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은 4342년 전에 백두산 천지에서 하늘을 열어 한민족(韓民族)의 터전을 세웠다는 개천절과 겹친다. 한국민의 2대 명절이 한날에 겹쳐진 것이다. 그러나 명절 연휴가 3일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짧은 명절 기간을 보충하기 위해 국군의 날인 10월 1일부터 추석 연휴를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래간만에 10월 연휴를 보내게 되는 셈이다. 모처럼 민족의 큰 명절이 겹친 올해 추석에는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각종 전통행사 및 놀이공연 등이 대대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더욱이 전 국가적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는 지금,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의상·전통음식·전통놀이 등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시점으로 이번 추석연휴만큼 좋은 때가 없다. 하지만 한민족 고유의 정신과 문화를 국내외적으로 홍보하는 데 무시 못할 방해꾼이 나타났다. 바로 신종 인플루엔자이다.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에도 불어 닥친 신종플루의 공포로 유통업체 등 기업들이 명절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각종 공연 및 행사 등마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어느 때보다 썰렁한 추석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신종플루 확산 우려 속에 맞이한 추석이 오히려 한식·전통놀이 등의 세계화 및 산업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한식의 우수성…한식은 약선 음식이다 신종플루 추석이 한국 전통의 산업화 및 세계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특히 김치·된장·불고기 등 한국 전통음식들과 매실차·둥글레차 등 전통차가 신종플루·감기·사스 등의 질병에 면역 혹은 퇴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논거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 한식 연구가들은 “한식은 우리 몸의 면역력 강화, 질병 퇴치 등의 기능까지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고기능 건강식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표적 식품인 김치도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한의학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 연구를 거듭한 결과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식 연구가 이정민 씨는 “우리나라 전통음식들은 맛과 냄새에 대한 감각 충족만이 아닌, 한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몸의 기운을 북돋우고 균형을 맞춰 질병 예방 및 치료 등 무병장수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개량돼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은 밥·김치·떡·차 등을 막론하고 모두 의약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통음식들의 의약적 효과를 연구하는 한국전통약선연구소 소장을 맞고 있는 동국대학교 한의학과 최만순 교수는 “한국 음식은 서양 음식들과는 달리 몸의 체질 개선 및 질병 예방의 원리에 따라 만든다”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 먹느냐에 따라 어떤 평범한 음식일지라도 감기·신종플루·사스 등 인체에 해로운 질병에 대한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은 “최근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있고, 예전에는 조류독감에 세계가 떨었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그 피해가 적은 것도 결국 한국 음식문화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 음식은 의학적 기능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효능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조리 방법 등을 약간씩만 달리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예로, 최 교수은 김치를 담글 때 찹쌀 국물 대신 당삼 국물을 넣으면 감기성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또 국화를 약간의 감초와 곁들여 우려낸 차를 장기간 복용해도 감기성 질병을 예방 혹은 쾌차할 수 있는 훌륭한 약선 음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은 “우리나라의 주부들이 평범하게 만들어 먹고 있는 모든 한국 음식들은 약선 음식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약선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첨가해야 할 조리 방법과 재료 등을 잘 몰라서 효험을 누리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영어 기반 한식 DB 마무리 단계 현재 한국 음식에 대한 마케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식세계화추진팀을 구성하여 정책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한국음식점중앙회 등 음식업계는 농식품부 내 추진팀을 중심으로 지난 4월의 한식 세계화 국제 심포지엄을 비롯하여 각종 박람회 등의 행사, 떡볶이 세계화 추진 등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식세계화추친팀이 우선 주력하는 사업은 영어를 기본으로 한 한식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다. 이를 위해 추진팀은 농산물유통공사의 한식 포털 사이트인 푸드인코리아에 한식세계화 코너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한식 데이터베이스를 추진 중이다. 추진팀에 따르면, 세계의 한식당 현황 조사, 한국 전통음식 컨텐츠 발굴 등을 상당 부분 마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표음식을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의 책자를 제작했다. 또한 한식당을 대상으로 수준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등 재계가 참여하고, 방송 프로그램의 협조도 이뤄지고 있다. 한식세계화추진팀의 한 관계자는 “세계인의 입맛에 어필할 수 있는 한식 메뉴 선정과 외국 손님에게 소개할 수 있는 영어 등 외국어로 구성된 한식 자료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추진팀은 또 세계에 한식당을 개설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식 프로그램 개발 및 한식당 개설 자금 융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한식 세계화 지원을 위한 관련 법안 제정도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김치·장류의 세계화 움직임 이 같은 국가적 홍보를 계기로 하여, 변형되지 않은 우리만의 고유 음식이 세계인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다. 우리 전통 서민 음식에 가장 큰 찬사와 호응을 보내는 곳은 유럽이다. 지난 8월 27일 광주광역시가 2009광주김치문화축제 설명회를 위해 초청한 장 자크 그로하 EU 상공회의소장을 비롯하여 EU 27개국 대사 및 기업체 CEO 100여 명이 한국의 김치를 극찬했다. 또 신종플루 광풍이 한식의 대표 주자인 고추장·된장 등 장류 식품 세계화의 기회라는 주장과 함께 장류 세계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장류는 유럽의 요구르트 제품과 함께 신종플루·사스 등 감기성 병마의 예방 및 퇴치에 효과적이라고 인증된 바 있다. 최근 대상의 이상주 순창공장장은 8월에 열린 한국장류기술연구회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이번이 장류 세계화에 절호의 기회”라며 “장류 식품을 세계화하려면 다양한 제품 개발과 함께 판매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공장장은 또 “먹기 간편한 다양한 장류를 개발하고 이에 맞게 판매전략을 짜야 한다”며 “제조공정의 자동화 및 대량생산, 위생관리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야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최성락 국장도 “최근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의 세계화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며 이 공장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최 국장은 “장류 식품을 세계화하려면 최적의 발효 관리를 할 수 있는 현대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북대 의대 채수완 교수는 “고추장·된장·청국장이 인체에 미치는 연구에서 항비만 효과와 장 기능 개선효과가 있었다”며 “이 같은 연구 등을 통해 장류 식품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한식 세계화 첨병 이 같은 정부 정책에 기업들도 호응을 보내고 있다. 재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곳은 항공업계. 9월 22일 아시아나항공은 인사법, 고객응대 방법, 미소 및 몸가짐 등 스튜어디스의 고객 응대 노하우를 세계의 한식당에 전수하기 위해 강사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스튜어디스·스튜어트 등 대고객 접촉 업무 담당자 교육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캐빈서비스훈련팀의 서비스 컨설팅 강사진 중 최고의 강사들을 일본 및 중국의 한식당에 고객 서비스 강사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에서 파견된 강사진은 한식당의 지배인·웨이터·웨이트리스 등 종업원들을 위한 교육과정과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강사로 파견될 한 관계자는 “특히 해외의 한식당을 자주 찾는 승무원들의 경험담과 소감을 고객의 시각에서 중점적으로 소개하여 한식당의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번 교육진행을 책임지는 캐빈서비스훈련팀의 이경식 팀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농식품부의 한식 세계화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해외 한식당 이미지 제고 프로그램 중의 하나”라며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고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아시아나의 차별화된 서비스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으로 비빔밥·삼계탕·삼계찜·단호박영양갈비찜·평양온반·떡만두국·설렁탕·도토리묵밥 등 다양한 한식을 개발했다. 이 가운데 기내 환경에 맞게 개발한 궁중정찬칠첩반상·영양쌈밥 등은 기내 서비스 분야의 오스카상인 머큐리상을 수 차례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