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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복단지 선정 ‘잡음’ 나오는 내막

선정 결과 발표 다섯 차례 연기, 등급평가서 ‘배점’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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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3호 조신영⁄ 2009.08.31 18:14:41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단지) 입지 선정에 대한 잡음이 무성하다. 당초 입지선정 요건으로 정부가 내세웠던 국토균형발전, 국내외 투자 유치의 용이성과 상관없이 정치논리가 작용해 지역 나눠먹기식으로 선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특히 정부의 석연치 않았던 두 번의 입지선정 발표 연기와 시시때때로 변한 선정 기준은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첨복단지는 2038년까지 5조6000억 원이 투입되는 메머드급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지자체들의 관심이 컸다. 이를 반영하듯 전북만 빼고 모든 지자체가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실패한 지역의 실망과 슬픔은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일부 지역에서는 첨복단지 재선정 촉구를 위한 대규모 시위와 서명운동을 계획하고 있어 첨복단지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첨복단지가 뭐길래… 첨복단지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 등 의료 인프라스트럭처가 들어서는 대단위 국책사업이다. 2038년까지 시설운영비 1조8000천억 원, 연구개발비 3조8000억 원 등 정부 예산만 5조6000억 원이 투입된다. 첨복단지는 ‘첨단 의료산업분야에서 아시아 최고의 역량을 갖춘 글로벌 R&D 허브 구축’ 이라는 비전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취약 산업으로 분류되는 의료분야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아 첨복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첨복단지의 규모는 국내외 연구기관 등 입주단지 66만㎡를 포함해 단지별 약 100만㎡ 수준으로 조성되며, 상주인력은 4500명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첨복단지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지 첨단제품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종합 연구공간으로 만들어 지며, 향후 10년 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이 가능한 첨단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품 개발이 지원된다. 정부는 단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향후 30년 간 글로벌 수준의 첨단신약 16개, 첨단의료기기 18개 등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전반적인 생산증가효과는 82조2000억 원, 고용창출 38만2000명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동안 첨복단지 유치에 뛰어든 후보지역은 총 10곳. 첨복단지로 선정된 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비롯해 ▲서울 마곡도시개발구역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부산·울산·경남 양산일반산업단지 예정지 ▲강원 원주기업도시 ▲대전 대덕R&D특구 ▲충남 아산 황해경제자유구역 ▲광주·전남 진곡일반산업단지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높지 않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유치에 `올인`했다. 충북도는 지난 4월 도민 500여 명을 상경시켜 첨복단지 오송 유치를 위한 범도민 결의대회를 열었고, 강원 도의원들은 결의문을 채택해 원주 유치의 불가피성을 못 박았다. 대전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서울상황실`을 마련해 전방위 유치활동을 펼쳤으며, 부산시의사회는 의사·약사 등 지역 의료인들을 상대로 양산 유치에 대한 지지서명 작업을 했다. 특히 이와 관련, 첨복단지 유치 결과에 따라 차기 선거 때 명운이 갈리는 지자체장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그야말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대정부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각 지자체들은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첨복단지 유치에 뛰어든 이들 10개 후보지역은 이번 사업이 각 지자체가 눈독을 들이는 장기 국책 프로젝트인 만큼 사활을 걸고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당초 첨복단지 후보지 중 한 곳만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두 곳이 첨복단지 입지로 선정됐다. 과열 경쟁에 따른 지자체 행정력 소모와 지역 민심 이반의 큰 후유증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우왕좌왕 선정 과정 일지 정부는 지난 8월 10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5차 첨복단지위원회’에서 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와 충복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2곳을 선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말에서 12월 말로 첨복단지 선정 발표를 연기했으며, 다시 올해 6월 말, 7월 말까지 그 시한을 늦추며 8월 10일에 첨복단지를 최종 선정했다. 선정 발표 까지 총 5차례 연기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늦장에 애먼 지자체들의 경쟁만 더욱 혼탁해졌다. 이미 첨복단지 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들은 한정된 지방예산을 쥐어짜며 홍보비에만 수십억 원을 썼고, 이에 탈락한 지자체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6월 정부에 보고한 용역 연구서에서 “평가과정이 길어지면 지자체들을 부추겨 경쟁만 악화될 것”이라고 한 경고가 결국 현실화된 셈이다. 특히 첨복단지 입지 발표 하루 전까지 한 곳에 집적단지로 조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정부가 입지 선정 당일 ‘복수의 집적단지 조성’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정치적 타협설도 제기됐다.

