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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파 선택…금리인상 더 늦어질 듯”

김중수 새 한국은행 총재 내정에 경제계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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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2호 김진성⁄ 2010.03.22 15:40:13

청와대가 지난 16일 김중수 OECD 대사를 한국은행(이하 한은) 신임 총재로 내정했다고 발표하자, 은행권을 비롯한 경제계에서는 ‘비둘기파를 선택한 인사’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청와대와 의중이 잘 통하는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선임될 경우 출구전략은 더욱 늦어지고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더 뒤로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큰 힘을 얻고 있다. 김중수 OECD 대사의 한은 총재 내정이 청와대를 통해 직접 언급되기 전까지 한은총재 후보는 ‘김중수 vs 어윤대 vs 강만수’의 3파전 구도였다. 그러나 결국 청와대는 고심 끝에 김중수 씨를 중앙은행의 총재 자리에 앉히기로 결정했다. 과연 김중수 카드가 MB의 선택 의도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제·국제감각 고루 갖춘 합리주의자” 1947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김 내정자는 현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러한 출신 성분에 따라, 경제계에서는 당초 거론됐던 한은 총재 후보 중 김 내정자를 ‘MB의 경제 의도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해왔다. 197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김 내정자는 이후 대통령 경제비서관(1993), 한국조세연구원 원장(1997~1998), 한국개발연구원 원장(2002~2005), 한림대 총장(2007~2008) 등의 자리를 거쳤다. 현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으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문제로 4개월 만에 사임했고, 두 달 뒤인 2008년 8월 OECD 대사로 임명됐다. 경제와 외교 요직을 거치면서 김 내정자에게는 ‘합리적인 시장주의자’ ‘균형잡힌 성장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며, 청와대가 김 내정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G20 정상회담 개최’ 등을 앞두고 ‘외교와 경제에 두루 능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등 다양한 정권에서 요직을 거쳤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아주리라는 정부의 기대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내정자와 함께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받았던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청와대의 내정자 발표 직전까지 ‘차기 한은 총재에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혔으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점과 이 대통령의 대학 후배라는 점이 6.2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수 내정자, 어윤대 위원장과 함께 3파전을 형성했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측근이라는 성격이 너무 강하고 과거 금융권과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최종 낙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김 내정자에게는 다른 두 후보보다 ‘친MB’ 색깔이 상대적으로 옅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이미지를 살릴 수 있다는 복안이 깔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출구정책부터 중앙은행 독립성까지…산적한 과제 어떻게 풀까 막상 한은 총재에 내정됐지만, 김중수 내정자의 앞길을 순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출구정책의 도입 시기,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금감원과의 갈등 등 수많은 경제 현안들이 김중수 내정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김중수 내정자의 첫 번째 과제는 금리 인상으로 대변되는 출구전략의 도입 시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출구전략은 금리 인상과 정부의 지출 축소, 채권 매각과 세원 확대 등을 통해 시중에 많이 풀린 돈을 회수하는 정책을 말한다. 3월 말 퇴임하는 이성태 총재의 경우 지난 연말부터 이 부분에서 정부와 입장차를 보였다. 지난 1월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이 금통위 회의에 전격 참석하면서 12년 만에 열석발언권(이하 열석권)을 발휘한 것도 ‘금통위가 출구전략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당시 경제전문가들의 해석이었다. 결국 이성태 총재는 출구전략이라는 큰 과제를 김 내정자의 몫으로 남겨두게 됐다. 한은 총재는 자동적으로 금통위 위원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앉게 됐다.

