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12일 오후 3시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19명,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2명을 기소하고 6명을 불기소 처분하는 내용을 담은 수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죽은 권력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을 불러왔던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21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3개월 만에 종결됐다. 구속 기소된 인사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며, 이들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광재 민주당 의원, 장인태 전 행자부 2차관,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은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한편, 김모 검사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이택순 전 경찰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이 외에도,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 박진 한나라당 의원, 서갑원 민주당 의원, 최철국 민주당 의원,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김태웅 전 김해시장, 원선희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 2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으로 불렸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다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알려진 대로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분됐다. 이에 따라 돈을 건넨 박 전 회장도 내사종결과 함께 입건유예 처분됐다. 그리고 로비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리된 사람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민유태 검사장, 박모 고법 부장판사, 김태호 경남지사 등 4명이다. 안 최고위원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쓴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수수 당시 정치활동이 불가능했던 점이 인정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민 검사장과 박 부장판사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내사종결됐다. 다만, 검찰은 민 검사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할 예정이며, 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12일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김 지사의 경우 본인이 수수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주요 참고인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와 관련하여 불기소된 인원은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2명이다. 김 전 처장은 무마 로비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됐지만 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정황이 없어 무혐의 처리됐으며, 이 수석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변호사 개업 비용으로 사용돼 뇌물로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됐다.
검찰은 ‘세무조사 대책회의’, ‘국세청 세무조사 외압설’ 등 남은 의혹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천 회장과 김 전 처장 등이 10여 차례에 걸쳐 태광실업의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결국 ‘실패한 로비’였던 것으로 결론 났다. 또 세무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작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을 압수수색했으나, 고발사건 관련 자료가 누락된 부분이 없는 등 왜곡·축소 사실이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해명 자료를 제시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저인망식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에 대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의 진술이 엇갈려 조사 횟수가 많아졌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신병처리 결정을 지연한 이유로 “노 전 대통령 측이 돈의 사용처에 대해 소명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근들에 대해 표적 수사를 벌인 바 없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시 예우를 최대한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종결된 세종증권 비리의혹 수사의 연장선에서 시작됐다. 당시 수사팀은 박 전 회장을 특별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지만, 수사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홍콩에 비자금을 개설해 운용한 사실과 국내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이 수시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12일 종결됨에 따라, 기소된 인사들과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 전 회장이 밀폐된 대검찰청 중수부 조사실이 아닌 공개된 법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진행될 ‘박연차 게이트’ 관련 재판은,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가 구체적인 물증보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에 의존해 온 측면이 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회장의 ‘입’이 유·무죄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심적 충격을 받은 박 전 회장이 법정에서 말을 바꾼다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박 전 회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번복하지 않는다 해도 재판부에서 박 전 회장의 진술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줄지도 변수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유죄 입증의 증거로 채택되도록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맞서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오래된 기억과 비서의 달력 메모에 의존한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유죄 입증의 증거로 불충분함을 증명하는데 역점을 둔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정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박 전 회장이 ‘박연차 게이트’ 관련 재판에서 처음 증인으로 법정에 선 6월 11일 민주당 이광재 의원 공판에서는 검찰에서 우려한 이 같은 상황이 그대로 연출됐다. 이날 박 전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열린 이 의원의 공판에 출석해 “(돈을 건네기는 했으나) 이 의원이 챙겨 가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흔들고 있어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자신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깨끗하게 정치를 하려는 사람한테 못할 짓을 했다. 