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새벽에 고귀한 우리 민간인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임진강 황강댐 무단방류 참사 이후 보름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갈수록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배째라’식으로 북한은 침묵으로 버티고 있어 우리 국민의 감정을 ‘부글부글’ 들끓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와 정보 당국은 이번 ‘임진강 참사’를 불러온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 의도에 대해 ▲‘단순실수’ ▲최근의 남북 화해 분위기에 불만을 품은 북한 군부 강경파들이 북한 내 유화 분위기를 제어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 ▲남한을 흔들기 위한 북한 군부의 돌출행동 가능성 등 세 가지 방향을 놓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월 6일 새벽 임진강 수위를 2m 이상 높이는 바람에 ‘임진강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된 황강댐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군사분계선 북방한계선으로부터 42.3㎞ 북쪽에 위치한 황강댐은 2002년 12월 그 존재가 알려졌으며, 담수량만 3억~4억t에 이르는 등 임진강 유역 수량의 20%를 가둘 수 있는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 댐을 발전용으로 쓰기보다는 담수한 물을 예성강 쪽으로 돌려 개성공단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측으로부터 주목대상으로 꼽혀왔다. 공유하천 물길을 돌리는 행위는 국제법상으로 위반사항이며, 더군다나 이 댐의 저수량을 한꺼번에 방출할 경우 임진강 하계 수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홍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황강댐은 ‘제2의 금강산댐’이라는 지적과 함께 댐 조성 내내 논란이 됐다. 현인택 통일 “북한이 의도적으로 무단방류” 주장 북측의 황강댐 건설로 남측이 긴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임진강 하류의 수량이 크게 줄어 어민들의 생계가 막막해지고 황복과 참게 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임진강 하류에서는 몇 년 전까지 100여 척의 어선이 어업을 영위해왔다. 두 번째로는 문제의 황강댐이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군사적 도발에 준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2002년 황강댐의 존재를 인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임진강 하류 남측 지역에 새로운 ‘방어용 댐’ 건설을 주장했지만, 당시 안보논리보다는 생태계 보전 논리가 앞섰기 때문에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 2002년 황강댐 건설 사실이 확인되면서 방어용 댐 건설은 탄력을 받기 시작해, 2003년 ‘한탄강댐 건설’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제의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9월 군남홍수조절지 조성사업이 시작돼 같은 해 12월 한탄강댐 건설도 재개됐다. 이어 2008년 12월 문제의 황강댐이 담수를 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남북의 새로운 ‘물관리 신경전’이 시작됐으며, 몇 차례에 걸쳐 남북 간 접촉이 있었지만 원론적인 의사만 오갔을 뿐 공유수면 관리를 위한 구체적 합의사항은 도출하지 못했다. 문제는, 경기도 연천은 물론 파주지역까지 침수가능지역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황강댐을 일시 또는 급방류할 때 임진강 하류 피해가 상상 이상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따라서 수자원공사는 물론 통일부와 군 관계 당국까지 긴장시킨 이번 ‘임진강 참사’ 소식은 임진강댐 조성 필요성 재개 논란과 함께 물관리를 둘러싸고 첨예한 신경전으로 확산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7일 대남통지문을 통해 임진강 상류의 수위 상승 때문에 긴급 방류했다고 공식 해명했으나, 정부는 북측의 이 같은 해명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남북 당국 간 갈등 소재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후 5시께 ‘관계기관’ 명의로 보내온 대남통지문에서 인명피해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이 “제기된 문제를 알아본 데 의하면 임진강 상류 북측 언제(둑)의 수위가 높아져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에 긴급히 방류하게 됐다”고 해명하면서 “임진강 하류에서의 피해 방지를 위해 앞으로 북측에서 많은 물을 방류하게 되는 경우 남측에 사전 통보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답변에서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가 의도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혀 그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장관은 이날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의 “북측의 방류가 실수냐, 의도적이냐”는 질의에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한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으며,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폭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북한이 방류하게 된 것이냐”고 묻자 “그렇게 보지 않는다. 비가 온 후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비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북한이 다른 의도를 갖고 황강댐을 무단방류했음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현 장관의 답변처럼 우리 국민 6명의 목슴을 앗아간 ‘임진강 참사’의 원인이 북한의 의도된 행동이었다는 정부의 인식은 향후 대북 대응이나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원칙적이고 강경한 대응 방침 보여 실제로 정부는 ‘임진강 참사’로 이어진 황강댐 방류에 대해 북측의 해명이나 수습 태도가 불충분한 만큼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정부 당국자들이 북측의 ‘의도적 무단방류’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등 대북 대응이 점점 강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7일 대북통지문을 보내 설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등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으나, 남측이 통지문을 보낸 지 6시간 만에 북측이 “강 상류의 수위 상승 때문에 긴급 방류했다”면서 인명피해에 대한 언급없이 재발방지만을 언급한 통지문을 보내오자 “책임 있는 당국의 충분한 설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못 박는 등 정부의 대응은 강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남북대화 등에 방점을 찍은 ‘차분한’ 초반 대응이 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로부터 난타당한 것이 강경기조로 변화하게 된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북한이 ‘수공(水攻)’을 펼쳤다고 기정사실화하고 평화의댐 건설의 당위성까지 환기시키면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정부 일각에선 “북한 군부가 남측을 골탕먹이기 위해 ‘물폭탄’을 