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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한·EU FTA 타결로 세계 최대 시장 연다

내년 발효되면 자동차·가전 등 주력 수출 크게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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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48-149 천태운⁄ 2009.12.14 16:25:10

2년2개월의 협상 끝에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7월 13일 타결된데 이어, 한국과 EU는 10월 15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법률 검토와 조문 명료화 작업을 거쳐 한·EU FT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정부는 협정문 번역 작업까지 마무리하면 내년 1분기 중에 정식 서명하고 국회의 비준동의절차를 받는 등 후속작업을 진행하여 내년 중에 협정을 발효시킬 예정이다. EU는 지금까지 한국이 체결한 FTA 중 가장 큰 상대다. 이에 따라 유럽시장에서 한국산 상품의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국내 소비자들은 EU산 제품을 한층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FTA 발효 국가, 칠레·싱가포르·아세안 이어 EU·미국까지 FTA(Free Trade Agreement)는 2개 이상의 국가가 서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팔 때 부과하는 관세나 각종 수입제한을 철폐해 통상을 자유화하는 협정이다. FTA가 체결되면 당사국 간에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관세율이 0% 수준으로 낮아지고 무역장벽도 없어져 상품·투자·서비스 등의 시장이 통합되는 효과를 발휘한다. 한·EU FTA 가서명은 지난 7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데리크 라인펠트 총리가 스톡홀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EU FTA의 협상 종료(타결)를 공식선언한 지 석 달 만에 이뤄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0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EU FT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프레데리크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7월 13일 스톡홀름 시내 총리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EU FTA에 대한 최종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년2개월 간 진행된 FTA 협상이 몇 개 나라의 반대로 오래 끌어오다 이번에 합의점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EU FTA는 유럽 27개국과 협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온 어떤 FTA보다 우리 무역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 2002년에 칠레와 FTA를 맺은 것을 계기로 ‘동시 다발적인 FTA 협상’을 추진해왔다.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싱가포르·아세안(ASEAN) 등과 맺은 FTA가 이미 발효됐으며, 2007년 4월에 체결된 미국과의 FTA가 두 나라 의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인도와의 FTA 협상도 타결됐다. 한·EU FTA 체결로 GDP 24조 원 늘어날 듯 가서명과 함께 공개된 협정문 주요 내용에 따르면, 공산품 관세 철폐 시기에 대해 EU 측이 다소 조기에 철폐하도록 비대칭적 관세철폐 의무 이행에 합의했다. 이를 품목수 기준으로 보면, EU 측은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해 5년 안에 관세를 철폐키로 하고, 이 중 99%는 3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는 3년 안에 95.8%를 철폐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는 높은 수준의 FTA 체결을 통해 EU에 대한 한국 주력 수출품목의 시장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잠재적 품목의 시장진입 가능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EU와 FTA가 체결되지 않은 일본·중국에 비한다면 EU 시장에서 한국이 유리한 경쟁기반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EU FTA 체결 시 국내총생산(GDP) 24조 원(3.08%) 증가, 신규고용 59만 명 창출, 수출 110억 달러·무역수지 흑자 28억5000만 달러 증가 등의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 입장에서도 한국은 27개 역내 회원국 사이의 무역을 제외하고는 EU 전체 무역량을 기준으로 할 때 4위 교역 상대국이다. EU의 GDP(국내총생산) 규모(16조9000억 달러)는 미국보다 20%가량 더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0월 15일 ‘한·EU FTA의 주요 타결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미 FTA로 예상되는 한국의 GDP 증가는 1.28%인데, 한·EU FTA로 인한 GDP 증가는 3.08%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EU FTA로 자동차·가전 업종은 혜택을 보고, 정밀기계 업종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선을 EU로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농축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조정실장은 “농식품 산업 중 부가가치가 높은 치즈·분유 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시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을 보면, 우리 측은 자동차 부품·컬러 TV·냉장고·선박 등이며, EU는 자동차 부품·무선통신기기 부품·냉장고·에어컨·라디오 등이다. 자동차 관세는 1500㏄를 넘는 초과 중대형 승용차는 3년 안에, 1500㏄ 이하 소형 승용차는 5년 안에 없애기로 했다. 공산품 수출 늘지만, 농업 쪽엔 타격 불가피 농산물의 경우 민감한 품목인 쌀과 쌀 관련 제품은 아예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EU로부터 수입이 많은 냉동 및 냉장 돼지 삼겹살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은 한·미 FTA(2014년 철폐)보다 장기인 10년으로 확보했다. 낙농 제품도 양허기간을 10년 이상 장기화하고, 치즈·버터·조제분유 등에 대해서는 과거 수입 실적을 고려해 무관세물량(TRQ)을 설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한·미 FTA에 대해 엄청난 찬반 논쟁이 이뤄졌지만, 사실 경제권 크기로만 볼 때는 EU가 미국을 앞선다. 따라서 EU와의 FTA는 국내 경제와 산업에 한미 FTA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EU FTA를 통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유럽 시장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지지부진한 한·미 FTA의 비준이 앞당겨지는 것은 물론, 한·중 및 한·일 FTA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선도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와 FTA를 맺었다는 점에서, 2010년에는 한국에 더 큰 개방 물결이 일렁이면서 ‘교역 선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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