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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장군 멍군 경쟁구도

경쟁 치열해지면서 가격인하 잇따라 “소비자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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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6호 양지윤⁄ 2010.04.20 09:29:45

양궁·쇼트트랙 등 올림픽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기보다 국가대표 되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다. 국가대표는 곧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공식은 비단 스포츠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각축전도 이에 해당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기아차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올 1분기 내수판매 점유율은 현대차가 50.3%, 기아차가 30.9%를 기록해 겉으로 보기엔 현대의 압승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현대차의 경우 점유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2.2% 줄어든 반면, 기아차는 0.8% 늘었다. 이대로 가다간 현대자동차가 올해 내세운 ‘내수시장 점유율 52%’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면,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신났다.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신차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고, 가격 경쟁의 혜택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기아차에서 소형 SUV 스포티지R이 출시되면서, 이에 맞춰 현대차의 투싼iX도 차 값을 깎아주고 있다. 현대차는 4월에 투싼iX 2011년식 모델을 구매하면 20만 원을 할인해준다. 출시한 지 반 년이 지나도 인기가 식지 않는 모델이라,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출시 4개월 만에 10만 대 판매를 기록한 현대차의 YF쏘나타도 출시 후 처음으로 할인 행사를 갖고 있다. 4월 중에 YF쏘나타를 사면 30만 원을 깎아주고, 아이폰 단말기 할부금 지원, 캐러비안베이 이용권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가격 경쟁뿐 아니라 사양에서도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스포티지R이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운전석 동승석 에어백 등을 기본 장착해 투싼iX의 사양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자, 현대차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스포티지R 출시 일주일여 뒤 현대차는 즉시 VDC를 기본 장착한 투싼iX 업그레이드 모델을 내놓았다. 또한 현대차는 YF쏘나타 중에도 최고급 모델에만 한정 적용했던 사이드&커튼 에어백을 전 모델에 장착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이드&커튼 에어백은 측면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와 동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에어백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아차가 사이드&커튼 에어백을 최초로 장착해 차별화 전략을 펼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기아차는 5월에 출시할 ‘K5’에 사이드&커튼 에어백과 VDC 기본 장착을 계획했다. 기아차가 노린 ‘최초’라는 수식어를 현대차의 YF쏘나타가 가져간 것이다. 기아차 K5 출시에 따른 현대차의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에 현대차 관계자는 “매달 할인 조건이 다르게 나온다”며 “소나타 할인은 최단기간 10만 대 돌파를 기념하는 것으로 감사 이벤트 차원이다”라고 일축했다. 기아차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에 현대차의 스테디셀러인 아반떼 후속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기아차의 포르테도 한숨을 돌릴 수 없게 됐다. 기아차는 포르테 구매 고객에게 애버랜드 이용권을 증정하고, 여성 포르테 구매자에게는 차량 관리법을 상담해주는 ‘오토 컨설팅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 연간 2회 차량 관리법을 알려주고, 엔진 오일과 에어컨 등 35가지 부문의 차량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국내 경쟁 이겨야 해외시장서 성공한다” 이같이 두 회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조건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까닭은 시장을 지키려는 현대차와, 현대차를 따라잡겠다는 기아차의 목표의식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평소 입버릇처럼 “무한경쟁의 시장에서 살아남는 단 하나의 방법은 최고 품질의 차를 생산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CEO를 동시에 맡고 있다. 두 회사가 사실상 한 가족이면서 한 치의 양보를 허락지 않는 데에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을 촉발시켜 해외 시장에서 제품력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실상 형제기업이나 다름없지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며 “현대차 내부에서도 두 회사의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전해, 두 회사 내부에서도 경쟁 효과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자동차 회사의 신차 출시 시기와 차종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 선택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쟁으로 디자인·편의성과 안전장치가 개선되고 있다”면서 “소비자 배려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경쟁할 적이 없으면 가격은 오르고 품질은 떨어진다. 비교 대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고 지적하며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에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면 이는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1분기 판매량은 현대차가 48.1%, 기아차가 30.1%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판매 대수 격차가 좁혀질수록 소비자는 그만큼 유리하다. 품질과 서비스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기아차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내수시장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두 회사의 경쟁이 해외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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