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호 심원섭⁄ 2009.06.16 16:59:41
김대중 전 대통령은 6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는 제목의 특별강연을 통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며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이 돼 자유와 서민경제,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지키는데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쓴소리를 퍼부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특강 서두에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지 말자.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빈부 격차가 역사상 최악으로 심해졌고, 전쟁의 길(위협)이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8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쓴소리를 한데 이어 다시 한 번 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객이 500만 명에 달했다. 이것만 봐도 우리 국민들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다”며 “국민들은 과거 50년 동안 피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것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나라의 기본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세 대통령이 있었지만,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했다”며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에도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성공시켰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가시 돋친 얘기도 서슴치 않았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오랜 정치 경험을 갖고 있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아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정부도 불행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며 “이 대통령의 결단을 바라 마지 않는다”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의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강력히 충고 한다”며 “전직 두 대통령이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반드시 지켜라. 우리가 일방적으로 철수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는 “오늘날 북한이 많은 억울함을 당하는 것을 안다.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가 아닌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하겠다면서도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심지어 쿠바에까지 손을 내밀면서 북한에 한 마디 안 하는 것이 참으로 참기 어려운 모욕이고 또 속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극단적인 핵개발에까지 끌고 나간 것은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하루빨리 6자회담에 복귀해 미국과의 교섭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한 뒤 노 전 대통령과의 ‘닮은 꼴’을 소개하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하여 청와대는 12일 오전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으며,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도 김 전 대통령의 ‘독재자 아부’ 발언에 대해 “침묵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기념행사에서 독재자 발언을 했는데, 국민 화합에 앞장서고 국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어야할 전직 국가 원수가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오히려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날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는 제목으로 특강한 내용의 전문이다 존경하는 선배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이 나와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6.15와 10.4선언을 생각할 때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 대통령과 저만이 북한에 가서 남북정상회담을 한 그 사건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저는 이상하게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둘 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저는 목포상고를 나왔습니다(청중 웃음).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갔고, 저도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갔습니다(청중 웃음). 노 대통령은 대학에 못 간 뒤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됐고, 저는 열심히 사업해서 돈 좀 벌었습니다(청중 웃음). 그 후로 저는 이승만 정권, 노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등 독재정권에 분개해 본업을 버리고 정치에 들어간 것입니다. 정치에 들어가서 또다시 반독재투쟁을 같이 하는 등 노 대통령과 저는 참으로 연분이 많습니다. 당도 같이 했고, 국회의원도 같이 했고, 그리고 북한도 교대로 다녀왔습니다. 전생에 노 대통령과 저하고 무슨 형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형님은 제가 되고요(청중 웃음). 제가 노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내 몸의 반쪽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것은 지나간 과거만 봐도 여간한 인연이 아닙니다. 제가 대통령할 때 노 대통령을 해양수산부 장관을 시켰습니다. 저는 오늘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을 맞이해서 먼저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에 대해서 몇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북한에서는 매일같이 남한이 하는 일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 무력대항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60년 동안이나 이러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히 충고하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해 놓은 6.15와 10.4를 이 대통령은 반드시 지키십시오. 그래야 문제가 풀립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철수한 금강산 관광을 다시 복구시켜야 합니다. 개성공단에 노동자를 위한 숙소를 지어주기로 우리가 약속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6.15와 10.4의 약속을 지키고, 금강산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을 철회하고, 개성공단 숙소 건설을 약속한 것 등 우리의 의무사항을 우리가 이행하겠다는 것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어떻습니까(박수). 