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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사태, 관치금융 부활인가

강정원 내정자, 28일 만에 사임하면서 논란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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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2호 김진성⁄ 2010.01.11 16:42:58

KB금융지주의 회장으로 선출됐던 강정원 내정자(현 KB국민은행장)가 선출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연말에 사임하면서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이 다시 한 번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이번 강 내정자의 사임에는 외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외압설’이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가에서는 “관치금융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본격 제기되고 있다. 바람 잘 날 없었던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지난해 12월 3일 KB금융지주는 회장 후보로 3인을 선출했다고 언론에 발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장 후보로 선출된 세 사람 중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과 이철휘 자산공사 사장이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회장 후보에서 사퇴했고, 후보는 자연스레 강정원 KB국민은행장 한 명만 남았다. 그리고 강 행장은 8일 회장 선출자로 내정됐다. 그러나 ‘강 회장’이 내정된 순간부터 금감원과 금융위 등 ‘높은 곳’에서 회장 선임 절차를 연기하라는 압력이 계속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런 뒷말은 강 내정자가 회장 후보 자리를 사임하고 나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달 중순에 시행된 KB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사전검사가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다가 진동수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을 연기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소문도 금융가를 중심으로 나돌았다. 결국 KB금융지주는 지난달 31일 긴급 간담회를 소집했고, 강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회장 선임 절차가 불공정했다는 등의 비판 여론이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KB와 주주, 그리고 고객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심사숙고 끝에 회장 내정자 지위를 자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내정 28일 만의 사퇴였다. 정치권·금융가 “관치금융 부활” 한목소리 세밑에 전해진 강 내정자의 사임 소식에 정치권과 금융가는 한목소리로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가장 큰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KB금융 측 전국금융산업노조는 5일 금감원 앞에서 ‘관치금융 저지’등을 주장하며 경영권 사수 집회를 가졌다. 또한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금융 기업도 이번 강 내정자의 사임에 금융 당국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데 수긍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민간 금융 기업에 대해 금융 당국이 저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앞으로 금융 기업의 자율성을 상당히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강 내정자의 사임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다.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는 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직자회의에서 강 내정자의 사임에 대해 “적법 절차를 밟아 선출한 회장 후보에게 사퇴 압력을 가해 강 내정자가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권력의 사유화이며 사회의 정의 관념을 좀먹는 후진국형 관치 경제이자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4일 “강 내정자의 사퇴는 단순한 민간 금융기관 CEO의 사임이 아니라 금융 당국의 관치금융 행태를 입증한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강 내정자가 사임을 발표한 12월 31일 “감독권을 다른 목적을 위해 오남용하는 것이 관치금융”이라며 “국회와 감사원이 관치금융의 실태를 조사하고 책임 추궁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도 같은 날 “금융위가 지난 12월 초에 특정 회장 후보의 면접 거부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고,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비실명 보도를 전제로 ‘회장 추천 절차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금융 당국의 관치적 행태가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시켰고 외환 위기이전 상황으로 후진시킴으로써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더욱 어려워졌고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청와대와 금융 당국에 있다”고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 금융 당국 “외압은 터무니없는 주장” 금융권과 정치권·시민단체 모두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금융 당국, 특히 금감원은 이러한 각계의 반응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곤경에 처한 금감원은 4일 이례적으로 ‘KB국민은행에 대한 사전조사 관련 사실 확인’을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제작한 자료를 배부했다. 금감원은 이 자료를 통해 “문제의 사전검사에서 은행에 손실을 초래한 사안 등 건전성 감독과 관련된 자료, 그리고 은행경영 실태 평가에 필요한 자료만 제출받았다”며 “자료 제출 방식도 규정된 절차를 준수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또한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는 물론 임직원의 사생활과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도록 요청하거나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도 같은 날 진동수 위원장이 “강 행장에게 선임 절차 연기를 요청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개선도 지난 봄부터 진행된 것일 뿐 KB금융지주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2009년의 마지막 날 이뤄진 국내 최대 민간금융그룹 KB금융의 강 내정자 사임 소식은 국내 금융계 종사자와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한 국내 금융가의 행보도 시계 제로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관치금융’이라는 해묵은 단어를 다시 금융계 종사자들과 시민단체가 입에 올리게 된 지금, 금융계와 금융 당국의 혜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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