김 내정자의 행보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우선 ‘급작스런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예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데는 김 내정자의 성향과 국내외의 경제 동향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내정자가 연구원·연구소장 등의 자리를 거치면서 학자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경기 상황을 관찰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경기도 금리 인상을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2009년 1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하면서 1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곧 경기둔화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고용시장과 해외경제의 상황도 당분간 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외경제에 대해 김 내정자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출구전략은 G7 국가들이 아직 실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과 같이 검토하고 협의해야 국가 이익에 부합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독립 분명히 밝히라”는 요구에 어떻게 응할지 관심 중앙은행 독립성의 문제도 김 내정자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실련이 경제전문가 72명에게 물은 설문조사 결과도, 또한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1200여 조합원에게 물은 결과도, 신임 한은 총재의 가장 큰 과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였다. 김 내정자가 한국은행 총재 자리에 앉은 뒤 한은의 독립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강한 압력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인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인 반면,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띄워야 하는 입장이다. 상호 견제와 협조를 이뤄야 하는 민감한 입장에 서로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은 노조는 설문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치적 논리나 정권과의 친분관계로 총재를 선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하게 못 박은 바 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현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바 있어 ‘친MB’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열석권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등은 김 내정자가 하루 빨리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안팎에 밝혀야 할 필요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는 내정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법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소신껏 일을 처리하면 그것이 독립성이 되는 것”이라며 “금통위원들의 소신이 곧 한국은행의 독립성”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부·금감원과의 껄끄러운 관계 풀릴지도 관심 ‘한은법 개정’과 ‘금감원 출연금’ 등 금융시장과 얽힌 갈등관계도 김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와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에는 상반된 내용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 기재위에 제출된 한은법 개정안은 중앙은행이 금융회사 단독 검사권을 갖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반면, 정무위에 제출된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은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해 조사권을 발동할 때 금융위원회가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한은법이 상정된 지난달 25일 “금융회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인력 및 비용 증가로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타 법률과의 상충, 위헌 소지도 있어 한은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어, 김 내정자가 취임 뒤 이들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지도 관심거리다. 아울러 1999년부터 매해 100억 원 이상 한은이 내던 금감원 출연금에 대해 이성태 현 총재가 “올해는 내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금감원과도 갈등관계에 있다. 이 문제도 김 내정자가 해결해야 한다. 정·재계는 ‘기대 반, 우려 반’ 신임 한은 총재로 김중수 OECD 대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정·재계의 분위기는 대개 우호적이다. 한은법과 금통위 열석권 등으로 한국은행과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기획재정부(이하 재정부)는, 김 내정자가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특보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거쳐 재정부에 대해 잘 아는데다, 거시경제와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해박하기 때문에, 상호 협력관계가 잘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중수 대사의 한은 총재 내정 소식을 접한 뒤 모 매체를 통해 “매우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데다 글로벌 마인드까지 갖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을 잘 이끌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융계도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미 김 내정자가 과거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은행도 정부이고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금융계는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는 것은 물론, 긴축정책을 실시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김 내정자는 전형적인 ‘비둘기파’로 금융계나 정부와 갈등을 빚을 정도로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7월 경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김 내정자가 취임한다면 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금융위도 “김 내정자가 다양한 자리에서 경제정책에 참여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경기회복 기조를 유지하고 출구전략 검토 시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가 중앙은행 총재의 역할보다 정부의 정책 수행에 더 열의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김 내정자의 처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새 총재를 맞이해야 하는 한국은행 노조(이하 한은 노조)는 18일 ‘한은 총재 내정자,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 밝혀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김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한은 노조는 성명서에서, 라디오에서 했던 김 내정자의 발언을 문제 삼아 “한국은행이 정부와 협조관계를 유지하여야 함은 당연한 얘기지만, 동시에 상호 견제관계에 있음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정부와의 협조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정책을 실기한다면 그 후유증은 결국 국민 모두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한은 노조는 “김 내정자가 ‘중앙은행의 권위를 높이고 위상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중앙은행의 권위는 정부 정책에 들러리를 섬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통화정책을 수행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때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은 김 내정자를 ‘늑대 피하려다 만난 간교한 여우’라고까지 표현하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18일 오전 열린 최고정책회의에서 “김 내정자가 라디오에서 ‘한국은행의 정치적 독립이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듣고 사안이 심각함을 알았다”며 “중앙은행 총재로 내정된 사람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그는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게 된 ‘한국은행 호’가 과연 국민을 어느 곳에 내려놓을지, 가는 동안 풍랑과 암초를 만났을 때 선장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경제계와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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