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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의 방북성과 ‘종합’

김정일 라인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인물…현대중공업그룹의 적대적 M&A에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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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2호 박현군⁄ 2009.08.25 10:40:22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지난해 7월 박왕자 씨 피격에 대한 사실상의 사과 및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17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은 전일 묘향산에서 가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이 같은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날 현 회장은 김 국방위원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금강산 관광사업과 함께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맺은 대북사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즉석에서 함께 배석한 김양건 아태평화위원장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의 배경이 된 지난해 7월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건에 대해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상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이끌어낸 것도 현 회장 방북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현정은 회장의 이 같은 발표내용대로라면 향후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북한 관광 및 개성공단 등의 대북사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모든 편의와 안전을 철저히 보장받은 셈이다. 실제로 현 회장과 김 국방위원장의 오찬 이후 현대그룹은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로부터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및 북측 지역 체류를 제한하는 12·1 조치의 폐지에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시작될지 그리고 언제 금강산 사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는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다만 회장님의 방북을 통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만큼 금강산 관광사업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의 방북 성과 남북 경색이 지속되면서 이대로 가다간 결국 1990년대까지의 총부리 대결구도가 재현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벼랑끝으로 가던 남북관계에 화해를 이끌어냈다. 현 회장의 방북은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현 회장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긴장 완화라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묘향산·백두산 관광 루트 확대 그리고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확답받기 위한 사업적 목적에서 간 것일 뿐이다. 이러한 현 회장의 방북 목적은 김 국방위원장의 전폭적인 협조 속에 모두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현 회장의 방북 목적 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관계 긴장 완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지난 15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을 방문한 뒤, 개성공단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소속 유 씨가 전격적으로 석방됐다. 유 씨는 모자를 눌러 쓰고 건강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라산을 빠져나가 국정원으로 향한 뒤 가벼운 조사를 거쳐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노력하고 요구해도 소용없던 일을 현정은 회장이 방북 하루 만에 성사시켰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더 이상의 총부리 대결 모습은 북한의 대내외 정치 환경에 크게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유 씨 등의 석방을 전제로 현 회장을 초청한 것이다. 유 씨의 석방에 현 회장의 영향력이 얼마만큼 기여했느냐와는 상관없이, 이번 방북으로 그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 또한 김 국방위원장이 현 회장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 보따리로 풀이된다. 8월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묘향산 초대소에서 오찬을 겸한 면담을 무려 4시간이나 가졌다. 이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3시간 15분 동안 가진 면담시간보다 많은 것이다. 현 회장은 이날 김 국방위원장과의 오찬 면담에서 지난해 7월 금강산에서 있었던 총격사건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물론 정부 대 정부 간에 한 약속도 아니고 무슨 문서로 남아 있는 기록도 아니지만,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의한 일인독재 왕국으로 불리며 김정일의 위상이 하나님과 동격인 곳에서 그 당사자 김정일이 직접 입으로 약속한 이상 그 약속은 북한 내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재발방지 약속이 금강산 관광뿐 아니라 향후 전개될 백두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 현대그룹이 추진하는 대북사업 전반에 걸친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북한에 체류 혹은 방문 중인 남한 사람들의 개인적 안전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닌 상태. 또 현정은 회장은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부탁했고, 김 전 위원장은 이를 즉석에서 수락했다. 더구나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이벤트 추진을 제안받은 현 회장은 이를 정부에 보고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가 이를 위해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 사실 현정은 회장의 방북 성과는 현 회장이 김 국방위원장을 설득한 결과라기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리 결정한 것을 한국 정부가 아닌 현 회장을 통해 확인해준 셈이다. 그리고 북한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7월의 총격사건과 금번 현 회장의 방북 성과 사이에 있었던 1년 간의 남북 대결구도 사이에 당시 남북 교류협력을 담당했던 조평순 라인의 숙청작업이 이뤄졌고 지금은 북한의 대남 라인이 모두 교체된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와 관련,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대남·대미 등 외교·안보 라인을 김정운 라인으로 교체했다는 것.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현 회장의 오찬에 배석했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유 씨 석방과 지난해 7월 총격사건과 함께 북한 당국에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요구한 채 어떠한 유화적 제스처나 식량원조 등의 특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입장에서, 김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회장이라는 한 민간 기업가에게 약속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장이 조금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기는 하다. 이 때문에 김 국방위원장과 현 회장의 이번 약속이 실행될 수 있을지는 우리 정부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 현 회장을 향한 북한의 이 같은 전격적인 기류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조문하기 위해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최고위급 조문단 6명이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국회로 바로 가 조문했다. 현정은 회장의 대북사업 재개 위한 노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행보는 지난해 7월 금강산 총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전격 중단된 이후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 정부의 금강산 관광 전면중단 조치는 우리 국민에 대한 피격사건을 계기로 국가가 취할 당연한 조치였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화해를 반대하는 보수 우익 세력이 이 사건을 이용해 남북 대결구도를 다시금 만들려고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일부 보수 우익 세력에서 당시의 불행을 정치적 명분으로 이용한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또 현정은 회장도 당시 금강산 관광사업의 전면중단 조치가 국가 및 안보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번 방북으로 현정은 회장의 위상은 한껏 올라갔다. 북한과의 전쟁 혹은 대결구도를 원하지 않는 한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대북 라인이 정부 내에 없는 이상 민간의 현정은 회장에게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지난해 정부의 한 당국자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국 간 만남이 선행돼야 하지만 모든 게 끊겨 있는 상황에서 현정은 회장의 평양 방북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었다. 현정은 회장의 이 같은 대북 라인 위상 확대는 그녀의 현대그룹 경영권 확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경영권을 가장 위협하는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정몽준 고문. 그러나 정 고문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서 박희태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자동 승계할 수 있을 만큼 한나라당의 유력한 ‘포스트 이명박’의 지위를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현대그룹의 적대적 인수에 성공할 경우 북한 측이 “남북 교류사업의 당사자는 고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회장”이라고 못 박아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정몽준 의원은 대권뿐 아니라 영원히 정치권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위험성도 존재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 현대그룹 인수에 대한 행보는 올 스톱 혹은 후퇴밖에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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