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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서민 프렌들리’로 전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없다”…정부, 재계 이기주의에 궤도수정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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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1호 박현군⁄ 2009.08.18 14:20:24

최근 정부의 기조가 이상하다. 집권 초기에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신조어를 합성해가며 자본중심·성장위주·친기업적 기조를 분명히 하던 정부가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재벌 그룹들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집권 초에 군과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초고층 빌딩 인허가를 결정하고, 민주노총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동유연화에 대한 정부의 중단없는 행보를 천명하는 등 재벌정부·부자정부라는 비난을 무릅쓰며 경제성장과 위기탈출에 매진하던 정부와 청와대의 분위기는 현재 온데간데없다. 정부, 반재벌적 기조로 선회하나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재벌정책이 ‘Business Friendly’가 아닌 ‘Business Enemily’로 변화하는 듯하다. 재벌개혁을 향한 정부의 압박은 인정사정이 없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말에 구사할 거시경제 출구전략 마련 및 재벌개혁 압박을 본격화 했다. 이에 따라 재계 구조조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10일부터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농협 등 7개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공동 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공동검사는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요청을 받아 실시하는 것으로, 해당 은행들의 부실채권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해당 은행들의 유동성 등 통화정책들에 대한 종합 점검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은 주택담보대출 실태,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 리스크 관리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는 복안이다 이번 공동검사에서 한국은행은 최근 시중에서 제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등의 우려에 대한 실체를 확인하고, 향후 취해질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자료 획득에 주력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금융감독원의 경우 이번 기회에 각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 및 재벌 구조조정의 진행상황을 함께 점검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세청도 시중은행 세무조사를 통해 재계 구조조정 압박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방국세청 및 일선 세무서에 시중은행과 건설사를 시작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재계 구조조정을 압박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 3일 국세청은 재벌 그룹 구조조정을 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에 대한 세무조사의 순차적 진행이라는 지침을 지방국세청 및 일선 세무서에 하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전국 조직망을 동원해 시중은행을 비롯하여 금융회사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지난해 10월에 닥친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세무조사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왔다”며 “경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다시 재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중은행과 건설사에 대해 우선 세무조사 지침을 내린 것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계 구조조정의 비협조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그룹들과 MOU를 체결하여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감시 감독하고 있지만, 경기가 풀리는 와중에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이번 세무조사는 그에 대한 채찍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사의 경우 국내 실물경제의 급추락이 주택 미분양 대란에서 시작된 만큼 건설사들에 대한 재무안전성 확보는 당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주 마지막 영업일인 7일 영업시간 전까지 부실채권 정리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최후통보를 보냈다. 일단 금융 당국은 지난달 30일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통해 밝힌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 1% 미만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이 가이드라인 기준을 주요 18개 은행들이 충족하기 위해서는 총 2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의 처분과 차입금 강제회수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혹은 해당 채무계열 기업들에 대해 경영개선 약정에 따른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성 및 자금 유동성을 강화하여 부실채권을 우량채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전 세계적 금융·경제위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 결국 금융감독 당국의 이번 조치는 주채무계열 그룹에 대해 구조조정을 더욱 강제화 하라는 압력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재벌 그룹들 대승적 마인드 부족” 정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기업들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전폭적인 지지 및 방관 속에 진행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폐지에 대하여 재계는 “국내 재계에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폐지 반대를 골자로 하는 건의문을 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청와대·기획재정부·한나라당은 임시세액공제 폐지를 포함한 친서민 정책기조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한 상태이다. 집권층의 이 같은 기조는 미디어법 통과 이후 민심 돌리기라는 정략적 차원에서 한나라당에 의해 주창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친서민 정책기조는 한나라당과 청와대보다는 윤증현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하는 정부의 국가 경제 사령탑에서 더 적극적이다. 이는 정부 수뇌부의 재계, 즉 재벌 대기업 경영진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70년대까지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정부가 특정 재벌에게 혜택을 몰아준 것도 사실이지만, 혜택을 받은 재벌 오너들도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대승적 앞날을 위해 때로는 그룹의 도산을 각오할 정도로 리스크만 거대한 일에 스스럼없이 몸을 던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현 정부에서의 재벌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고 개탄했다. 정치권 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재벌 그룹 오너 일가의 마인드가 지난 1970년대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의 기업들은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대승적 마인드가 부족한 이상 현 정부와 같은 정책으로는 결과적으로 서민을 등쳐 재벌을 살찌우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국가 경제의 위기 탈출을 위한 하반기 정책 운용 면에서 재계에 적극적인 도움을 수차례나 요청한 바 있다. 지난달 15일 윤증현 경제부총리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정부로선 할 만큼 다했다. 하반기엔 민간이 나서줘야 한다. 정부의 노력에 상응하는 움직임을 보여라”고 주문했다. 같은 달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반월시화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상반기 정부의 예산으로 경기를 회복시켰다. 이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금융당국을 활용하여 은행 채권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M&A를 압박하는 것도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재의 불안정한 투자환경에서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라는 것은 한술 더 뜨는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배상근 상무는 정부의 움직임과 관련 “중견기업들의 정상화 몸부림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 배 상무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접한 바 있다”며 “그의 발언이 정부의 투자확대 요구에 대한 재계의 입장이라고 볼 때, 재계 위주의 정책 집행이 과연 옳은 것인지 뒤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박효종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 시절에 정경유착은 분명히 존재했으며, 이로 인해 삼성·현대·대우·LG 등이 특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주영·이병철·박태준 씨 등 당시 재벌들은 개인 기업의 이윤 극대화보다는 나름대로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를 전제로 민족주의적 정신에 입각한 대승적 노력을 했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주창했을 때는 그에 맞춰 그룹 창업주들처럼 재계 스스로 자기희생과 앞장서는 모습이 전제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버티기 이에 따라 청와대·정부·정치권은 최근 재벌 대기업의 구조조정 진행을 통해 친서민 정책 공고화, 한국 경제계의 건전화, 일부 이기적이고 고압적인 재벌가 손보기 등을 이룬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청와대가 포문을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재벌 구조조정은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추진상황을 매월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감독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권력기관들은 은행의 채무계열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의 독려와 힘 실어주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MOU를 체결한 기업들에게 유휴자산 매각 등을 독려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하지 않는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고심하다 갑자기 매각 입장을 밝히고, 최근 형제의 난으로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를 갖춘 배경도 사실 은행권의 압박이 주효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기조는 대략적으로 구조조정 버티기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C등급을 받은 대기업들이 채권은행과 맺은 기업개선작업 MOU에 비협조 및 반대하는 곳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의 경우 지난 6월 PEF를 통한 계열사 전격 매각이라는 주제로 언론사 홍보를 했지만, 해당 PEF가 주식회사 두산에 귀속되면서 결국 눈가리고 아웅 처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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