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바이오 산업, 그 중에서 신약개발 시장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작년에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중역회의를 개최할 때마다 “10년 후 먹거리”를 주제로 다양한 지시와 발언을 했던 점을 상기한다면, 삼성전자의 생뚱맞은 신약개발 시도도 이해할 수는 있다. 이미 이건희 전 회장과 삼성그룹은 반도체·휴대폰 등 IT제 품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후, 지난 1998년 대선을 통해 권좌에 오른 김대중 전 대통령의 IT육성책을 자양분 삼아 세계적 위상을 공고히 한 바 있다. 이번의 생뚱맞은 신약개발 진출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시대 삼성그룹의 먹거리 산업으로 IT 산업과 BT 산업을 주목했다는 의미로 해석될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IT 못지 않게 BT분야 에서도 착실한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BT는 IT에 비해 더 많은 기반 기술을 보유해야 하는 고도화된 산업이지만, 의료계·제약업계·학계 등에서 축적해 온 바이오 산업 관련 노하우는 이미 세계 일류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치밀한 전략 아래 상업화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반도체 이후의 먹거리 산업 발굴 차원이라면 삼성의 이번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삼성전자의 신약개발 착수 소식 외에도, 셀트리온이 자사 제품 바이오시밀러를 중남미·대만·중국에 상륙시켜 본격적인 판매망을 구축 중이고, 이수앱지스는 한국에서 만든 항체치료 제1호 제품인 글로티냅의 칠레 판매를 칠레 식약청으로부터 인증받는 데 성공하는 등, BT 업체들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수앱지스는 삼성전자의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은 파트너라는 점에서 삼성의 자본·마케팅·브랜드 파워와 이수앱지스의 바이오 개발 기술력의 폭발적 융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제약학회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바이오 시장 참여로 일부 기업에서 점유율 하락 걱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삼성이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제약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의 자본·마케팅 능력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경우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이 같은 낭보만 날아온 것은 아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인지, 아니면 이 참에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라는 계시인지는 모르지만, 각 제약사별로 의사를 상대로 한 로비 파문, 자사 주력 상품에 대한 부작용 제기에 이어, 이제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이하 건강보험공단) 및 보건복지부 등 정부 당국과의 소송전까지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삼성의 시장 참여와 일부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등으로 인한 영향,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한국시장 진출 등 업계가 들썩일 만한 이슈들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이해득실 분석과 대응전략 등을 차분하게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의 힘겨운 싸움 현재 제약업계와 지도감독 당국인 보건복지부는 서로 ‘원수지간’이 됐다. 제약업계는 일부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약가 재조정과 관련하여 부당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은 약효시험 조작 의혹과 관련하여 제약업체 104곳에 대해 총 1249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법정에서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원고와 피고의 입장을 바꿔 가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발전전략을 논의하기는 힘든 상황. 게다가, 건강보험공단은 동아제약·광동제약 등 23개 제약사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으로부터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에 의거하여 허가가 취소된 24개 의약품을 그대로 유통시킨 것에 대해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기한 이번 소송은 판례, 국민감정, 현행법과 제도 측면에서 제약업계의 필패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재판부는 지난 2월 23일 휴온스에게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당 취득한 약재비 11억2700만 원 중 70%를 반환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휴온스나 동아제약이나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동일한 내용으로 동일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제약업계의 핵폭탄으로 평가받는 곳이 일동제약이다. 현재 일동제약은 최대주주인 윤원영 회장 측과 2대주주인 안희태 씨 사이에 경영권 다툼에 돌입한 상태이다. 