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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학회 인증 마크에 철퇴!

실험 없이 서류인증만으로 인증 마크… 식약청, ‘인증’ ‘추천’ 표현 과대광고로 규정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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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1호 박성훈⁄ 2009.06.09 16:25:16

‘하얀 피부로 눈부시게-대한한방피부미용학회 공식 인증.’ ‘숙취해소껌-대한약사회 공식 인증.’ 슈퍼마켓에 가면 각종 의약·식품 관련 협회로부터 ‘공식인증’을 받았다는 제품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을 보면 소비자들은 공신력을 인정받은 듯한 느낌을 받고 선뜻 구매하게 된다. 석면 분유, 멜라민 과자 등에 관한 보도로 국민들 사이에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이 같은 협회 인증은 소비자의 마음을 적잖이 안심시킨다. 하지만 이 같은 협회의 ‘공식인증’은 대부분 식료품 제조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류심사 정도로만 간단히 진행된 경우나, 아예 실제 검증작업을 거치지 않은 제품도 버젓이 공식인증 마크를 달고 시중에 판매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증 마케팅의 대가로 관련 협회는 제조업체로부터 적지 않은 후원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리톨 ‘함량확인’이 전부인 인증 실태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껌은 2000년 5월 출시 이후 9년 동안 약 1조1080억 원의 매출을 회사에 안겨 주었다. 이는 제과시장에서 월 매출 최고액, 단일제품 연간 최고매출 등 각종 기록을 경신하면서 최고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충치 예방효과가 있다’는 점을 홍보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운 자일리톨 껌이 처음부터 인기를 모은 것은 아니었다. 1997년에 비슷한 제품을 냈다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했던 이 껌은 2001년 2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인증계약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껌의 제품 포장에‘대한치과의사협회 공식인증 상품’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이다. 당시 치과의사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는 등 치과의사들의 공식인증을 강조한 제품 홍보는 소비자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인증은 서류심사로만 이루어졌고, 이마저도 ‘껌에 자일리톨이 50% 이상 들어 있다’는 ‘함량인증’만 해당된다. 껌의 효능에 대한 직접적인 인증은 어디에도 없었다. 같은 회사에서 이번에는 ‘기능성 껌’을 출시했다. 이른바 ‘수험생이 졸음 올 때 씹는 껌’이라고 한다. 이 껌은 대한약사회 인증 상품이다. 롯데제과는 이달 초에 이 껌을 새롭게 선보이고, 약국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돌입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인증 식품은 소금, 껌, 각종 음료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 제품은 전문가 단체가 인정하는 제품으로 포장돼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나온 인증 제품만 해도 해태음료의 ‘순백차’(대한한방피부미용학회), 풀무원의 ‘살아 있는 실의 힘 생나또’(한국혈전지혈학회), 남양유업의 ‘아이엠마더’(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이 있다. 이처럼 의사 협회나 학회의 공식인증을 받았다며 건강과 미용 효능을 강조하는 식료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들 식품은 전문가 단체가 인증하는 제품으로 포장돼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근거가 불분명하거나 함량이 미미해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모유대체식 인증 적정성 논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남양유업의 유아식 ‘아이엠마더’를 모유대체식으로 공식인증했고, 남양유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유대체식으로 공식인증받았다’는 홍보문구로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하지만 모유수유운동 관련 시민단체는 분유가 어떻게 모유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다. 아무리 좋은 분유라도 모유보다 면역성분이 크게 떨어지고 소화흡수 효과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6개월 이하의 유아들을 위한 ‘조제 분유’에 대한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우혜경 대외협력팀장은 “법적으로 조제 분유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유=모유대체식’의 인증은 소비자의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인증 적정성 여부에 대한 내부 논의를 거쳐 남양유업과 산부인과학회는 물론 정부 당국에도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소아과학회 모유수유분과 신손문 교수는 “엄마의 건강문제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분유을 먹일 수 있겠지만, 분유가 모유대체식으로 인증되는 것은 지극히 상업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인증 비타민 음료, 비타민 함량은 ‘묻지 마’ 지난 4월, 대한의사협회에서 공식인증한 제품이라고 선전하는 롯데우유의 V12 비타민 워터 역시 식약청의 조사 결과 적발됐다. 