전문가 평가단의 평가점수에 가중치 조사 결과를 적용한 최종 정량평가에서 대구 신서혁신도시는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아 선정된 반면,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는 경기 광교신도시, 강원 원주기업도시 등과 함께 B등급을 받았는데도 첨복단지위원회 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충북 오송과 같은 등급을 받은 지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평가결과를 공개하라는 각 지자체들의 요구가 컸다. 특히 강원도 원주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첨복단지 선정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내부평가자료의 즉각 공개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첨복단지 선정이 발표된 다음날인 8월 11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과 관련한 내부 평가에서 강원도 원주가 최고점으로 1위를 했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배제됐다는 제보가 내부 관계자로부터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보뿐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무성한 입소문이 번지고 있는 상황과 국면을 접하면서, 경제성·합리성·객관성·투명성이 정치논리에 밀렸다는 의혹과 우려가 명백한 현실로 나타난데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가 첨복단지 선정과 관련, 지난 2006년 6월 집적형 제시를 했고, 1년 후인 2007년 2월 분산형 검토를 했다. 그러다 최근 2009년 4월에는 다시 집적형으로 최종 결정했고, 급기야 어제 2곳의 분산형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상당수 의료산업 전문가들이 제안한 분산배치 주장을 묵살하면서까지 지난 4월 17일 한 곳의 집적형 조성을 최종적으로 대내외에 천명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뒤집고 2곳으로 결정한 것은 특정지역을 배려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신청마감이 임박할 시점까지 지원조례조차 마련하지 못했던 대구 경북을 비롯하여 준비가 미흡했던 여타 지자체를 위해 당초 6월 9일이었던 신청마감 시한을 1주일로 연기해준 것 아니냐”며 특혜 의혹을 제기, 정부에 내부평가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평가결과를 전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결과에 대해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점화시켰다. 또한 이번 평가과정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최선정(동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주가 내부평가에서 1위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원주는 전문인력의 정주성과 투자시설 등이 대구·오송에 비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8월 17일 전 장관은 이 의원에게 첨복단지 평가자료 공개입장 및 각종 의혹과 관련된 보고를 하며 ‘첨복단지 입지선정 등급평가서(현장실사 후 단순점수 평가표)’샘플과 ‘가중치조사표(평가항목에 대한 가중치를 매긴 의견서)’ 등 4건의 샘플을 건넸다. 등급평가서 ‘배점’ 형평성 논란…정치적 입김 작용? 등급평가서에는 서울과 대구·경북, 인천, 광주·전남, 대전, 경기, 강원, 충북, 충남, 부산·울산·경남 등 10개 도시에 대한 S~F 등급까지의 배점이 집계돼 있다. 배점항목은 △정주여건의 우수성 및 개선 가능성 △교통접근성 및 개선 가능성 △첨단의료복합단지 운영주체의 역량 등 9개 항목이다. 이 의원은 “가중치가 적용되기 이전인 1단계 정량평가에서 우수의료연구개발기관의 집적 및 연계 정도가 서울이 D 또는 F, 대구가 A 또는 B 등으로 객관성을 상실한 배점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도권에 가장 유리한 항목조차도 모조리 대구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주의 경우 수도권에서 1시간대 거리의 교통접근성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접근성 및 개선 가능성은 C로 나타났고, 국제공항이 소재한 인천은 F를 받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 평가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가중치가 배정된 항목 역시, 정부가 수차례 중요성을 강조해온 부지확보 용이성이나 사업의 조기추진 가능성에는 낮은 가중치가 부여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 장관은 “정부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토대로 입지를 선정했다”며 “이 의원이 요구한 국정조사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첨복단지 선정과정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12일자 <내일신문> 기사 중 ‘주호영 의원이 지난 6월 대통령 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의 수행단에 자청해, (첨복단지로) 대구가 선정되어야 할 6가지 이유를 제시하며 설득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유권자 수를 등에 업고, 성난 민심을 앞세우고, 대통령을 만날 거면 객관적 평가항목이나 평가점수는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결정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정치적 활약상’을 자랑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며 “그 자체가 이율배반적인 모순이며, 정치논리에 의한 결정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60개의 평가표와 60개의 가중치 조사표를 열람·분석해 특정지역 몰아주기의 의혹이 있다면 이를 낱낱이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명확한 의혹해소 노력이 없을 경우 국정조사까지 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특정 지역의 선정과 탈락의 문제가 아니라 대규모 국책사업의 선정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의혹해소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첨복단지 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지자체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강원 원주지역의 50여 개 경제·사회단체는 8월 25일부터 첨복단지 입지를 다시 선정할 것을 촉구하는 10만 시민서명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특히 이와 관련, 첨단의료복합단지 재선정 촉구 원주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집단 상경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책위는 첫 상경집회 일정을 9월 3일로 잡고 지속적인 대규모 시위와 서명운동 등을 통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대전시도 첨복단지 유치업무를 지휘하던 김영관 정무부시장이 사퇴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대전시는 첨복단지를 아예 독자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와의 정면 대결을 선언하고 나서 첨복단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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