다음에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북한이 많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994년에 제네바협정을 해 가지고 북한은 핵을 포기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경수로를 지어주고 경제 원조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클린턴 대통령이 합의해 놓은 것을 부시 대통령이 들어서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여기에서 불신이 생겨났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운동 중에 자기가 당선되면 북한과 이란의 수반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자기의 대북 정책은 부시 정책이 아니라 클린턴 행정부가 하던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한의 기대가 아주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중동·러시아, 심지어 쿠바에까지 대화하겠다고 손을 내밀면서 북한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 한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참으로 참기 어려운 모욕입니다. 북한이 또다시 속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극단적인 핵개발까지 끌고 나간 것은 절대로 지지할 수 없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에 하루빨리 참가해서, 또 미국과 교섭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절대적인 조건입입니다. 제가 이번에 중국에 가서 시진핑 부주석을 만나 1시간 정도 얘기했는데, 중국 지도자 누구를 만나봐도 북한 핵을 반대하는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중국이 북한 핵을 상당히 반대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니까 중국이 상당히 엄격한 비난을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대북결의안이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억울한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핵을 만들면 누구에게 쓰겠습니까? 거기에는 우리 남한 사람도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1,300년 통일국가, 5,000년 역사를 가진 우리가 우리끼리 상대방을 전멸시키는 전쟁을 해서 되겠습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계속해서 아직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발표 안 했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초조한 심정은 알겠지만,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정책을 따라가겠다고 한 말이 있으므로 기다려야 합니다. 이번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저와 만찬을 했는데, 클린턴 대통령은 저와 같이 한 햇볕정책을 실천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 핵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이고, 그러나 상대방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주면서 상대방 기분도 챙겨 가면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 건의를 했는데, 자기가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여사에게 전달하겠다는 말도 한 일이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요구한 안전보장과 경제재건, 미국과 일본과의 국교 재개 등을 미국이 존중하고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한 핵 문제는 1994년 제네바회담에서 합의되었고, 2005년 6자회담 9.19 합의에 의해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열고, 한반도는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것을 합의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교섭과 인내심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해야지, 핵 문제를 갖고 나온다는 것은 안 된다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강력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국 제가 말한 것은 외교는 윈-윈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도 좋고 나도 좋아야 외교가 성공합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장거리 미사일까지도 포기하는 단계까지 갔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에 줄 것은 줘야 합니다. 그래서 외교도 해주고 경제원조도 하고 한반도 평화협정도 맺어야 합니다. 다 합의되어 있는 얘기를 미국이 실천을 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제가 당선된 것처럼 기뻤습니다. 또 힐러리 여사가 국무장관이 되었을 때 클린턴 대통령의 아내이기 때문에 기뻤습니다. 북핵 문제는 제네바 합의에 의해서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핵 포기가 결정됐고, 그리고 6자회담 합의에 의해서 북한 핵 문제가 다 합의되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클린턴 대통령에게도 ‘무엇이 안 되느냐, 북한도 합의했고, 미국도 합의했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하고 다른데, 왜 북한을 안심하게 하여 북한이 기다릴 수 있는 기회를 안 주고 이런 데까지 왔느냐’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 전국에서 500만 명이 문상한 것을 보더라도, 지금 우리 국민들의 심정이 어떤지 우리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국민이 걱정하는, 과거 50년 간 피 흘려 쟁취한 10년 간의 민주주의가 위태롭지 않느냐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불안합니다. 민주주의는 나라의 기본입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죽었습니까. 광주에서, 또한 인혁당 사건 등으로 많이 죽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세 독재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여야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그 모든 민주주의적 정치가 계속됐습니다.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청중 박수). 저는 오랜 정치 경험과 감각으로, 만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지금과 같은 길로 계속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하다는 것을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리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리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더불어 여러분께도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든지 양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만일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고초를 겪을 때 500만 명 문상객 중 10분지 1인 50만 명이라도 ‘그럴 수는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럴 순 없다. 매일같이 혐의를 흘리면서 정신적 타격을 주고, 스트레스 주고, 그럴 수는 없다.’ 50만 명만 그렇게 나섰어도 노 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부끄럽고, 억울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가슴 아픈 일입니까? 저는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 화해협력을 이룩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을 반대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는 어디까지나 6자회담에서, 미국과의 회담에서 반대해야지, 절대로 전쟁의 길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통일을 할 때 100년, 1000년이 걸리더라도 전쟁으로 통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으로 자유와 서민경제를 지키고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듭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