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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VS 박근혜 파워 게임?

이명박 “정치논리로 가는 게 안타깝다” vs 박근혜 “말뜻 못 알아듣는 것 같다”
세종시 논쟁 속에 완충지대 없는 대결…분당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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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3호 심원섭⁄ 2010.01.18 11:45:45

1월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완충지대’ 없이 마주섰다. 이 대통령이 “정치논리”라고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입장을 비난하자, 박 전 대표는 “말뜻을 못 알아듣는다”고 즉각 반박했다. 두 사람은 구체적인 이름만 거론 안 했지 상대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정면대결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 발표 다음날인 1월 12일 시·도지사 오찬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너무 정치 논리로 가는 게 안타깝다”며 “당내 의견이 다르고 야당 내에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소속에 따라 의견이 다른 건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정치적 차원이 아니고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적 차원인데 이렇게 가는 게 안타깝다”면서 “저는 (세종시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누가 들어도 세종시 논쟁과 관련해 원안 고수를 고집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친박 의원들을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침묵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한 것인데 말뜻을 못 알아듣는 것 같다. 그 당시 약속할 때는 얼마나 절박했느냐”고 바로 되받아쳤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은 원안이 다 빠지고 ‘플러스 알파(α)’밖에 없으며, 사실 그런 내용은 행복도시특별법의 자족도시 내용에 이미 들어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충청 여론이 호전돼도 입장 변화가 없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다”고 일축했고,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의 ‘제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국민과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 제왕적이라면 백 번이라도 듣겠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절충 가능성마저 완전 차단된 형국 두 사람이 상대를 직접 비난한 것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벌인 후보 경선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적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불거졌던 ‘친박근혜 계보 정치인들의 학살 공천’ 문제는 결국 당의 책임으로 돌려지며 간신히 무마됐고, 미국 수입산 ‘쇠고기 파동’과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빚어진 신경전에서는 이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또한 미디어법 개정안을 둘러싼 대치에서는 박 전 대표의 요구를 한나라당이 수용하면서 마무리되는 등 두 사람은 그동안 몇 차례 부딪혔지만, 이번처럼 퇴로를 완전히 막아놓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사람의 회동 가능성을 두고도 박 전 대표는 “달라질 게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청와대 측에서도 “지금은 아직…”이라고 배제하면서 절충 가능성마저 완전히 차단돼버린 형국이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마치, 지난 2005년 말 사립학교법이 당시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외로 나가 일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간 투쟁을 이끌었던 장면을 연상케 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친이계 의원들은 물론 친박계 일각에서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반대 강도를 높이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국민과의 약속, 즉 신뢰는 반드시 지켜야 하며, 국익을 위한 길에 정치적 타협은 없다’는 ‘박근혜식 정치 스타일’을 이유로 꼽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최근 정치 행보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신뢰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과 수도권 과밀 및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 박근혜 중심으로 똘똘 뭉칠 전망 그리고 박 전 대표의 이러한 강경한 입장의 배경에는 ‘식언’이 횡행하는 작금의 정치권에서 신뢰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여론의 흐름에 대한 자신감과 혁신도시 입주 예정지를 중심으로 ‘역차별’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주장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1월 7일 재경(在京)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수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실히 표명한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층 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4%포인트가 오른 57.4%를 기록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박 전 대표로서는 앞서 수 차례 “당의 존립 문제” “약속을 뒤집으면 더 이상 표를 달라고 할 수 없다”며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수정안의 통과는 ‘차기 대권 1순위’ ‘미래권력’이라는 자신의 위상의 위축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정치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원안 고수를 국익에 반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점도 ‘애국·애족의 박근혜’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어 보여,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세종시 전투’를 통해 양측이 세력의 우위를 상대에게 확인시키려는 셈법도 작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친박 의원은 “물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여론이 좋아져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박 전 대표로서는 큰 내상을 입을 수도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라는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의 강경한 반대 입장이 궁극적으로는 2012년 대선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는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영남에 확고하게 지지기반을 굳히고 