논란이 된 롯데우유의 V12 비타민 워터는 연예인 한예슬이 광고에 등장해 12가지 비타민이 들어 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비타민이 포함돼 있는지는 제품 자체에서 확인을 할 수 없다. 한 소비자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인증한 제품이라는 말에 조금 비싸도 V12 비타민 워터를 구입했다”며 “유명 협회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지만, 어떤 비타민이 함유돼 있는지 알 수 없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식약청은 비타민 음료 제품의 성분 함량 및 표시의 적정성, 이물 혼입 여부 등을 조사하여 제품의 영양 성분표에 비타민 함량을 표시하지 않은 제품(18건), 비타민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허위표시 제품(2건), 제품명에 숫자(700, 1500 등) 등을 사용해 소비자가 실제 함유량과 무관한 비타민 함량이 포함된 것으로 오인·혼동하게 하는 제품(10건) 등을 적발했다. 현 기준에 따르면, 원재료명에 비타민 C 성분을 표시하고 영양성분표에는 비타민 C 함량을 함께 표시해야 하며, 영양성분 표시에 명시된 비타민 C 함량의 실제 측정값은 표시량의 80% 이상이어야 한다 업체와 협회 간 공생관계 형성 소비자들은 인증 마크가 부여된 제품을 보면 과학적 검증을 거친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해태음료의 ‘순백차’가 피부 미백을 강조하자, 미용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말 피부가 좋아지는지를 묻는 질문이 게시글로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판매 중인 각종 인증 상품의 효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제품에 식품영양학적으로 공인된 재료가 포함된 것으로 쓰여 있다 하더라도 그 함량은 매우 적은 수준에 머물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회사와 학회가 계약을 체결해 업체 측에서 제품 판매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 형태로 학회에 내기도 한다는 것은 식품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업체의 광고 내용은 단체가 인증한 내용과도 거리가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저나트륨 소금 ‘팬솔트’를 내놓고 고혈압 예방을 강조했다. 제품을 인증한 대한의사협회 측은 일반 소금보다 나트륨 함량이 적다는 사실만으로 제품에 고혈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듯이 인증을 한 것이다. 최근 한방차를 인증한 대한한의사협회도 “한약재가 원료라는 점만 인증했을 뿐 제품의 효능을 인증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는 “효능을 강조하는 광고는 해당 성분이 원료로 들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지 허위 광고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8월부터 협회 인증 표시 할 수 없다” 오는 8월부터는 유관협회 인증 등의 표시를 할 수 없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각종 민간단체의 인증이나 보증 표시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인증을 이용한 광고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식품에 표시된 민간단체 등의 ‘인증’ 또는 ‘추천’ 등의 표현을 과대광고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정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식품에 감사장이나 체험기 등을 이용하거나 민간단체나 협회의 ‘인증’ 또는 ‘보증’ 등의 내용을 표현하는 표시·광고를 금지했다. 식약청은 7월 말까지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허위표시·과대광고 및 과대포장의 범위’에 ‘정부 기관이 아닌 단체나 협회의 인증 또는 보증’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정규칙이 시행되는 8월 8일부터 인증 광고를 하다 적발된 업체에는 1차적으로 시정명령을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판매정지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식약청의 이번 조치는 식품업계의 광고가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공식인증했다는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런 민간단체들의 인증은 정해진 기준이나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검증도 할 수 없다”며 “소비자가 더는 혼동하지 않도록 허위 또는 과대광고 단속 대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돈벌이를 위해 이름을 빌려준 뒤 “효능까지 인정하진 않았다”고 발뺌하는 단체나, 정작 성분 표시는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공식 인증 상품’이라고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 업체들을 단속하기 위해 식약청에서 손을 쓴 것이다. 그러나 8년이 넘도록 뒷짐만 지고 있다가 이제야 대책을 세운 식약청을 향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들은 뒷북 치는 식약청이 아니라 앞서가는 식약청을 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변명 뒤에 숨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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