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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잇단 실족…‘그룹 큰형’ 위신 안 서네

경영부진·품질이상 등 속속 터져나와…이노텍·화학 “우리가 차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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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3호 김진성⁄ 2010.03.29 13:45:59

LG그룹의 대표회사인 LG전자의 경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그룹을 대표하는 회사의 이미지마저 다른 회사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될 정도로까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LG전자의 1분기 실적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삼성과 양분하고 있던 휴대폰 시장에 스마트폰을 제때에 출시하지 못한 것과 3D TV의 한발 늦은 출시, 드럼세탁기 고장에 따른 리콜 등에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LG전자의 1분기를 돌아보고, 그룹 내 다른 기업의 동향도 살펴본다. 주가에서 드러나는 LG전자의 부진 지난달 22일 현재 LG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보다 10.29%나 하락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에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0.63% 상승하고 전체 코스피 지수도 0.20% 상승한 점을 생각한다면 정말 초라한 성적표다. LG전자가 이렇듯 민망한 성적표를 받아 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휴대폰 시장에서 맥을 못 췄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휴대폰 업계의 화두인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가 어느 정도의 선전을 펼치느냐가 2분기 LG전자의 명암을 가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LG전자에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단 뒤늦게라도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의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10% 줄었으면서도 광고비는 증가할 것이며, 이는 곧 영업이익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는 LG전자에서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은 998억 원 가량으로, 지난해 4분기의 560억 원보다는 나아지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해 1분기의 2550억 원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전자에서 출시한 안드로이드폰이 곧바로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예상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상당수 있어 LG전자 관계자들의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LG전자의 휴대폰 부문의 평균 판매단가가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까지 무려 23%나 하락해 영업이익률의 급락으로 이어졌으며, 이런 현상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증권 관계자는 “휴대폰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중·저가 휴대폰의 출하량을 증가시키기보다는 제품 믹스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스마트폰을 위주로 고가 폰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야 하지만 이것도 수익성 회복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려 LG전자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리콜에 연이은 오보까지…울고 싶은 LG전자 LG전자의 위기는 단순히 영업부진에만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 않는다. 지난 2월 LG전자는 자사 드럼세탁기 안에 들어가 있던 아동 1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리콜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업체보다 LG전자 드럼세탁기가 안전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됐고, 실제로 구형 모델의 경우 안에서 문을 열 수가 없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LG전자는 2008년 11월 이전에 생산된 10㎏, 12㎏급 구형 드럼세탁기 105만 여 대에 대해 리콜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하여 갈고리형 문고리를 슬라이드 형으로 교체해주어 해당 제품의 안전성 논란을 껐으며, 중국에서도 제품 600여 대에 대한 무상 리콜을 진행하기도 했다. 소비자단체는 이러한 LG 측의 대처에 대해 ‘안전사고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리콜 대상이 아님에도 리콜을 실시한 것은 훌륭한 결단’이라고 평가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LG전자를 대하는 시선이 싸늘해졌음은 사실이다. 실제로 LG전자의 리콜 발표 다음날인 2월 24일 LG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51%나 하락했다. 게다가 지난달 26일에는 호주에서 판매한 냉장고와 DVD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기로 해 해외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LG전자 측에 따르면, 냉장고는 내부 스크류 접지가 완전히 밀봉되지 않아 감전 위험이 있는 6개 모델이 리콜 대상이며, 포터블 DVD 3개 모델은 소비자가 전원 플러그를 갑작스럽게 빼낼 경우 플러그가 쉽게 망가지면서 감전 위험이 있어 리콜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리콜 대상은 냉장고 4000여 대와 포터블 DVD 2만5000여 대로 집계됐다.

LG전자와 호주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6년 호주에서 에어컨 에너지 효율 등급을 허위로 표시해 당국에 적발되어 3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고 해당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 바 있으며, 2008년에도 전자레인지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 전례가 있다. 호주 시장에서 신용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LG전자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 연이어 오보를 내 국제적 망신을 사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그룹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오보는 ‘영국 스카이방송에 3D TV 1만5000대를 수출했다’는 보도다. 지난 16일 LG전자는 영국 유력 위성방송 사업자 ‘스카이방송’에 1만5000대의 3D TV를 수출한다고 발표했으나, LG전자 영국법인과 스카이방송이 하루 만에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부인하고 나서, LG전자가 부랴부랴 ‘유통구조의 차이에서 발생한 오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호주에서는 LG전자가 2009년에 판매한 양문형 냉장고에 ‘그린 냉장고’ 라벨을 붙였던 것이 구설수에 올랐다. 에너지 효율 등급을 올리기 위해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2009년 10월 1일부터 호주의 에너지 효율 등급이 ‘실험실 기준’에서 ‘실제 사용 환경’으로 변경됐는데 이 내용이 생산공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특수 장치를 이용해 수치를 조작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LG화학·LG이노텍, 맏형 자리 호시탐탐 LG전자가 이처럼 갈지(之) 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사이에, 그룹 계열사 중에서 LG화학과 LG이노텍이 저마다 뛰어난 실적을 내세우며 그룹의 대표기업을 갈아치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LG화학은 2008년만 해도 시가총액에서 LG전자에 15조4800억 원가량 뒤졌으나, 지난달 9일에는 그 차이를 990억 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앞으로도 이 격차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양사의 시가총액 규모가 점점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LG전자의 실적이 앞으로도 계속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2분기를 끝으로 분기별 영업이익이 계속 LG화학에 밀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LG이노텍도 호시탐탐 LG그룹의 얼굴마담으로 새롭게 등극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4세대 아이폰에 자사 카메라 모듈이 채택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23일 주가가 전날보다 5.02% 상승하는 등 3월에만 16.58%나 주가가 상승한 LG이노텍은, 1분기 실적에서도 전 분기보다 10.28% 상승한 7090억 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의 이러한 상승세는 LG그룹 차원에서 LED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차량부품·터치패널 등 신사업 성장 등의 호재가 작용한 덕분이며, 이러한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2위 가전업체이자 세계 유수의 가전 그룹인 LG전자가 최근 연이어 된서리를 맞는 동안 그룹 내 아우들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하는 등 위기에 몰렸다. 과연 LG전자가 글로벌 기업의 위세에 걸맞게 갖은 악재를 딛고 그룹의 대표주자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지, 또한 해외 시장에서 실추된 명예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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