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윤증현 경제부총리와 기타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 발표됐다. 윤 부총리와 경제부처 장관들의 이번 발표는 확장적 재정정책 유지, 서민생활 안정, 기업 구조조정을 비롯한 한국경제의 경쟁력 제고 등 3가지 주제로 요약될 수 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부가 하반기에 돈을 더 많이 쓰겠다는 뜻이다. 사실 상반기 재정지출의 비율도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단지 세금 규모만을 놓고 본다면 상반기 재정운용의 결과와 하반기 계획을 합칠 경우 10월 정도면 국가 금고가 동이 날 정도이다. 결국 국채 및 지방채의 과다 발행, 외자유치 등을 통해 적자를 메워야 한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돈을 펑펑 써대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증현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일부 지표가 호전되는 조짐이 있지만 유가·원자재가 등의 위험요인, 북핵 및 사회갈등 등을 미뤄볼 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때까지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정책기조를 당분간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함박웃음’ 6월 25일 정부가 발표한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대해 재계는 겉으로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 민간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내심으로는 기쁨을 감추기 힘들어하는 분위기이다. 재계의 한 주요 인사는 “일부 미흡한 점도 있는 듯 보이지만, 세계경제의 현실과 한국경제의 현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정책기조는 정확하고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 인사가 말한 정확하고도 바람직한 정책기조는 윤증현 부총리가 모두발언을 통해 밝힌 확장적 정책기조 유지와 그 틀 안에서의 적극적 재정지출을 의미한다. 국내외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현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활성화를 민간기업에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앞장서서 민간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드는 리스크를 축소하고 녹색산업 등 전략산업을 활성화 하는 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일부 재벌기업들의 사업활동을 위해 정부가 세금으로 도와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같은 주장도 일리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환율·원자재·유가의 악영향, 정부의 지시 아래 금융권 주도로 행해지는 구조조정 스케줄, 은행들의 노 리스크 대출정책, 세계적 동반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선의 감소 및 세계적 경제 블록의 심화 등이 연이어 닥치면서 기업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기업과 자본가들이 투자하고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줌으로써 투자심리를 고취시켜야 한다”며 “이 같은 차원에서 이번 경제운용 방향은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노동유연화 정책, 경제파탄으로 이어질 것” 이처럼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 대해 재계는 함박웃음과 따뜻한 박수를 보낸 반면, 노동계는 분노의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2009년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현 국가 경기침체의 책임과 그로 인한 고통을 일반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돌리려 한다”며 “이번 경제운용계획 발표를 통해서도 현 정권과 노동계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노동유연화 정책은 비정규직의 양산 및 고용불안 심화, 노동자의 소득 저하를 불러오고 이는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상류층 서민들의 소비심리를 악화시켜 결국 경제 흐름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지도부의 이 같은 주장은 이례적으로 서민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상당 부분 일치하면서 힘을 받고 있다. 윤증현 경제부총리와 산하 경제부처 장관들이 함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던 25일, 아주 특이한 시국선언이 나왔다. 이날 환경미화원들은 시국선언 발표를 통해 “이제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겠다. 불안해서 못살겠다. 힘들어서 못살겠다. 아우성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반성은커녕 경찰과 검찰을 이용해 국민의 입만 틀어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들의 시국선언 문구는 거창한 이념도 화려한 수식도 섬뜩한 칼날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양극화 해결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우리나라에 부가 넘쳐나면 서민들의 고통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획재정부, “국고 남김없이 털어 경기부양할 것” 윤증헌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중점 사항 중 최우선순위는 추경예산의 차질 없는 집행과 이를 통한 경기부양이다. 즉, 확장적 재정정책의 적극적 집행을 예고한 것이다. 윤 장관은 예산의 이월과 불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재정부 2차관 주재로 예산집행특별점검단회의를 통해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예산의 이월이란 직전 회기에 확보된 예산 중 집행하고, 남은 돈을 표기하는 재무 용어이고 예산의 불용은 사용하지 않은 돈이다. 그러므로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과 추경예산을 한 푼도 남김 없이 확실히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윤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이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사령탑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그의 발언은 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문화관광부·보건복지가족부 등 여타 부처에도 기본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재계가 가장 기뻐하는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윤 장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유지와 예산의 이월 및 불용 최소화 발언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돈을 풀겠다는 의미”라며 “그 과정 속에서 결국 기업들은 해당 사업에 대해 직접적 지원 혹은 간접적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부의 적극적 재정집행을 통한 경기부양 측면에서 노동계는 작은 반대의 논평만 낼 뿐 큰 반발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부자를 향한 미소를 통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명확히 반대입장을 밝히고 저항을 나타내기에는 현 경제상황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녹색산업 육성” 한국경제의 부사령탑으로 꼽히는 지식경제부는 이번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발표에서 녹색산업과 이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동력산업의 집중 육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주어진 예산을 최대한 집행하겠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재정경제부는 우선 녹색산업 집중 육성을 위해 신성장동력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스마트 프로젝트를 실행하여 녹색산업 중심으로 정부가 지정한 신성장동력산업에 대한 민간자본의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관련 분야에서 안정적인 시장을 만든다는 복안을 밝혔다. 