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향하면서, 의원들 간에도 서서히 성적이 갈리는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주목받는 의원들은 대체로 막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 기발한 아이디어로 정부의 실정을 효과적으로 꼬집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전례에서 국정감사는 야당의 독무대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결정적 한 방’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파괴력 있는 ‘잽’을 날린 의원은 몇 명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용산참사 문제를 비롯하여 ‘서울 디자인 거리’ 전시행정 지적,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13세 이하 아동 성폭행 문제, 경기도 골프장 승인 문제점 등을 꼬집어, ‘차기’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면서 날카로운 비판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품격 있는’ 국감 풍토 조성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국감 스타’로 꼽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김 의원은 서울지역 민주당 당선자 중 유일한 초선의원으로서 민선 관악구청장을 두 번 역임한 경험을 살려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올해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물론, 국정감사에서 ‘국감 스타’라는 걸출한 자리를 노리고 피감기관의 잘못을 무책임하게 폭로하는 ‘일회성 폭로’의 유혹에 빠져들거나, 아니면 피감 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각 언론 매체에 그대로 전달하는 식의 쉬운 길을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건전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경우는 지난해에 이어 올 국감에서도 그러한 유혹과 나태를 과감히 뿌리치고 정확한 판단과 철저한 대안 및 처방 모색에 몰두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 서울시청 대회의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은 배석한 시 공무원들을 긴장시켰다. 김 의원이 관악구청장을 두 번 지내 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서울시정의 문제점을 꿰뚫고 있는 ‘행정의 달인’이기 때문이었다. 오세훈 시장 간담 서늘하게 한 날카로운 지적 기대대로 김 의원은 첫 질의부터, 서울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 디자인 거리 조성사업을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물론, 미관상 좋게 하고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의 보행 편의를 돕는다는 사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미 깔아놓은 멀쩡한 콘크리트 보도블록을 화강암 보도블록으로 바꾸는 것은 예산낭비이고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어서 김 의원은 “기존 보도블록은 1㎡를 까는 데 3만 원이 드는 반면, 화강암 보도블록은 6만 원이나 든다. 이 같은 사업비용으로만 서울시는 지난 1년 동안 126억 원을 사용했다”며 “지난 1년 간 국제 금융위기로 어려워진 시민생활을 감안하면 예산낭비”라고 꼬집으면서 화강암 보도블록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지는 바람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의 머리에서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 김 의원은 또 “기존 보도블록은 틈이 있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수 있지만, 화강암은 시멘트를 바닥에 깔고 틈을 메우는 방식으로 시공하기 때문에 빗물이 스며들 틈이 없이 모든 빗물이 하수구로 흐르고, 이에 따라 여름철 집중호우 때면 도로 침수와 하천 범람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실제로 인천시청 주변에 화강암으로 보도를 바꾼 후 가로수가 말라 죽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겨울에 눈이 오면 쉽게 얼어붙어 보행자가 미끄러지는 사고 위험이 높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또한 김 의원은 홍보비 사용과 관련하여 “고건·이명박 전 시장이 4년 재임기간 동안 홍보비를 각각 306억 원, 343억 원을 썼지만, 오 시장은 불과 3년 만에 1104억 원을 사용했다”며 “이렇게 엄청난 시민 세금을 사용했는데 어떤 효과가 있었느냐”고 따졌다. 특히 김 의원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서울시는 도심 주거환경 기본계획과 구역지정·지구지정 인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용산 문제에 대한 책임은 서울시에 있고, 책임자는 오 시장”이라고 지적하면서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9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용산 현장에 한 번이라도 갔다 왔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오 시장이 “사고 직후 용산 사고현장에 다녀왔고, 그 모습이 방송에도 나왔었다”고 응대하자, 김 의원은 “갔다왔다니 다행”이라면서도 “시장은 시민의 시장이지 어느 단체나 당이나 개인의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시민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져줘야 한다”고 해결을 촉구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 정부가 지향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용산참사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부자는 감세와 땅 투기로 더 부자 되게 하고, 서민은 임금 삭감에다 삶의 터전에서 내쫓아 더 가난하게 하는 나라이며, 힘이 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나라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참사,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그리고 김 의원은 “용산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이 죄인으로 매도당하니 유가족들은 억울하고 분해서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차가운 영안실에서 고인들과 함께 8개월째 함께 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김 의원은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인과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선행될 수 있도록 오 시장의 역할을 거듭 