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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친이-친박 세종시 합의안 찾으려나

박근혜 ‘원칙론’ 고수했지만, MB와 ‘교집합’ 찾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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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2호 심원섭⁄ 2009.11.03 09:49:55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한마디 정치’가 다시 한 번 정치권에 커다란 핵폭풍을 몰고 왔다. 박 전 대표는 10월 2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추진 논란과 관련해 ‘원안 고수’ 입장을 명확히 밝혀,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수정론’ 발언으로 시작된 여권 내 세종시 수정 추진 문제는 중대 기로를 맞았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이 발언은 10월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른바 ‘백년대계 수정론’과 정면으로 맞서 여권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입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혔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열린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행복도시법 통과 때 저는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당이 분열 직전까지 갔다. 그렇게 어렵게 통과된 행복도시, 제대로 해내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7월 몽골 방문 기자간담회에서도 “충청도민에게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한 약속”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정 총리의 세종시 수정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던 지난 9월에도 “(이미) 제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원안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10월 23일 발언은 여권에서 급속히 확산되던 세종시 수정론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큰 강도로 정치권을 강타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는 당 존립에 관한 문제이며 이렇게 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과연 국민이 한나라당을 믿겠느냐”며 “(행복도시법 통과 당시) 수없이 토의했고, 선거 때마다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이전 대상인 9부2처2청을 줄이는 수정안에 대해서도 “원안대로 하고, 필요하다면 플러스 알파가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박근혜, MB와 참예한 대립각 예상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면서 여권 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예고했으며, 당장 여권 내 친이계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박 전 대표의 일격에 당혹해하면서 진의 파악에 부심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당내 친이계 중심의 세종시 수정론자들은 물론, 강력한 대권후보 경쟁자인 정운찬 총리와, 멀리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은 향후 세종시 추진 문제를 둘러싼 친이-친박계 간의 극심한 갈등을 예고하는 가운데, 세종시 수정에 강한 의지를 보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또다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지난 9월 유럽 특사 방문 뒤 이 대통령과 만나 세종시 원안 추진의 중요성을 밝혔으나, 이 대통령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군의 위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대표직 승계 이후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 총리의 세종시 수정론 발언으로 충청권이 들끊자 박 전 대표가 예상보다 일찍 차기를 굳히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 ‘세종시 수정론’ 또 다른 정치적 꼼수 아닐까 의심

또한 이명박 정부가 충청표를 포기하면서까지 ‘세종시법 수정안’ 카드를 내세우는 진짜 이유는, 행정의 비효율성 등 표면적 이유 외에,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와 ‘4대강 사업’ 반대여론을 분산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다목적 카드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만약 세종시법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당시 한나라당 최고결정권자였던 박 전 대표에게 책임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리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국민의 이목을 세종시로 돌려 ‘4대강 사업’을 소리 나지 않게 추진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자 친박계 의원들은 “친이계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나서 세종시법 수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다른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 인사 여럿은 “정운찬 총리 카드로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 했던 여권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만큼 무엇인가 대안이 필요했던 것 같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세종시 카드’는 다목적 카드로 이용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허태열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기에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세종시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여야가 합의했다는 것이고, 국민에 대한 약속인 만큼 기본 원칙은 그대로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의원도 “세종시를 꼭 수정해야 한다면 이 대통령과 당이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 처리해야 한다”며 세정시법 수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은 “세종시는 대통령 선거 때 명확하게 약속한 공약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상찬 의원도 “최근 청와대 인사들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세종시에 관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면서 “여권은 박 전 대표가 결정하면 되는 것처럼 몰고 가지 말고 우선 충청도민을 설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친이계 진수희 의원은 지난 9월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세종시를 축소·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 60%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당론이라는 것은 이유가 있으면 당내 토론을 거쳐 수정될 수 있는 것”이라며 세종시법의 수정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당초 ‘세종시법 원안 추진’이 당론이라고 못 박았던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한 이후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은 원안 처리”라고 전제하고 “정부에서 어떤 안을 가지고 나온다면 한나라당에서도 검토는 할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의 변화를 내비쳤다. 또한 18대 국회 개원 이후 1년 동안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도 “박근혜 대표 시절에 충청도를 의식하여 반대하지 못하고 넘어갔지만, 충청도 지역 발전을 위해 자족적 과학기술도시로 가는 게 맞다”면서 “국민투표라도 해서 정리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MB-친이-친박 ‘교집합’ 기대 이처럼 여권에서 세종시 수정론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한나라당 내의 친이계와 친박계 알력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만약 세종시 수정론 문제를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앞으로 여권은 급속도로 분란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 수 있다.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권이 공동전선을 펼치면서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친이계와 친박계가 현 상황에서 치열한 대립을 보인다면 양 진영에 득 될 게 없다는 측면에서 ‘세종시 교집합’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친이계로서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야당이 결사반대하는 상황에서 60석에 달하는 여당 내 친박계를 자극할 경우 세종시 수정은 물 건너간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논란을 일으키는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교집합’에서 해법이 나왔다는 점을 들어 양 진영이 합의점을 찾으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 7월 정국을 경색국면으로 몰고갔던 미디어법은 정부 안에 박 전 대표의 요구사항이 추가된 ‘박근혜 안’으로 수정돼 통과됐으며, 이 대통령이 핵심 사업으로 추진했던 대운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축소되면서 박 전 대표의 우회적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한편, 법안 처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는 점에서 ‘윈윈’ 전술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 문제 역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한 발씩 물러난 교집합, 즉 대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 9월 단독회동을 갖고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세종시 수정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해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친박계 의원 21명으로 구성된 ‘여의포럼`’은 11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대 정치 현안인 세종시와 복수노조 문제를 주제로 채택해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의포럼은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이철수 서울대 교수를 초청해 각각 세종시 구상 및 추진 현황, 복수노조 문제에 대한 강의를 듣고 회원 간 토론을 벌일 계획이어서 세종시 논란에 관한 친박계 의원들의 입장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자연스럽게 조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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