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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3년전 기름 뒤집어쓴 서해, 또 기름바다

현대오일뱅크 관리항구에서 5900ℓ 기름 쏟아져…늑장 신고에 유출량 축소, 은폐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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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6-157호 천태운⁄ 2010.02.08 17:03:14

현대오일뱅크가 관리하는 서해안 유조선 항구에서 유조선 기름이 5900ℓ이나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현대오일뱅크 측이 10시간이 지나도록 늑장 신고를 하고, 유출량도 처음에는 800ℓ라고 발표됐으나 보름만에 5900ℓ로 정정됐다. 또한 이 사건은 일부 지방지와 중앙지에만 보도됐을 뿐 아예 보도하지 않은 중앙 언론이 많아, 보도 축소·은폐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태안해양경찰서(이하 태안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0시 40분쯤 현대오일뱅크 부두에서 벙커C유 선적 작업을 하던 중 이송 탱크 밸브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해치 문을 통해 벙커C유 5.74t이 바다에 쏟아지도록 한 혐의로 4026t급 유조선 신양호의 선장 조모(65) 씨 등을 검거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는 현대오일뱅크가 관리하는 항만에서 일어났다. 사고 시각은 20일 밤 10시 40분쯤이었지만, 정작 경찰이 관련 사실을 신고받은 시점은 10시간 가깝게 지난 다음 날 오전 9시15분쯤이었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12월 21일 오전 9시 15분께 현대오일뱅크 부두 근무 관리자가 기름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10시간 늦게 신고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사고 선박 신양호 측에서 안일하게 기름 유출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고 다음날에야 우리 부두 관리자가 기름 유출 사실을 알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보통 유조선 선원들과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이 작업규정상 기름 선적 작업을 함께 진행하도록 돼 있어, 기름 유출 사실을 10시간 뒤에야 알았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3년 전인 2007년 태안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가 벌어졌을 때는 관련 내용이 신속히 보도됐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인근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 측의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사고 직후 지역 신문은 이 사실을 보도했지만, 사고 발생 뒤 10여 일이 지난 1월 초가 되도록 중앙 언론과 방송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각 방송사 제보란에 피해 사실을 올리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도 사건이 보도된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 3배로 늘어 현대오일뱅크에서 쏟아진 기름의 방제 작업이 거의 끝나갈 즈음인 지난 1월 15일에도 또 인근 해상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다른 유조선으로부터 벙커C유를 공급받던 D선박이 기름 탱크의 공기배출구를 통해 벙커C유를 해상에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배의 선장 등 4명을 검거해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이 두 번째 사고로 현재 서해안 일부 섬 지역에서는 기름 방제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해경은 밝혔다. 한 달 간격을 두고 두 번이나 기름 유출 사고가 벌어지면서, 3년 전에 기름에 오염됐던 서해안이 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름 유출 사고로 유출 현장에서 2~3㎞ 떨어진 대난지도·소난지도·대조도 등 섬마을들의 어장이 벙커C유에 오염됐다. 이 섬들은 당진군 석문반도와 서산시 대산반도 사이에 있어 주민들은 겨울철에 굴·가리비·전복·낙지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한다. 서해안 기름 오염이 잊혀질 만하자 또 두 차례 기름폭탄을 당하면서 섬마을 주민들은 악몽 속에 빠져 있다. 첫 번째 기름 유출(12월)의 당사자 중 하나인 현대오일뱅크 측 관계자는 “전사적 차원에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입·출하 시스템을 비롯한 안전관리 전반의 현황과 내용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송호해운과 함께 지역 주민의 입장을 청취하고 있다. 해경 조사에 따라 책임 소재가 명확히 규명되는 대로 법적인 책임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잇따른 기름유출 사고로 논란이 일자, 지난 1월 24일 대산항·당진항·태안항 등 충남 서해안 3개항에서 벙커C유의 해상 급유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선박업체들이 대체로 영세하고 소규모 선주들이 많은데다,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해양 안전사고 교육 강화와 정신무장 독려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자료에 따르면, 1991~2008년 IOPC가 처리한 45건의 기름 유출 사고 중 한국은 12건으로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간 중 국내 해양오염사고 통계를 보면, 유조선 관련 사고는 전체 건수로는 6.7%~9.4%에 불과하지만 유출 기름 양 기준으로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90년대 후반에 비해 최근 3년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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