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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건으로 터져나가는 군사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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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5호 심원섭⁄ 2010.04.12 14:20:35

지난 3월 26일 서해안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해,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4월 6일 브리핑에서 군사기밀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원 대변인은 “최근 일부 매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잠수함 등 대북 첩보수집 방법과 군함 내부 배치도, 해군의 무기체계 등 주요한 군사기밀을 무분별하게 노출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밝히면서 “우리 군은 이런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야 침몰사고와 관련해 군사기밀 유출 행위를 강하게 지적한 이유는 군에서 ‘SI(특별취급) 첩보’로 분류되어 업무 관련자 외에는 접근이 금지되는 특급기밀인 북한 잠수함의 기동상황과 통신자료 등이 최근 마구잡이로 노출된 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군과 미군의 정찰 자산에 의해 수집되는 SI 첩보는 북한군의 동향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최신 자료로서, 이 첩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군은 U-2 고공 정찰기를 일주일에 3~4회 하늘에 띄우고 있으며, 우리 군은 주요 첩보수집 기지에서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SI 첩보는 군사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도 수집되지만, 대부분은 북한군의 교신내용을 청취하는 방식인 통신감청으로 얻어지며, 만약 통신감청을 통해 수집된 첩보가 공개되면 북한군은 주파수를 바꿔버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국회 국방위원회 김학송 위원장(한나라당)은 4월 5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북한의 잠수함이 지난 3월 26일 서해 비파곶 앞 해상에서 통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당시 사용했던 주파수와 암호가 노출됐다고 판단된 이상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우리 군은 새로운 주파수와 암호체계를 파악하는 데 몇 달을 소비해야 될지 모른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국익과 여론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군 당국 따라서 군은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해 노출된 군사기밀을 파악하는 내부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국회에서 요구해 제출한 자료 또는 대면 설명 가운데 어떤 기밀 내용이 포함됐으며 이 내용이 실제 유출됐는지를 내부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군의 “민감한 대북첩보 사항까지 공개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에 “1200t급 천안함이 순식간에 동강 나 침몰한 전후 사정을 밝히려면 군 당국이 관련 자료를 감추기보다는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번 천안함 침몰사고가 해군 창설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당시 천안함과 관련된 군의 자료가 소상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군도 이러한 여론의 흐름에 부응하여 당초 사고 당시 백령도 해병대 기지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침몰 상황이 담긴 40분짜리 동영상을 1분20초 분량으로 편집해서 내놓았지만, 침몰 장면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이를 완전히 공개했다.

그러나 사고 전후로 침몰함과 2함대, 인근 속초함과 주고받은 교신록의 공개 여부를 두고 실종자 가족들은 군사기밀 부문을 삭제하고서라도 원본을 보여 달라는 입장인 반면, 군 당국은 교신록 자체가 군사기밀로 취급되고 있고 다른 군사작전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 거부로 맞서는 등 논란의 핵심으로 등장한 바 있다. 이 교신록에는 사고 당시 인근 해상의 우리 함정 작전상황뿐 아니라 북한군의 동향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군으로서는 공개를 매우 꺼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북한의 잠수함 기동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정보수집 분야 전문가들의 많은 우려를 사기도 했다. 천안함 사고 ‘군사기밀’ 공개 논란 김 장관은 4월 2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하루 2~3회씩 위성사진으로 촬영해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북한 잠수정 2척의 기동 사실까지 공개한 바 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잠수함 기지와 미사일 기지 등 주요 전략시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진 일이긴 하지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고위 당국자가 이런 내용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장관은 “잠수정(함)이 해주와 비파곶·남포 등에 배치되어 있고 이 세 곳의 군항 중 한 곳에서 잠수함 2척이 보이지 않아 항공사진뿐 아니라 다양한 수단에 의해 추적했다”면서 “3월 24일부터 27일 어간(於間)에 확실히 보이지 않은 게 2척이 있다”고 자세하게 설명까지 곁들였다. 사라진 잠수함의 척수를 공개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한미가 잠수함을 탐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김 장관이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 잠수정 2척이 4일 간이나 한미 첩보수집 수단을 회피해 기동한 항로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북한에게는 해당 항로의 가치를 우회적으로 입증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군 정보수집 분야에서 일하다 퇴역한 한 예비역 장교는 4월 4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분명한 방어대책을 강구할 것이지만 미군 쪽에서도 상당히 불쾌감을 표명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전문가도 “북한의 개입 여부를 놓고 한미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민감한 대북 SI(특별취급) 첩보까지 공개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 대변인은 “군사기밀은 유사시 장병들의 생명은 물론 작전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군 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앞으로 확고하고 적절한 수준의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이 군사기밀을 이유로 원인을 밝혀줄 증거물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을 경우 사고 원인이 공식 발표되더라도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원인 규명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 만큼, 군 당국이 국민에게 증거물을 어떻게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예비역 장교인데…” 무너지는 국가보안 다음은 최근 군사기밀 불법 수집 및 유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행위를 살펴본다. 