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낙마한 천성관 검찰총장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다시 건드렸다. 천 후보자가 13일 국회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이후 하루만에 자진사퇴한 것. 제기된 의혹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물론 증여세 탈루,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강남 고가 아파트 구입, 부인의 명품 쇼핑, 아들의 호화 결혼식 논란 등의 도덕성 시비에 따라 여론은 악화됐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증 실패로 고위직 내정자가 낙마한 사례는 7번째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출범 이후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인사문제였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또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인맥)이라는 신조어들은 현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상징한다. 첫 조각 당시부터 이어진 도덕성 검증 난맥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의 첫 조각이 발표되자마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 등 3명이 모두 청문회도 갖지 못한 채 자진사퇴했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지난해 2월 11일 장관 내정 직후부터 제주도 땅을 실제의 절반만 신고한 점과 전국 각지에 투기용으로 의심되는 40곳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과다 보유 및 투기 의혹에 시달리다 같은 달 18일 결국은 사퇴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경기도 김포시 양곡리 땅을 구입하기 두 달 전에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절대농지’ 투기 의혹을 받는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 곳곳에서 제기돼 낙마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도 논란이 됐던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6년 동안 자녀 교육비 5000여만 원을 연말정산 때 이중공제받아 1500만 원의 세금을 고의적으로 포탈했다는 의혹을 받아 논문 표절 의혹과 겹쳐 낙마했다. 두 달 뒤에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도 영종도 땅 투기와 서류 조작 의혹으로 여론의 맹공을 받으면서도 ‘억울하다’며 버티다 결국은 스스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은 논문 표절과 투기, 세금 탈루 등으로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났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특혜 의혹으로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경기 안성의 농지 매입을 위해 인근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인사와 관련, 상시검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시달리면서 14일 결국 낙마하자, 정치권 안팎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재현되고 있다. 도마 위에 오른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천 후보자에 대한 내정은 검찰 개혁과 충청권 인사 껴안기 등 개혁적 드라이브를 시도하기 위한 상징적 인사였기에, 천 후보자의 도덕적 결함으로 대통령이 입은 정치적 타격은 적지 않다. 재산 기부를 실천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천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을 대하는 이 대통령은 지난해의 인사난맥상에서 얻은 학습효과를 토대로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천 후보자의 사의를 즉각 수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천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예상 외로 심각한데다가,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도 교체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을 하는 부서는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이다. 여기서는 정부가 갖고 있는 인사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검증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종 후보군이 정해지면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다각적인 채널로 위법 및 비리 유무, 재산 형성 과정 등에 대한 검증에 나선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서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등 강도 높은 정밀검증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적 거래나 개인 신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최종 확인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생긴다고 한다. 청와대, 인사검증 개선방안 마련 나섰지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천 후보자 내정 철회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인사검증 시스템 정비는 곧바로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검증에 대한 고민은 현 정부에만 국한된 을은 아니다. 2005년 초에 청와대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자문회의를 설치하고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비하는 등 인사검증 개선방안을 제시했지만,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논문 파문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일단 청와대는 민정수석실과 기획관리비서관실·인사비서관실 등을 중심으로 인사검증 개선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체계를 정비해 검증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제도개선, 검증팀 보강, 현장조사 강화, 내부청문 등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체계 정비의 경우, 인사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을 통합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직기강팀을 이원화해서 서로 확인해가며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공직기강팀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장 직속기구로 개편해 힘을 실어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고위 공직자 인사에서 후보군이 어느 정도 압축됐을 때 본인 동의를 얻어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정치권과 언론 등 외부검증을 받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으나, 명예훼손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공식 인사 라인을 통하지 않는 이른바 `’비선추천’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을 활용한 현장조사 강화, 고위 공직자 후보군에 대한 비공개 청문 절차 도입 등도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참모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상시검증이 우선돼야 하고, 이미 고위직에 있는 인사도 이중 삼중의 필터링 작업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사검증팀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