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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역할’로 복귀한 이재오…광폭행보 어디까지?

거침없는 1일 1현장 점검으로 파워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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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4호 심원섭⁄ 2009.11.17 10:49:24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제3의 역할’로 정치권에 복귀한 이재오 위원장이 11월 30일부로 취임 2개월을 맞아 여권 내 역학 질서가 잡혀가는 상황에서 그의 ‘광폭 행보’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 그렇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쓰는 일이라도 할 것”이라는 취임 일성(一聲)을 터뜨린 그는 9월 30일 취임한 뒤 2개월 동안 매일 ‘현장 행보’의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추석 연휴 때도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 파악을 한 데 이어, ‘1일 1현장 방문’을 내세워 경인 아라뱃길 현장을 비롯해 옥수동 재개발 현장, 중고차 매매단지,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등을 연속 방문하는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당시 이 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1일 1현장 잘하고 있습니다. 반부패 청렴을 국민운동화하면 어떻겠습니까”라는 글을 남겨 자신의 남다른 각오를 피력했다. 특히 10월 13일 공기업 감사 대상 특강에서 “내년부터 정부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원의 청렴도를 평가해 그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말해 고위 공무원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기도 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수사·기소권이 없는 권익위 기능과 역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권익위와 감사원·검찰·경찰·국세청 등 5개 기관이 참석하는 ‘반부패 기관 연석회의’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권익위가 10월 13일 오후 서울 계동 현대사옥으로 금융감독원·한국전력공사 등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는 597개 공공기관의 감사를 불러 개최한 ‘공공기관 감사관 회의’에는 500개가 넘는 공기업의 감사들이 참석해 이 위원장의 ‘실세 파워’를 느끼기도 했다. 그동안 분야별로 공공기관 감사관 회의를 연 적은 있었지만,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는 597개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감사관 회의를 마련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다중포석인가 사실 그동안 거론됐던 이 위원장의 여의도 및 당 복귀론은 그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 을이 지난 10·28 재선거 대상에서 제외된데다, 특히 9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이 힘을 잃음에 따라 사실상 무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이 위원장을 ‘제3의 역할’인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발탁한 데에는 다중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 정가의 관측이다. 우선 이 위원장이 ‘당내 개혁파’로 불릴 정도로 엄격한 도덕성과 국민 권익 문제에 천착(穿鑿)하고 있음을 고려해 국민권익위원장으로는 적임이라고 이 대통령이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법질서 확립’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민 권익 외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해 이 위원장에게 국민권익위원회를 맡겨 더 큰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위원장이 내각에 입각하거나 청와대 안의 요직을 맡으면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줄서기’ ‘실세 장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정부 위원회에 있으면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뒤따랐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이 위원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조기 전대론 등 각종 현안이 부상할 때마다 이 위원장의 ‘물밑 역할론’과 함께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동시에 이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의 1등 공신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사실상 ‘미국 유배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배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당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는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일단 당을 떠나야 하는데다, 내년 7월 은평 을 지역이 재선거 대상에 포함될 경우 8∼9개월 가량만 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되는데 따른 부담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위원장의 발탁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 2기 라인업의 ‘마침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위원장이 국민권익위에 연착륙함으로써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정운찬 국무총리(정부)-정정길 대통령실장(청와대), 즉 당-정-청을 아우르는 ‘3정(鄭) 체제’가 단단해질 전망이며, 이에 따라 정몽준 체제가 내년 7월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설익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이런 공격적인 행보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 위원장이 최근 정치적 행보를 일삼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야당 “이재오, 정치행보 그만 해라” 맹폭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10월 19일 국민권익위원회 국감에서 “이재오 위원장이 5대 사정기관 연석회의를 통해 권력기관을 장악하여 국가 기관을 초토화할 수 있다”며 “그동안 측근 인사,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다 그것을 몸소 실천한 이 위원장에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성남 의원도 “국민권익위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이 위원장 및 한나라당의 홈페이지와 연결돼 있다”며 “권익위원장의 정치 활동은 명백히 금지되는데 이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의원은 “국민권익위가 전체 민원의 0.1%에 불과한 4대강 사업 관련 민원사례집을 두 권이나 발행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같은 당의 김동철 의원 역시 “고위 공직자들의 청렴도를 평가할 때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도 해당되는 것인가”라면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내년 은평 을 재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경인운하 관련 민원이 없는데도 이 위원장이 현장에 갔기 때문에 ‘소통령’이니 ‘대통령급 위원장’이니 하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고, 무소속 신건 의원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청렴도 평가는 자의적으로 진행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는 정치 행보”라고 질책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자세를 한껏 낮춘 덕분에 별다른 공방은 일어나지 않았다. 야당의 이런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의 ‘광폭 행보’는 거침이 없다. 권익위가 운영하는 ‘이동신문고’의 일환으로 10월21~23일 경상도로 지역순회상담을 다녀온 것을 비롯해 2개월 동안 무려 100여 곳의 민원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쉴 새 없는 이러한 행보 때문에 야당에서 ‘총리급 행보’ ‘정치 행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오해는 아직도 나를 ‘정치인 이재오’로 보기 때문”이라며 “부패와 고충은 현장에 있지 문서에 나타나는 게 아니다”라고 현장 방문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10월 22일 경북 청도 방문 때 골프장 건설로 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자 찬반 주민대표 2명씩을 포함한 조정기구 설치를 즉석에서 제안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등 ‘고충 해결사’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의 한 핵심 측근은 “이 위원장은 자신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런 시선에 굴하지 않고 권익위원장으로서 소신을 갖고 일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오=은평 을’ 동일 시각 팽배 한편, 이 위원장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10월 22일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내년 7월 치러질 서울 은평 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4선 도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 지역은 이 위원장이 내리 3선(15∼17대)한 곳이며, 9월 30일 이재오 권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은평을 당협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았지만, ‘이재오=은평 을’이라는 공식은 아직도 유효하다. 관건은 이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위원장은 문 전 의원이 금배지를 떼는 날 지방 민생탐방 현장에서 대법원 판결 소식을 접한 뒤 달려온 기자들에게 “공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한 이 위원장은 10월 19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내년 재보선 출마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으며, 11월 13일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도 “결코 정치적 목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의 핵심 측근 의원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당장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내년 7월 재선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따라서 이 위원장이 우선순위를 ‘국회 재입성’ 대신 ‘행정부에서의 역할’ 등으로 규정할 경우 한나라당의 선택지는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정치 일정을 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각 당의 변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 등 정치 지형을 바꿀 변수가 산적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선거까지 9개월이나 남은 현 시점에서 출마 후보를 비롯한 정치상황을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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