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도덕성 시비로 7월 14일 오후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즉각 자진사퇴 의사를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검찰의 앞날이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대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천 후보자가 2003년에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의 관문을 넘지 못한 첫 ‘예비 검찰총수’라는 불명예스러운 사실로 기록되면서 그의 발탁에 관여했던 검찰 내외의 인사 라인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천 후보자는 사퇴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야당이 이날 자신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사퇴를 촉구하며 맹공을 퍼붓는 등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자, 서울중앙지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준비팀 관계자들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으나 결국 자진사퇴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기수를 파괴하는 파격인사를 하면서까지 천 후보자를 내정한 이유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이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검찰이 직면한 위기를 인적 쇄신으로 돌파하겠다는 회심작이었다는 점에서, 사퇴의 충격파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른 문제가 아닌 도덕성 시비에 발목이 잡히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 등의 비판 여론으로 입지가 좁아진 검찰은 더욱 내일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악재에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편파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검찰의 신뢰도가 훼손된 상황에서 신임 검찰총장 후보마저 도덕성 문제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특히 천 후보자 내정 직후 청와대가 "법질서 확립에 대한 소신이 분명하며,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국민에게 신뢰받는 미래 지향적인 검찰 조직으로 일신하는 차원에서 발탁했다"고 발표했던 점을 감안하면,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급전직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무장관 “검찰은 흔들림 없이 일하라” 물론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7월 15일 천 후보자에 대한 사의를 이 대통령이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즉시 일선 검찰에 “각 검찰청의 직무대행자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검찰 본연의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며 조직 정비에 나섰다. 이어 김 장관은 “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은 물론 각종 서민생활 안정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에도 최선을 다해 달라”며 “현재의 인사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국의 검사장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각 검찰청의 직무대행자를 중심으로 업무에 매진할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검찰수뇌부인 고검장 자리를 맡았던 천 후보자의 사법시험 선배 기수와 그의 동기가 검찰총장 내정과 맞물려 모두 용퇴했기 때문에, 현재 일선 지검장급인 사시 23회가 검찰에 남은 최선임 기수라는 점에서 검찰이 상당 기간 지휘부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 후보자의 임명으로 검찰의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을 도모하려 했지만, 오히려 지휘부가 비게 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 검찰은 천 후보자가 총장에 내정된 뒤 수뇌부의 줄 사표가 이어져 곳곳에서 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천 후보자마저 서울중앙지검장직을 사퇴해 그마저도 대행체제로 운영될 입장이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 퇴임 후 한 달가량 총장 직무대리를 맡아온 문성우 대검차장과 이인규 중수부장도 천 후보자가 사퇴를 발표한 그날 퇴임식을 가져 검찰 사상 전무후무하게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중수부장이 모두 공석이 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천 후보자보다 선배기수인 권재진 서울고검장 등도 ‘용퇴’하고 검찰을 떠난 바 있어, 천 후보자 자리까지 포함하면 고검장급 검찰 고위직은 총 8자리, 검사장급 고위직은 4자리가 비어 있어, 검찰의 핵심 요직이 대부분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례 없는 지휘부 공백상태에 대응하기 위해 규정에 따라, 전국 지방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 수뇌부와 중요 사건 수사가 집중된 서울중앙지검장인 천 후보자가 사퇴한 입장에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은 검사장급인 정병두 1차장이 각종 업무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 각 고검들은 고검 차장검사가 고검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수뇌부 공백…곳곳에서 대행체제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즉각 차기 총장 후보를 지명한다고 하더라도 청문회 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가량 지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전례 없는 지휘부 공백상태에 빠진 검찰은 7월 15일 예정에 없던 확대간부회의를 개최,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등 위기의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한명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이날 오전 대검 부장단의 보고를 받은데 이어 연구관급 이상 70여명이 참석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지시했다. 물론 확대간부회의는 매달 정례적으로 열리지만, 이날 회의는 사전에 예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가량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지휘부 공백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대처 방안 등이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조은석 대변인은 “이번 일을 검찰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데 참석자들이 모두 공감했다”고 밝히면서 “검찰 조직이 흔들림 없이 평소와 같이 운용돼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봤으며, 비상 상황이라는 비장한 자세로 업무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언제 단행될지 모르는 후임 총장 후보자의 인선과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후속 인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수사 업무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해, 천 후보자의 사퇴로 검찰이 전례 없는 수뇌부 부재 사태를 맞은 업무 공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경찰에서 수사한 사건을 넘겨받아 처리하는 형사부의 사정은 비교적 낫지만, 중요 수사를 담당하면서 