또 녹색기술·신성장동력 분야 등을 중심으로 100대 중점 외국인 투자유치 기업을 올해 말까지 선정해 이들 기업에 외국자본의 투자활동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노동계와 재계는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고 있다. 재계는 일단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방침이라는 점에서 내심 반대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이고, 노동계 역시 같은 이유로 위 방침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녹색산업이라는 개념과 정부가 말하는 신성장동력산업의 정체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지지 혹은 반대 입장을 밝히기 힘든 입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녹색산업과 신성장동력은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재계도 어느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아 아직은 별다른 입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계의 경우도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뭐든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돌파하기 힘든 이상 노동자의 권익침해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일에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토해양부, “하반기 예산집행은 4대강 컨셉트로” 국토해양부가 정한 하반기 재정집행의 주요 주제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주택시장의 부양이다. 이 중 서민주택의 대거 생산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시장 부양은 국민적 차원의 논란이나 이견이 없다. 다만, 건설·주택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효성·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일부 피력할 뿐이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재계·노동계를 넘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범국민적 차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적 사안이다. 하지만 정종환 장관이 이번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정치적·사회적 논란과는 상관없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반대세력과의 논란이나 찬성 측 지지와 관계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함께 주택시장 정상화를 하반기 주력사업으로 삼았다. 사실 4대강 살리기가 청와대 차원에서 진행하는 정치적 사안이라면, 주택시장 정상화는 국토해양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정 장관은 주택시장 정상화 방향으로 주택규제 완화, 미분양 주택 흡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미분양 리츠·펀드 출시, 보금자리주택·주공아파트 등 서민형 주택 공급을 주요 내용으로 발표했다. 이와 관련, 재계는 적극적인 건설사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노동계는 보금자리주택 등의 활성화 측면에서 이느정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경실련·전국철거민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재개발 활성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친서민주택 공급 정책은 일면 좋아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서민들의 주거지를 빼앗아 더욱 빈민층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지어진 집들은 부자들의 자산운용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여성부, “여성·취약계층 고용확대·고용안정 모색” 서민의 일자리와 관련하여 노동부와 여성부는 “여성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고용기회 확대와 고용안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구체적인 지원사업의 예로 청년인턴 종료 후 노동시장 정책방향 마련, 여성가장 및 출산여성 경제활동 복귀 촉진, 건설일용근로자 능력개발 지원, 일자리 나누기 지속 추진, 사회적 일자리 수익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노동부의 정책기조는 한마디로 노동시장 유연성의 향상으로 모아진다. 우선 기존의 노사관계와 관련하여 복수노조와 전임자 제도 개선, 단시간 근로의 활성화, 영세 자영업자의 노조 임의가입 허용 등을 주장했다. 또 여성부는 여성의 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 사업 추진, 여성단체 등이 참여하는 G-Korea 여성협의회 구성, 주요 기업과 여성친화 양해각서 체결, 차세대 여성관리자 네트워크 구축 등의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극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여성의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 문제 해결 등은 참 좋은 문구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정부가 창출할 여성의 일자리와 청년실업자의 일자리가 결국 안정적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등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저소득 일자리 아니냐”며 “이를 일자리 나누기 지속 추진과 복수노조 허용, 노동유연화 제고 발언과 함께 보면 결국 쥐꼬리 만한 급여를 조건으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하겠다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기업 간 긴장 악화 우려도 사실 이번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은 기업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우호적 입장에서 수용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정부도 이 점을 굳이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 양극화 심화, 재벌과의 밀착 등에 대한 비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개연성이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은 재벌개혁, 부의 평등 분배를 논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우선 경제 상황을 예전처럼 회복시킨 후 다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서민들은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고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한국은행 관계자, 환율·유가를 직접 거래하는 민간 외환 딜러, 은행, 간 콜 시장을 주도하는 자금중계회사 등 돈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직종의 사람들은 한국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매일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현재의 기업들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윤증현 장관이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은 노동계와 야권의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목소리를 십분 수용한 것”이라며 “우리가 이만큼 성의를 보였으면 이제는 재계도 투자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감행하여 고용을 늘리는 등 성의를 보여야 하는데, 재계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비즈니스프렌들리를 주창했고 여권도 이 같은 대통령의 기조에 반대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민 손을 재계가 만족스럽게 잡아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언제까지나 기다리지는 않겠다”며 “앞으로 기업 건전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일정도 있고 중소기업 살리기도 있는 만큼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