일동제약, 집안싸움에 제품 부작용까지 이번 싸움에서 윤 회장 측은 17일 공시를 통해 안 씨가 글랜우드투자자문을 비롯한 일동제약의 특정 적대세력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것과, 그가 사적으로 찾아와 일동제약의 감사를 맡겨 달라고 억지를 썼고, 그가 추천하는 등기이사 후보들이 제약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며 폄훼하는 내용을 공시에 띄웠다. 반면, 안희태 씨는 이날 공시에서 윤 회장 측 세력이자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의 대표이사 사장을 맞고 있는 이금기 씨를 중심으로 일동후디스를 일동제약의 자회사가 아닌 자신의 개인 회사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씨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1996년 7월 일동후디스의 전신인 남양산업주식회사를 인수할 당시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동후디스 무상감자, 일동후디스 유상증자, 일동제약의 증자 미참여(실권), 일동후디스 불균등 유상감자, 일동제약 감자 참여 등의 순서를 거치는 동안 일동후디스의 지분은 양사의 경영권을 위임받은 이금기 대표이사가 16%, 이 대표이사의 친척인 전용자·이돈수 씨가 각각 9%, 6% 씩 소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일동제약이 보유한 일동후디스의 지분은 100%에서 33%로 떨어졌으며, 이금기 대표이사 개인 세력의 지분이 31%, 기타 사람들이 36%를 가지게 됐다고 한다. 결국 일동후디스는 알게 모르게 일동제약의 자회사가 아닌, 사실상 이금기 대표의 개인회사가 됐다는 것이 안 씨의 주장이다. 안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금기 대표는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죄로 법정구속까지 가능한 중죄를 저지른 셈이고,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 날 경우 안 씨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대표이사를 모함한 것으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결국 양측은 누구 한 사람이 구속되거나 패배를 승복하기 전에는 멈출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일동제약 당뇨병약 저혈당 유발 가능성 또 일동제약의 대표적 당뇨병 치료제인 파스틱정이 저혈당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식약청은 “파스틱에 함유된 나테글리니드 성분이 저혈당을 유지하고 간 기능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일동제약이 출시 전 일본에서 지원자 883명을 대상으로 행한 임상실험 결과 17.8%인 157명에 대해 이상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이상증세 중에는 약 투여 후의 심근경색과 돌연사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 제품을 복용할 때 정확히 조심하지 않는다면 간 기능장애와 황달 등 빈도불명의 중증 간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 저혈당과 공복감·식은땀 등 저혈당 증상이 일어난다. 안국약품, 골프접대 내부자 고발로 이미지 구겨 안국약품에서도 악재가 터졌다. 내부고발자에 의해 골프 접대 파문이 번진 것. 안국약품의 오너 어준선 회장이 제약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은 결국 제약협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최종 확정한 약가재평가 대상 품목에 안국약품의 주력 상품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의사들에게 골프 접대한 사실이 내부 고발에 의해 드러나 사면초가에 몰린 양상이다. 이와 관련, 안국약품은 최근 터진 골프 접대 의혹은 기획사 등에서 행해지는 상식적 테두리 안에서의 정당한 판촉행위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안 좋은 일로 퇴사한 영업부의 전 직원이 살을 덧붙여 악의적으로 유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국약품의 내부 직원에 의해 드러나게 된 이번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제약협회는 동사를 공정거래준수위원회에 회부하여 재제조치를 강구 중에 있다. 그런데 현재 안국약품의 오너 어준선 회장이 동사의 제재에 대한 일차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제약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어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협회의 조치 수위에 따라 안국약품 등에 대한 별도 조사와 제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내 식구 감싸기식으로 넘어가기도 힘들 전망이다 다국적 회사들 몰려오는 속사정 최근 제약업계에서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이 닥칠 때마다 이해관계 여하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하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이 같은 일들이 모두 몰려들면서 이제는 두손 두발을 다 든 상태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체들이 언제까지나 정신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 현재 화이자제약·시노피제약 등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만나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날 화이자제약은 국내 시장에 3000억 원 가량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전 장관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내 제약사 및 의료·경제 관련 단체들은 “그 동안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공장철수 행위를 보이던 화이자 등 제약회사들이 약가 재평가로 유리한 경쟁 위치에 서자 재투자를 약속한 것은 속 보이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