수뇌부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특수·공안 파트는 업무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이라는 담당 업무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이와 관련,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총장 임명 이후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인사 때까지 형사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서들은 남은 일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 일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인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수사의 경우 지난 6월 30일 김성균 대표를 소환 조사하고 나서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2008년 12월 경찰이 송치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해놓고도 수뇌부의 부재로 기소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진행 중인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과 별도로, 검사들이 새로운 수사의 착수를 꺼리는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범죄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검찰 고위직 인사 조기단행 검토 사정이 이처럼 급박함에도 불구하고, 천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후임 총장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인사검증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인선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검찰 업무공백에 따른 국민의 불편도 가중될 전망이다. 따라서 후임 총장 내정부터 임명까지 적어도 몇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법무부가 고검장 승진 인사만이라도 서둘러 지휘부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위도 이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검사장 이하 주요 간부들의 인사는 새 총장이 취임한 상태에서야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천 후보자의 갑작스런 사퇴로 인한 검찰 조직의 동요를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직후로 예정됐던 후속 인사가 사실상 지연됨에 따라 예상되는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 공석인 검찰 고위직 인사를 조기에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특히 검찰총장 후보자가 다음주에 내정되더라도 최종 임명까지는 적어도 한 달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어서, 후보자 내정과 함께 후속인사를 단행하거나 내정 이전이라도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검찰 특성상 수사 과정에서 수뇌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들이 있어 고위직 인사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협의해 결정해왔으나, 초유의 사태임을 감안해 장관과 총장 직무대행인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협의해 인사를 단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천 지검장의 총장 임명이 확정될 경우를 가정해 검사장급 이상의 간부 인사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조기 인사 단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후임 검찰총장 후보자가 선정되어야 신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기수를 고려해 고위 간부들의 진용을 재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호남출신 명동성·문성우 등 하마평 올라 한편, 후임 검찰총장 지명과 관련하여 이 대통령이 천 후보자보다 더 낮은 기수에서 내부 수혈을 할지, 아니면 ‘올드 보이’로 불리우는 외부 인사를 천거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조직·직무범위 등을 정한 검찰청법에는 검찰총장의 임무와 임기 등만 명시돼 있을 뿐 자격 조건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없기 때문에 현직 검사가 아니라도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형식상 ‘15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자격 보유자’라면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임명권자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직 검사가 아니라도 검찰총장에 임명될 수 있고, 이미 그런 사례도 있다”고 설명해, 결국 천 후보자 지명 이후 검찰 고위 간부가 잇따라 사퇴하기는 했지만 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이들 중에서도 내정자가 나올 수 있음을 내비쳤다. 실상 천 후보자 지명 이전에 1순위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는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56·사시 20회)이다. 이 외에도, 명동성 전 법무연수원장(56·20회), 문성우 전 대검 차장(53·21회) 등이 하마평에 올랐던 적이 있어 이번에도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구 출신인 권 전 고검장은 대검 공안부장과 대구지검장, 대구고검장, 대검 차장을 지낸 뒤 지난 1월 서울고검장으로 임명됐는데, 특히 정책 판단과 기획·연구 능력이 탁월하며 선후배 검사들의 신망도 높다. 검찰 업무 처리에 있어 원리원칙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대구·경북(TK) 출신인 권 전 고검장이 임명될 경우, 역시 TK 출신인 김경한 법무부 장관(65·11회)과 함께 ‘TK 독식’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권 전 고검장의 동기인 명 전 법무연수원장이 거론된 바 있다. 전남 강진 출신인 명 전 법무연수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면서 BBK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호남 출신인 문 전 차장은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청주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이면서도 특수·형사·공안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그리고 전남 장흥 출신의 이귀남(58·22회) 전 법무부 차관과 서울 출신의 김준규(54·21회) 전 대전고검장, 부산 출신의 문효남(54·21회) 전 부산고검장, 강원 출신의 신상규(60·21회) 전 광주고검장, 전남 출신의 이준보(56·21회) 전 대구고검장 등도 같은 맥락에서 후보군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시 23회를 기용할 경우 19회인 임채진 전 총장보다 4기수나 낮아져 인사 대혼란이 우려되지만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23회로는 차동민(50·경기) 수원지검장, 한상대(50·서울) 법무부 검찰국장, 황희철(52·광주) 서울남부지검장, 조근호(50·부산) 서울북부지검장, 정진영(50·대구) 서울서부지검장, 박한철(56·부산) 대구지검장, 박용석(54·대구) 부산지검장, 황교안(52·서울) 창원지검장, 박영렬(53·경기) 광주지검장 등 9명이 있다. 그리고 외부 인사가 ‘구원투수’로 전격 기용될 경우 2005년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정진규(63·15회·서울) 변호사를 비롯하여 2005년 대검차장을 지낸 이정수(59·15회·서산), 2006년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낸 고영주(60·18회·충남), 2005년 성남지청장에서 물러난 박 만(58·21회·구미)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어, 이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