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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회사기회 유용 실태

재벌그룹들, 계열사 간 내부거래 통해 부의 대물림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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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6호 박현군⁄ 2009.09.22 14:21:16

재벌 오너 일가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상위 계층 1%를 영위하는 재벌 가문들은 자신들의 품위유지·생활방식 등에 큰돈이 들어간다. 그들은 이 같은 생활비와 재산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체로부터 매월 벌어들이는 개인 수익, 즉 오너 월급과 대주주 배당뿐 아니라 기존의 재산을 재투자해서 얻는 재테크 수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보통 재벌 가문에서 하는 주요 재테크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재벌가문 구성원들의 실적은 일반인들에 비해 수익률은 월등한데 반해, 손해율 즉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만큼 안정적이다. 주식시장이 재벌들에게는 오히려 무위험·고수익의 안정적 시장인 셈이다. 특히 재테크 대상 수익이 자신 혹은 가문 일가의 기업 주식일 경우 일반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빠른 정보력과 전문성으로 안정된 자산증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같은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재벌 일가가 지배회사들의 기회비용을 유용해 자신의 부를 증식한다는 다소 과격한 내용의 보고서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3일 발표한 ‘2009년 회사 기회의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를 소개한다. 이 보고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벌 그룹 오너들 중 자신의 부 증식을 위해 회사 기회를 가장 많이 유용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 회사 기회 가장 많이 유용한 오너 보고서는 최 회장이 SK그룹의 주식을 통해 순자산가치 기준 5390억 원, 시장 상대가치 기준 7730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얻는데 활용한 계열사는 SKC&C·와이더댄닷컴·이노에이스 등 4곳. 보고서는 SK텔레콤이 SKC&C·와이더댄닷컴·이노에이스 등 3곳으로부터, SK건설은 SK D&D로부터 회사 기회를 유용당했으며, 이들 4개 회사는 SK텔레콤과 SK건설의 기회를 유용해 회사가치 및 주가상승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과 SK건설의 기회를 유용한 4개 회사로부터 5390억 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회사 기회 유용이란, 말 그대로 더 많은 이익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열사 즉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등을 경영적 판단에 의해 강제하지 않고 시장의 자율 경쟁에 맡길 경우 더 적은 비용을 지출하고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간 거래 등을 통해 이 같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경우는 일반적으로 경제개혁연구소 등 민간 시민단체나 학계의 일회성 비판 대상이지만, 정도가 심하면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 등으로부터 재제를 받게 된다. 하이트맥주와 대림그룹, STX도회사 기회 유용 또 부의 증가액 상위 10인을 2006년 보고서와 비교할 때, 하이트맥주그룹, 대림그룹이 특징적인 변화를 보였다. 박문덕 하이트맥주그룹 회장은 2005년 말 기준으로 2,316억 원의 부의 증가가 있었으나, 2008년 2월 자신이 100% 보유하던 하이스코트의 지분을 아들 박태영 씨와 조카 박재홍이 100% 보유하는 삼진이엔지에 증여하여 상위 10위에서 빠졌다. 대신 아들 박태영이 하이트맥주그룹의 출자구조상 정점에 있는 삼진이엔지의 최대주주(58.44%)가 됨으로써 상당한 부의 승계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대림그룹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이 100% 보유하고 있던 대림H&L(복합운송주선업)을 대림코퍼레이션이 흡수 합병하였다. 이해욱 부사장이 2001년 대림H&L 설립 이후 출자한 금액은 총 110억 원이었으며, 2008년 11월 합병 당시 대림H&L의 평가액은 1,956억 원이었다. 합병을 구주의 매각과 신주의 취득으로 간주하여 부의 증가액을 계산하였으므로 이해욱 부사장은 대림H&L 지분을 1,956억원에 매각하고, 동일한 금액으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한편, 이번 합병으로 이해욱 부사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32.12%를 확보한 대신,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89.8%에서 60.96%로 하락하게 되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의 지분 21.67%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이번 합병과 지분 취득으로 이해욱 부사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두 딸인 강정연·강경림은 STX건설이 2008년 계열사 매출이 급증하여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720%가 증가한 725억 원을 달성하면서 시장 상대가치 기준으로 주식가치가 급증하여 새롭게 10위 안에 포함되었다. 