있고, 수도권은 어차피 반반 정도로 지지가 갈리는 상황에서, 충청 지역을 잡는 것이 (대권 행보를 위한) 기본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해, 결국 이번 갈등을 현재권력 ‘이명박’과 미래권력 ‘박근혜’ 간의 ‘파워 게임’의 틀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신념에 따른 것이지, 절대 정략이나 손익의 차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은 1월 13일 연합뉴스가 한나라당 소속 의원 169명 중 연락이 닿은 의원 103명을 상대로 세종시 논란과 관련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극명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MB의 ‘청계천식’ 뚝심에 기대 걸어 이 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수정안 반대 입장이 세종시를 넘어 차기 당권·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45명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그렇다’고 답변한 의원은 40명, 그리고 ‘유보 또는 모르겠다’고 답한 의원은 18명이었다. ‘대선전략이 아니다’라고 응답한 의원 45명 중 친박계 의원이 27명이었고, 친이계 의원도 9명이나 됐다. 중립 성향 의원 9명 역시 박 전 대표의 현 태도를 대권과 연계 짓지는 않았다. 그리고 박 전 대표의 강경한 입장을 대선전략으로 보는 의원 40명 중 친이계 의원이 34명이었고, 중립 성향 의원이 6명이었으며, 친박계 의원은 한 명도 없어 박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가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문에 답한 친박 의원 29명 중 박 전 대표의 최근 입장이 대권전략의 일환이라고 응답한 의원은 전무한 가운데, 27명은 박 전 대표의 평소 신념이 표출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고, ‘유보 또는 모르겠다’고 응답한 이가 두 명 나왔을 뿐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향후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전개될 당내 친이-친박간 갈등에서 친박계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것으로 전망되는 근거이다. 누구의 주장이 맞건 간에, 4개월 간의 논란에 이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그리고 발표 이후 전국적으로 가열될 논란이 어떤 식으로 결말 날지가 2012년 대선 가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수정안 마련의 ‘주역’인 정운찬 국무총리와 박근혜 전 대표 등을 놓고 ‘세종시 논란’이 가져올 정치적 득실을 논하는 분위기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로서는 기존의 행정부처 이전을 완전히 백지화하면서 과감하게 정공법을 선택했지만,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전후로 작심한 듯 잇달아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충청 민심은 물론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마저 바꿔놓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변수로 작용하면서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단 박 전 대표와의 맞대응을 피하면서 정치쟁점화를 차단하는 한편, 충청권 바닥민심을 중심으로 설득전에 집중하면서 이 대통령이 과거 청계천 복원사업 당시 보여줬던 특유의 ‘뚝심’이 이번에도 통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1월 13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방안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22일 대전에서 열린 교육·과학·문화 분야 정부부처 업무보고에 이어 약 3주 만에 울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찾는 지방 방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지역 방문은 올해 현장 정책 행보를 시작한다는 의미와 함께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성공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띄우면서 정책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건설 현장에서 올해 두 번째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부처로부터 ‘원자력 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을 보고받은 뒤 원자력을 신(新)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나라처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원자력산업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수출산업이 됨으로써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중요 산업이 됐고 핵심 산업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나도 예전에 원전산업 초기 종사자의 한 사람이었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기후변화 대응이나 석유대체 등 종합적 국가목표 차원에서 원자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MB, ‘정치’보다 ‘정책’ 승부 의지 보여 이어 이 대통령은 “공기를 줄이고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선진공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원전 강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원천기술 자립화가 필요하며 정부도 최대한 연구개발(R&D)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치 등을 언급하면서 “선진국이나 외국 사람이 우리를 보는 격이 높아졌으므로 우리도 모든 면에서 품격에 맞게 생활해야 한다”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노사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품격을 높여 일류국가가 될 기틀을 마련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연초부터 경제 현장에서 정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는 취지로 여겨지며, 특히 최근 세종시 문제로 인한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치’에서 벗어나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 1월 12일 천태종 ‘상월원각 대조사 탄신 98주년 법요식’에 보낸 축사에서 “모든 국가적 사안에 대해 작은 이익을 앞세우는 소아적 사고와 지역 분할의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이념·정파·지역이 있을 수 없음을 역설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의 제정·공포 서명식을 가진 것도 같은 취지로 받아들여지며, 아울러 이 대통령의 이날 지역 방문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세종시 발전 방안으로 인해 충청권 이외의 지역에서 ‘역차별’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승부는 사실상 양측의 입장을 절충할 만한 완충지대가 없다는 측면에서 적당한 선에서 봉합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의 실현 여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한나라당이 분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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