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웬 김치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되면 김치 같은 시장이 되고 싶다”고 밝혀 재선 의지를 굳혔다. 시청 구내식당에서 열린 취임 3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뉴욕과 몽골 등지를 돌면서 서울의 시정을 홍보하고 온 오 시장은 “해외에 나가보니 김치를 그렇게 찾게 되더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단에게 저녁식사비를 부담하며 마련한 자리에서 식사 중 “밥상을 보니 유난히 김치가 눈에 띄어 앞으로 재선이 되면 김치 같은 시장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밥상을 항상 지키는 김치처럼 시민의 곁에 머물면서 그들이 원하는 시정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보면 적절할 듯하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여러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최대의 경쟁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경쟁자들은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 경쟁자를 의식하기보다 현재에서 원칙을 지켜 성과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이다. 당장 서울시장의 재선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방선거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만약 이렇게 원칙과 초심을 지켜 나가다가 낙마한다고 해도 나는 떳떳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이를 알 수 있다. 그는 “내가 소신을 지켜 나가는 것을 몰라준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서울시의 뉴타운 공공성 강화 방침을 거론하며 “이런 서울시의 정책 추구 방향에는 기존에 당연히 행해지던 관행의 근간을 바꾸려는 야심찬 의도가 담겨 있다”며, 이런 식으로 원칙에 충실하면 절로 그 뜻을 평가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요즘 취임 초기부터 심혈을 기울인 사업들이 결실을 보고 있다”며 “그 중에서 특히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취임 전 각 자치구 사이에 17:1까지 벌어졌던 재정격차가 그냥 두면 5~6년 안에 30:1까지 벌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서울시는 재산세 공동과세제와 조정교부금 제도 등을 통해 그 격차를 6:1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아직 강남북 균형발전이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심층적으로 취재해 그 진척도를 살펴봐 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어서 “올해는 경제가 하도 어렵다 보니 무엇보다도 복지시장이라고 불리고 싶다”며 남은 1년 간 복지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암시했다. 취임 후 지금까지 열성을 들여 구축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의 창의시정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서울시 조직을 세계 일류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인사·민원 시스템 등을 시민들이 편리하게 느끼도록 끊임없는 창의적 시도와 게으름에 빠지지 않게 변화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내년에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는 현 정권을 중간평가하는 성격으로 변질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개통이 지연된 지하철 9호선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전 점검을 하지 못해 개통이 지연된 점에 대하여 모두 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깨끗이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의 청와대 파견 인력이 최근 서울시로 복귀한 점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좋은 인력을 많이 뽑아 가 처음에는 씁쓸함을 느꼈다”며 “그렇지만, 최근 복귀한 그들과 함께 남은 임기 동안 더 넓은 틀에서 시정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