기회 유용에 사용한 회사와 유용당한 계열사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너 일가 대주주인 최태원 그룹 회장과 최기원·최창원 씨 등 3형제가 SKC&C·와이더댄닷컴·이노에이스·SKD&D를 통해 SK텔레콤과 SK건설의 기회를 유용하여 부를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그녀의 두 딸 조유경·조유홍 자매가 싸이버로지텍을 통해 한진해운의 기회를 유용했다고 밝혔다.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은 STX건설을 통해 STX엔진과 STX엔파코의 기회를 유용했으며, LS그룹의 오너 구본웅 일가들은 파운텍과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를 통해 LS전선의 기회를 유용하여 부를 증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이재현 회장이 CJ모닝웰과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CJ의 기회를 유용했으며, 신세계그룹은 오너 이명희 회장의 아들 정용진 CJ그룹 부사장이 광주신세계를 통해, 딸 정유경 조선호텔 전무가 조선호텔베이커리를 통해 각각 신세계의 기회를 이용하여 치부했다고 밝혔다. 또 효성은 오너 조석래 회장과 그의 세 아들 조현준·조현문·조현상 형제가 각각 효성건설·노틸러스효성·효성투자개발을 통해 모기업 효성의 기회를 유용했으며, KCC그룹은 오너 정상영 회장의 조카 정몽진·정몽익·정몽열 씨 등이 고려시리카와 코리아오토글라스를 통해 KCC의 기회를 유용하여 치부했다고 밝혔다. 또 코오롱은 코오롱환경서비스를 통해 코오롱건설의 기회를 유용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한무쇼핑을 통해 현대백화점의 기회를 유용했으며, 현대산업개발은 아이콘트롤스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의 기회를 유용했다. 이 밖에, 태광산업은 디브로드홀딩스를 통해 태광산업을, 한솔은 한솔EME가 한솔제지를, 유진은 현진KS·기초소재·남부산업이 유진기업을 각각 유용했으며, 농심그룹도 농심엔지니어링과 태경농산을 통해 농심의 기회가 유용당했다. 기회 유용 통한 부의 대물림 진행 여기서 회사 기회 유용이란, 달리 말하면 특수관계에 의한 내부거래를 의미한다. 큰 회사가 굳이 특수관계인과 내부거래를 할 이유가 없지만, 한가족 사이의 인정, 계열사 육성 등 비경영·비이윤적 측면을 고려해 관계사와 거래를 하여 그들의 이윤과 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굳이 이노에이스 등과 거래관계를 맺을 이유도 없고 아쉬움도 없지만, 오너 일가의 이해 등 비사업적 측면에 의해 SKC&C·와이더댄닷컴·이노에이스와 거래관계를 맺었고, 이 때문에 다른 경쟁업체들과 더 유리한 조건에서 사업을 영위할 기회를 저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발표한 회사 기회를 유용한 회사와 유용당한 회사, 그리고 이를 통해 이익을 본 오너 일가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국 자녀 등을 향한 부의 대물림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정명이, 한진그룹은 조유경·조유홍, STX그룹은 강정연·강경림, 신세계는 정용진·정유경, 대림은 이해욱, 이해승, 효성은 조현준·현문·현상, KCC는 정몽진·몽익·몽열, 하이트맥주는 박태영·박재홍, 유진은 유경선·문선·창수·석훈 등이 이익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각각 해당 그룹 오너의 자녀로서 향후 그룹의 오너가 될 황태자 신분이다. 또한 그룹 대권의 형제 승계 전통이 있거나 아직 오너 세대의 나이가 어린 경우는 오너의 형제들이 주력사 기회 유용을 통한 수혜를 받고 있었다. 실제로 보고서가 발표한, 주력사의 기회 유용을 통해 가장 많이 부를 증식한 10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현재 오너이거나 차기 오너 즉 황태자다. 순자산가치 기준 부의 증가 상위 10인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기아자동차 회장, 대림그룹의 이준용 회장과 아들 이해욱 대림 부사장,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현대백화점그룹의 정몽근 회장과 정교선 사장 등이 나란히 등재돼 있다. 그 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포함해 10인을 채웠다. 반면, 시장 상대가치 기준 부의 증가 상위 10인에는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과 딸 강정연 부녀가 나란히 포함됐다. 전경련 “기회 유용 금지, 기업활동 위축시켜” 회사 기회 유용 의심사례를 통한 특수관계자들의 부 증가액의 기업집단별 평균은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1701억 원, 시장 상대가치 기준 1893억 원에 해당된다. 또 특수관계자 개인의 부 증가액을 그룹 즉 기업집단별이 아닌 개별회사 단위로 합산한 결과 순자산가치 기준 812억 원, 시장 상대가치 기준 903억 원이 나왔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2006년에 발의된 회사 기회의 유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추가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의결과 공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기업원은 “경제개혁연구소의 이번 조사는 전문적인 듯 보이지만 상당히 자의적”이라고 밝혔다. 또 전경련은 “회사 기회 유용 금지는 결국 계열사 간의 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그룹 간 상호 시너지 발현을 금지시키는 것으로 불필요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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