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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분당까지 언급하며 ‘내편 아니면 네편’ 갈등

지방선거-당권-대권으로 연결되는 ‘예비 샅바 싸움’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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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4호 심원섭⁄ 2010.01.25 17:02:20

여의도 정치권에 전례 없는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기존의 여당과 야당 대결이란 기본 구도 외에 여당 대 여당, 야당 대 야당으로 내분이 일어나면서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갈등 양상이 전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운찬 국무총리, 그리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등 주류 측이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박근혜 전 대표는 원안 고수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고 있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당론 변경을 둘러싸고 정 대표와 박 전 대표가 첨예하게 맞서며 공개적인 공방전을 벌이고 있어, 여권 내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야권은 야권대로 친노무현 세력이 1월 17일 국민참여당을 창당해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안에서는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와 추미애 의원에 대한 중징계 문제가 뒤엉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여야의 내홍은 오는 6월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을 겨냥해 벌어지는 ‘예비 샅바 싸움’의 성격도 지니고 있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권-대권으로 연결되는 ‘예비 샅바 싸움’ 성격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내홍이 전방위로 격화되면서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정몽준 현 대표가 충돌하고, 여기에 친박계가 정 총리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치 전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박 전 대표와 정 대표가 세종시 문제를 계기로 사실상 차기 경쟁에 본격 돌입한 형국이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최근 기자들에게 정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것과 관련해 “불과 얼마 전까지 (정 대표가) 원안 추진이라는 당론에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렇게 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해 (본인이) 책임질 문제”라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수정안에 찬성하면 애국이고 원안을 지지하면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고 자체가 판단 오류”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정부가 발전 방안을 발표한 만큼 당연히 찬반 토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며 “당 대표라고 해서 정부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면 이는 조금 지나친 말씀이 아닌가 싶다”고 맞받았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표가 정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것처럼 누구든 의사를 표시해야 하며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정 대표는 1월 19일 KBS1 라디오를 방송된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통해 “한나라당이 중요한 시험대에 놓였다”면서 “이명박 대통령부터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해 당론을 확고하게 정하고 대오를 가지런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와 친박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수정안 당론 채택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직접 만나지 않고 하는 ‘말의 공방전’ 치열 이에 박 전 대표가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자 정 대표가 또다시 재반박에 나서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는 1월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 시도민회 신년행사에 참석해 “이미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라면서 “결론을 이미 내놓고 하는 것이며, 수정안 당론을 결정하는 투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1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당 대표나 어느 한 사람의 의견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폐쇄적이고 비민주적 구조로 돼서는 안 된다”면서 “세종시 같은 국정 현안은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정부의 대안 발표 이후 시간이 꽤 지난 만큼 지금부터라도 당내 의견수렴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반박성 답변으로 대응했다. 이어 정 대표는 “언론을 통한 이런 식의 대화 방식, 간접대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문제인데 집안 식구끼리 만나서 직접 대화해야 하지 않느냐”며 박 전 대표에게 당내 대화 및 논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런 논전에 대해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공약을 했고,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확인했으며, 당 지도부도 얼마 전 재보선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 공언을 수 차례나 했다”면서 “5년이나 묵은 당론인데 무슨 당론을 다시 확정하자는 것이냐”고 정 대표의 주장을 면전에서 반박했다. 당론 변경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친박계는 당 지도부와 친이계의 ‘당론 변경론’에 담긴 속뜻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수정안 추진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친박계를 당론 변경 과정에 참여시켜 결국 들러리로 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이다. 실제 당내 세력 분포상 ‘토론→표결’ 절차를 밟을 경우 ‘수정안 승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친박계가 당내 세종시특위(위원장 정의화 의원)에 “수정안으로 결론 내려는 논의에 우리가 들러리 설 이유가 없다”며 불참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 한나라당 일각에서 ‘분당’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세종시 문제로 퇴로 없는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설전 불붙어도 분당까지는 아직 길 멀어 범친이계인 홍준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하여 세종시 논란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말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고 박 전 대표를 비판한 뒤 “서로 토론이 안 된다면 분당하는 것이 맞겠죠”라며 분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어 그는 “내 소신만 중요하다는 사람은 독불장군”이라며 “그런 식으로 정치하려면 탈당할 생각을 하는 것이 옳다”고 거듭 탈당을 거론했다.

물론, 두 세력이 분열할 경우 친이계나 친박계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이 너무 크다는 측면에서 아직은 분당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만일 친박계 의원 50~60명 가운데 절반만 이탈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소수여당’으로 전락해 여권 주류가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이라는 군소 정당을 창당한 적이 있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면서 여권의 대선후보 고지를 노리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분당 카드는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친박계가 탈당해 의석이 8석에 이르는 친박연대와 연합할 경우 곧바로 원내 3당 정도의 의석을 가진 신당을 창당할 수 있지만,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어,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분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여권 대주주들 간의 갈등이 어느 때보다 첨예한 데다 타협론이 설 자리가 없어 앞으로 당이 깨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친이계의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최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세종시 문제를 계속 끌고 가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극렬히 저항하는 것이고, 그런 구도 속에 박근혜 전 대표가 빠져들고 있다”면서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최악의 경우 충청 잃어도 전국 얻으면 된다? 최근 박 전 대표는 마치, 지난 2005년 말 사립학교법이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외로 나가 일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간 투쟁을 이끌었던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세종시 수정안 반대 견해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충청 지역을 설득하라고 한 얘기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라는 뜻인데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며 여권 주류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발언은 ‘결기’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고 할 정도다. 이에 친이계 의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으며, 친박계 일각에서도 “머리가 아프다”며 그 강도에 놀라고 있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국민과의 약속, 즉 신뢰는 반드시 지켜야 하며, 국익을 위한 길에 정치적 타협은 없다’는 박근혜 특유의 정치 스타일을 꼽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과 수도권 과밀 및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박 전 대표의 이런 강경한 입장에는 여론의 흐름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식언’(食言)이 횡행하는 작금의 정치권에서 신뢰를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태도는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1월 7일 재경(在京)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세종시 ‘원안 고수’ ‘수정안 반대’ 입장을 확실히 밝힌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자 중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그 전 주보다 4%포인트가 오른 57.4%를 기록해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혁신도시 입주 예정지를 중심으로 ‘세종시 때문에 우리가 차별을 당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박 전 대표의 ‘강경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친박계 의원은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충청권 여론이 좋아져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박 전 대표로서는 큰 내상을 입을 수도 있겠으나, 박 전 대표는 그 과정에서 더 큰 것, 바로 ‘국민 전체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친이계는 박 전 대표의 강경한 반대 입장을 궁극적으로 2012년 대선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본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영남에 확고하게 지지 기반을 굳히고 있고, 수도권은 어차피 반반 정도로 지지가 갈리는 상황에서, 충청 지역을 잡는 것이 (대권 행보를 위한) 기본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갈등을 ‘현재 권력’(이명박)과 ‘미래 권력’(박근혜) 간 ‘파워게임’의 틀로 보고 있는 시각이 적지 않다. 누구의 주장이 맞건 간에, 4개월 간의 논란에 이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그리고 발표 뒤 전국적으로 가열된 논란이 어떤 식으로 결말나는지에 따라 2012년 대선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의 ‘주역’인 정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 등을 놓고 ‘세종시 논란’이 가져올 정치적 득실을 논하는 분위기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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