촉구하면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보상, 고인들의 장례비와 부상자들의 치료비는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시에 대한 김 의원의 추궁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전세대란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한때 서울시민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만 같던 뉴타운이 원래 살던 주민들을 내쫓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어 이제는 서울시민에게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며 “뉴타운은 초기 지구지정 때는 집값이 급등하는 반면, 정작 철거단계에 들어가면 뉴타운 거주자들이 주변 지역으로 전세를 구해 이주하려고 하기 때문에 당연히 주변 지역의 전세가격이 턱없이 오르는 바람에 결국 주민들의 막대한 손해는 물론이고 집 없는 서민들만 죽으라는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의원은 뉴타운이 서울시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부동산 투기와 집값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집값 상승 기대감 때문에 너도 나도 뉴타운 지구지정을 바랐던 것”이라며 “하지만 거의 모든 뉴타운에서 지구지정이 있던 해에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으나, 뉴타운이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인가에 들어가면 집값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재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구는 총 35개인데,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지정된 것”이라며 “지금의 전세대란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때 무분별한 뉴타운 지구지정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동 성폭행, 정교한 예방대책 주문 김희철 의원의 활약은 12일 경찰청 국감에서 소위‘조두순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아동 성폭행과 성매매 단속으로 넘어간다. 김 의원은 “최근 ‘조두순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전국 성폭력범 현황을 보면 2005년 1만3400여 명에서 2006년과 2007년은 각각 1만5000여 명, 2008년 1만7000여 명, 그리고 올해 8월 말까지 약 1만1400여 명이나 되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경찰에 접수된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현황을 보면 2005년부터 2009년 6월까지 4483건이 발생했다”며 “아동 성폭행범 수사에 대한 전국적인 수사전담팀이나 지방경찰청 간 공조체제 구축, 사회적 약자인 아동과 장애인·청소년 등의 성폭력에 대한 전문조사관 제도의 도입 등 과학수사기법 도입과 정교한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유럽 등 외국의 경우 성폭력범에 대해서는 강한 법적 처벌뿐만 아니라 신상 공개, 화학적 방법 활용, 거세까지 하는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외국의 사례까지 들었다. 이어 김 의원은 “16세 미만의 아동과 장애인 피해자는 반드시 진술 녹화를 실시하고, 원스톱지원센터와 성폭력상담소 등 보호시설과의 연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한다”며 “2004년 9월부터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단속을 받는 업주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어 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거칠 것 없는 활약은 정치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만나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 의원은 15일 열린 경기도 국감에서 김 지사를 향해 “도서벽지 및 농산어촌과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친서민행보’에 딱 맞는 정책”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경기도의회가 지난 7월 22일 무상급식 지원 예산 85억 원과 혁신학교 추진 예산 28억 원을 전액 삭감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어 김 의원은 “김 지사가 도청에 교육국을 신설하겠다고 했는 데, 경기도민이 교육에 관한 민원이 있으면 경기도 교육청에 가야 하느냐, 아니면 경기도청으로 가야 하느냐”고 질문하면서 “경기도민들이 바라는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예산은 경기도의회와 함께 삭감하고 도청에 교육국이나 설치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만 찾아서 하는’ 청개구리 행정이요,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정”이라고 질책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 지사의 과도한 골프장 승인에 대해 지적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 년이 지난 지금도 과도한 골프장 승인은 계속되고 있다”며 “김문수 지사 취임 이후 경기도가 승인한 골프장은 총 32개소로서, 홀 수로는 468개 홀, 면적은 2,392만㎡에 이르는데, 이는 여의도 면적(290만㎡ : 윤증제 내부 기준)의 8.3배, 거의 10배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라고 밝혔다. 김문수 지사와 무상급식 삭감, 골프장 과다 승인 ‘날선 대립’ 김 의원은 “지난해 골프장 과다 승인에 대해 지적하자 김 지사는 충남 등 다른 도에서는 더 많은 골프장을 승인하고 있는데 경기도만을 문제 삼는다고 항변한 바 있다”며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1998년 민선 2기부터 지금 민선 4기까지 3선 연임으로 11년째 재임 중이지만 그동안 승인한 골프장을 다 합해도 28개에 불과해 김문수 지사가 승인한 골프장이 얼마나 많으냐가 뚜렷이 증명되고 있다”고 반격했다. 김 의원의 이러한 활약은 서울시·경찰청·경기도 국감 당시 민주당의 다른 의원실에서 자료를 공유하자는 요청이 쇄도한 것만 봐도 익히 알 수 있다. 김 의원은 이번 국감과 관련하여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어느 부분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 국정감사를 준비했던 지난해와 다소 다른 점이 있지만, 그래도 서민을 위한 국감을 모토로 삼은 것은 변함이 없었다”며 “구체적으로는, 첫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것인지 점검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으며, 둘째 정쟁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하는 품격 있는 국정감사가 되도록 노력했고, 셋째 지난 정부의 공과를 분명히 가리겠다는 마음으로 국감에 임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