보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특히 현 장관은 북한의 ‘수공’ 의도 여부에 대해서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는 여전히 정부가 검토 중”이라며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 진영 의원이 “적어도 북한이 자신들의 방류로 남측에 물난리가 날 것을 예상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특히 현 장관은 “북측의 책임 있는 당국이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에 인명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면밀한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외교통상부 문태영 대변인도 9월 10일 북한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이 문제를 국제무대로 가져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북한이 인명피해에 대해 사과·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정부 행태에 대해서도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는 일부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정부가 북측의 ‘수공’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충분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보수층을 의식한 국내정치용 성격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무고한 우리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그리고 보상을 받으라는 국민 여론이 우세하다. 따라서 정부로서도 처음에는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모종의 확신을 갖고 북측 당국의 충분한 설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등 원칙적이고 강한 대응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특정 사안과 관련해 북한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북측 군사통제지역으로 민간인이 들어간 우리 측 과실이 있었다는 점에서 사안은 다소 다른 감이 있지만,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했을 때도 정부는 우리 측 당국자 참여 하의 현장조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등을 요구했지만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았던 만큼, 이번의 공식적인 사과 요구는 정부가 임진강 사태를 결코 어물쩍 넘기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남북 간 협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유관 당국 간 남북대화 제의 등으로 협의를 적극 추진할 뜻을 밝힌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대남 ‘유화조치’들을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로 간주하는 입장에서 대북 접근을 서두르지 않는 정부의 현재 기조가 이번 사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강경대응, 격앙된 국민 감정 반영 결국 우리 쪽에서 북한 측 코트로 다시 공을 넘긴 상황에서, 관심은 북한의 반응과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쏠리고 있다. 만약 북한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할 경우, 양측은 사태 재발방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문제를 놓고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대응 방침에는 이번 ‘임진강 참사’에 대한 격앙된 국민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비중 있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북한 당국에 사과를 촉구함과 동시에, 1997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에 관한 협약’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약은 아직 발효되지 않은데다, 남·북한 모두가 가입돼 있지 않아 이번 사안에는 적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행위가 이 협약의 일부 조항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협약 당사국이 아니라서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국제관습법을 적용해 북한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1997년에 채택된 협약의 7조 1항에 있는 ‘국제하천의 연안국은 영토 내 국제수로를 이용할 때 다른 연안국에 중대한 손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는 규정은 이 협약이 아니더라도 이미 확립된 국제관습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협약 12조는 ‘한 수로국이 다른 수로국에 불리한 효과를 끼칠 수 있는 어떤 조치를 취하려면 반드시 사전 적절한 시점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손해가 있을 경우 보상을 위해 피해국과 협의해야 한다’(제7조)는 규정도 있다. 이에 대해 국제법 학자인 백진현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없이 댐을 방류한 것은 1997년에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에 관한 협약’ 등 공유하천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국제관습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관습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근거로 북에 조치를 요구하는 법적 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또 정부가 국제관습법을 끌어들여 북한을 코너에 몰 경우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공유하천과 관련하여 당사국 간에 합의가 된 사례가 있지만, 이 경우 양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 북한이 사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남북관계는 더욱 꼬여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남측이 계속 북측을 몰아칠 경우 북측에서는 “이런 분위기에서 9월 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치고 나올 수도 있으며, 그러면 남쪽에서는 북측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결국 지난해 7월 금강산 피격 사태 이후처럼 남북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남북이 북측의 유감 표명 수위를 두고 물밑 접촉을 거친 뒤 노동당 통일전선부나 내각 국토환경성 등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남북 접촉이 재개되는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북한의 ‘의도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경우 자칫 대북 여론이 악화되어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현 장관의 언급 직후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이 “북한이 대남통지문에서 자신들이 방류했다고 했기 때문에 방류 행위 자체가 의도적이라는 얘기였다”면서 “수공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는 점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