고개 숙여 사과한다”며 “평소 이 의원이 젊은 정치인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해 여태까지 1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으며, 이번 일은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박 전 회장에게 직접 “2002년 2억 원, 2003년 2억 원, 2004년 1억8000~2억8000만 원 등 수차례 정치자금을 주려고 했고 그때마다 ‘필요하면 말씀드리겠다’며 거절하거나 돌려보낸 일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박 전 회장은 ‘모두 기억한다’고 답했고, 이 의원은 “저한테 이러시면 정말 죄 짓는 겁니다”라며 다소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자, 담당 판사가 만류하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그 사례로 2006년 4월 서울 모 호텔에서 이 의원을 만나 식사를 한 뒤 헤어지기 직전에 이 의원의 웃옷이 걸려 있던 옷장에 5만 달러가 든 돈 봉투를 두고 자리를 피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만났을 때도 이 의원 자리 쪽으로 돈을 밀어놓고 나왔지만 가져갔는지는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전하면서, 수차례 돈을 거절하는 이 의원을 보고 ‘된 사람’이라고 치켜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기소된 이 의원의 전 보좌관 원모 씨는 베트남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5만 달러, 국내에서 2000만 원을 받았지만 이 의원에게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의원과는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검찰이 이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가 박 전 회장이 “돈을 줬다”는 진술만 믿고 ‘정말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엉터리 수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검찰의 수사를 놓고 박 전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은 수차례 제기된 바 있으며, 실제로 검찰은 “일관되고 명확하게 진술·대질 때는 돈을 받은 이들을 압도한다”며 박 전 회장의 진술에 후한 점수를 줘 왔다. 하지만 이후 진행될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혐의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거나 박 전 회장이 그간의 진술을 번복하기라도 한다면 직접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의 수사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이 의원 측 변호인단은 박 전 회장의 일부 진술이 엇갈리는 등 기억이 정확하지 않고, 돈이 최종적으로 전달됐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반면,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이 의원의 거절에도 수차례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정황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한 점에 무게를 뒀다. 뿐만 아니라,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충격을 받아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입을 아예 닫아버리거나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검찰은 박 전 회장이 11일 첫 증인 출석에서 수사 당시와 다름없는 일관된 태도로 맡은 역할을 잘 해냈다며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재판을 지켜봤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박 전 회장이 자신이 건넨 자금을 이 의원이 거듭 완강하게 거절했다는 등의 새로운 내용을 진술하고, 이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머리숙여 사과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엇갈린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검찰의 수사일지를 종합 정리한 것이다 2008년 ·11월 25일 국세청, 박연차 탈세혐의 고발 ·12월 22일 검찰, 세종증권 매각비리 관련 노건평(알선수재)·박연차(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구속 기소 ·12월 29일 검찰, 박연차→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억 원 차용증 확보 2009년 ·3월 14일 검찰, 박연차 정관계 로비 의혹 본격 수사 ·3월 19일 검찰,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구속 ·3월 20일 검찰, 송은복 전 김해시장 구속 / 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기자간담회서 “잔인한 4월” 발언 ·3월 21일 검찰,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체포, 민주당 이광재 의원 소환 ·3월 22일 검찰, 추부길 전 비서관 영장 청구·이광재 의원 2차 소환 조사 ·3월 23일 검찰,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인태 전 행자부 2차관 체포 / 추부길 전 비서관 구속(알선수재) ·3월 25일 검찰, 장인태 전 차관(정치자금법 위반), 박정규 전 민정수석 구속(뇌물) ·3월 26일 검찰, 이광재 의원 구속(정치자금법 위반) ·3월 27일 검찰, 박진 한나라당 의원 소환 ·3월 28일 검찰, 서갑원 민주당 의원 소환 ·3월 31일 검찰, 장인태 전 차관 기소 ·4월 2일 검찰, 박정규 전 민정수석 기소 ·4월 3일 검찰, 이정욱·송은복(정치자금법 위반) 기소 ·4월 6일 검찰, 박관용 전 국회의장 소환,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의원 체포 / 박연차 홍콩 APC 비자금 계좌자료 확보·분석 돌입 ·4월 7일 검찰,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체포, 김원기 전 국회의장 소환 / 노 전 대통령,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재 ·4월 9일 검찰,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 영장 청구 / 박연차-노 전 대통령 측 돈거래 10억 확인, 50억 추적 ·4월 10일 검찰,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 씨 체포 /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구속 기소(알선수재) ·4월 11일 검찰, 권양숙 여사 참고인 신분 소환(부산지검) ·4월 12일 검찰,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 씨, 첫 참고인 신분 소환 ·4월 13일 검찰, 노 전 대통령 미국 방문 행적 추적 위해 시애틀 총영사 조사 ·4월 15일 검찰,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조사 ·4월 19일 검찰, 정상문 전 비서관 소환 조사 중 긴급 체포 ·4월 20일 검찰, 정상문 전 비서관 대통령 특수활동비 횡령 확인, 영장 재청구 ·4월 21일 검찰, 정상문 전 비서관 구속 ·4월 22일 검찰, 노 전 대통령 측에 서면질의서 발송 ·4월 25일 검찰, 노 전 대통령 측 답변서 수령·검토 개시 ·4월 30일 노 전 대통령 검찰 출두 ·5월 6일 검찰, '박연차 구명 로비' 관련 국세청 압수수색 ·5월 7일 검찰, '박연차 구명 로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자택·회사·계열사·주식거래인 주거지 등 압수수색 ·5월 11일 검찰,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 참고인 신분 소환 ·5월 12일 검찰, 정연 씨 박연차 돈 40만 달러 수수 확인 ·5월 15일 검찰, 민유태 검사장 소환 / 대검 A과장 조사 ·5월 17일 검찰,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첫 소환 ·5월 18일 검찰, 부산고검 A 부장검사 소환 ·5월 19일 검찰, 천신일 회장 소환 ·5월 21일 검찰, 이택순 전 경찰청장 소환 ·5월 22일 검찰, 최철국 민주당 의원 소환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6월 1일 검찰,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소환 ·6월 2일 검찰,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 소환 ·6월 5일 임채진 전 검찰총장 퇴임 / 문성우 대검 차장 대행체제 ·6월 6일 검찰,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소환(박연차에 준 50억 원 관련) ·6월 7일 검찰, 부산고법 A 부장판사 소환 ·6월 9일 검찰, 김태호 경남도지사 소환 =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두 번째 소환 ·6월 12일 검찰, 박연차 리스트 수사결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