈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임금인상률 등은 기업별 단체협상에서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재정부는 “기업은 물론 정부 역시 경기침체 이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설비·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해 기업이 비핵심사업 부문을 적극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신속·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기업활동의 어려움인 노사관계 선진화와 안정화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불황기가 노사관계 틀 결정…새로운 관계 정립해야 이에 앞서, 불황기에 노사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불황 이후의 노사관계 틀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불황기는 노사관계의 옥석이 가려지는 ‘냉혹한 시험기’인 만큼 노사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불황기 노사관계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불황기 노사갈등으로 기업이 회복불능에 빠질 수 있다며, 먼저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불황기는 특정기업의 노사관계가 현재 얼마나 안정적인지, 또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일종의 시험기”라며 “임금삭감·고용조정 등과 같이 민감하고 수용하기 쉽지 않은 현안들이 많아 평소 노사관계가 어떠했는지가 교섭결과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경제위기와 같이 불황이 장기화되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어 축적된 노사 간의 신뢰가 노사안정 유지에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자 간 고용계약은 적극 보호하되,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한 임금·근로시간·해고·사회보험 관련 노동법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IBM이나 홈디포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이들 기업은 최고경영자(CEO)가 종업원을 만나 직접 설득하는 방식을 통해 위기의식 공유 및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도요타 역시 노사 대타협을 기반으로 위기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그 결과를 노사협력선언 형태로 공표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사우스웨스트나 도요타의 경우 효율적 인력조정으로 고용조정을 최소화했고, 도시바와 지멘스 등은 임금삭감 등의 조치를 수용하는 고통분담으로 고용조정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거 영국 최대 자동차회사였던 브리티시 레이랜드는 한 회사 안에 17개의 노조가 있어 각 노조의 경쟁적인 임금인상 요구와 분규 등으로 인해 결국 도산했고, 미국 팬암항공 역시 위기상황에서 노조 측의 이익만을 우선하다 회사 측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산에 이르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불황기의 경우 종업원의 고용유지도 중요하지만, 기업생존을 위해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며 “고용유지가 가능하려면 강도 높은 고통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고용조정을 하는 경우 퇴직대상 선정에 공정을 기하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황기는 노사 간에 협력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이를 신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과거 IMF 때의 실패 경험을 반복하지 않고 노사관계가 위기극복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사정 각 주체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