지난 2월 9일 창원지법 제2형사단독 이봉수 판사는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등 해군의 각종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탐지·수집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경남지역 방위산업체 직원 이모(37) 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안모(35)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씨와 안 씨는 현역 해군장교나 하사관 신분으로 세종대왕함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던 2008년 6~8월께 울산지역 방위사업체 사무실에서 3급 군사기밀이 담긴 CD와 노트·책자 등을 관리자 승인 없이 복사하거나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뒤, 전역 후 취업한 방위산업체 사무실 컴퓨터와 서랍에 이 기밀들을 보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군 내에 반입할 수 없는 CD R/W 드라이브나 USB 메모리, 고속 스캔 기능이 있는 복합기 등을 이용해 세종대왕함의 전투체계 기술운용과 함대공 미사일, 레이더 관련 기술 등을 수집해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리고 2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한양석 부장판사)는 군사기밀을 불법 수집해 외국계 군수업체에 넘긴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예비역 공군 소장 김모(56)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2008년 7월 3일 국방대학교 도서관 비문·특수자료 열람실에서 2급 비밀인 ‘합동군사전략 목표기획서’ 일부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3차례에 걸쳐 2∼3급 기밀을 수집, 이메일을 통해 스웨덴 군수업체 사브그룹 측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2월 1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한국군 전자정보체계 개발 사업의 협력업체로 참여하면서 군사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A사 대표 김모(47)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2년 6월부터 2년 간 공군이 발주한 북한군 전파발사체 식별자료 기반체계 구축사업(EID)을 수행하면서, 계약을 어기고 대학 후배가 운영하는 관련 업체에 일부 업무를 위임하고 군사기밀로 지정된 문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애초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안 유지를 위해 다른 업체에 업무를 하도급할 수 없고 개발 장소를 군사제한구역인 공군 부대 내 EID개발실로 제한하기로 했다. 김 씨는 다른 군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활용하고자 기밀문서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문서가 다른 국가나 외부 기관으로 넘어간 흔적은 없지만, 당시 공군 전모(40) 중령 등 일부 군 간부는 김 씨의 문서 유출을 의도적으로 묵인했거나 기밀보호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EID는 북한군의 전자정보 분석과 전자전(戰)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국가 비밀사업으로, 6억20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현재 2차 사업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2009년 12월 1일 검찰은 안보경영연구원을 세워 해외 군수업체의 용역과제를 수행하면서 군사기밀을 무단 수집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육군 대령 출신 황모(64) 씨와 공모한 위원 류모(56) 씨를 구속기소하고, 또 다른 위원 이모(56)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2ㆍ3급 비밀 수시로 새 나가…국방전력 노출 우려 검찰에 따르면, 황 씨 등은 2005년 3월 설립한 사단법인 안보경영연구원을 통해 미국 군수업체인 NGC(Northrop Grumman Corporation)로부터 한국의 해상 감시정찰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수주하고 관련 기밀을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고 황 씨 등은 국방부 국방개혁실의 김모 중령에게 NGC의 과제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해군의 감시정찰 체계와 보유 장비 등에 대한 강연을 부탁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안보경영연구원이 발간하는 보고서에 참고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강연 승낙을 받았으며, 실제로 지난 7월 강연이 이뤄졌다. 특히 황 씨 등은 해군본부에 감시정찰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비밀자료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황 씨가 한국국방연구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하면서 특정 작전계획 모의분석 및 남북한 군사력 비교 자료 등 군사기밀 파일도 무단으로 갖고 나온 혐의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군사기밀 유출은 범죄행위 외에도 ‘파일구리’와 ‘브이셰어(V-Share)’ 등 인터넷 정보공유 사이트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가 최근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최근 5년 간 인터넷 군사기밀 유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장교들이 무심코 인터넷 정보공유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기밀자료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A 중위는 2006년 5월 군사 3급 비밀인 ‘전 포대장 임무 수행철’과 대외비인 A 포대진지 등 기밀자료 8건이 저장된 노트북을 이용해 브이셰어 사이트에 접속, 드라마를 다운받다가 기밀자료 8건이 유출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B 중사는 2005년 12월 ‘파일구리’에 접속하여 방어전투 수행방안 등 기밀자료 2건을 유출했고, C 중사는 같은 사이트를 통해 ‘작계 5027-04 전투 세부시행규칙’ 등 136건을 누설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 정보공유 사이트를 통한 군사기밀 유출 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간부와 병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비밀엄수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군인은 2005년 513명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115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2009년에는 훨씬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지난해 8월 기밀누설 등 군사기밀 침해와 관련된 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군사기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행법은 군사기밀 관련 범죄의 미수범 처벌에 관한 규정만 있고 예비·음모 단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이 개정안에는 군사기밀 침해와 관련해 예비·음모자도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군사기밀은 국익과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으로 철저한 보안 유지가 필요하며, 군사기밀이 이미 누설된 후 적발해 처벌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면서 “군사기밀의 특성상 범죄를 예비·음모한 자를 사전 적발, 엄중 처벌해 관련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의원은 “지난 2008년 고등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04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군사기밀 누설 및 보안위규를 위반해 징계처리받은 군인이 3116명에 이르고, 2004년 319명에서 2007년 923명으로 189% 증가한 점을 지적하면서 군사기밀 보호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왔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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