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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황선홍 밴드’ 스토리 광고로 히트

특급 스타 안 쓰고도 ‘이야기 해주기’로 높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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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5호 양지윤⁄ 2010.06.21 16:09:39

“상철아, 애들 모아라.” 갱 영화를 연상시키는 블랙 톤으로 광고는 시작했다. 검정 양복을 입은 사내가 눈물 머금은 비장한 표정으로 집합 명령을 내린다. 모인 애들도 심상치 않아,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인 황선홍·유상철·최진철·김태영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인 다음에는 일약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철 지난 스타들이 모여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코믹한 춤을 춘다. 남아공의 한여름 무더위에 적응하기 위해 사우나에서 적응훈련을 하지만, “남아공의 6월은 겨울이라 덥지 않다”는 안내를 받아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응원가를 취입하지만, 일부 음치가 있어 ‘삑사리’도 난다. 지구촌의 최대 축제답게 월드컵 때면 모든 미디어의 전 역량이 월드컵에 집중되고, 올해도 재벌 그룹들의 초대형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중 가장 히트작이라면 KT의 ‘황선홍 밴드’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야기로 재미를 줬기 때문이다. ‘황선홍 밴드’ 광고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 코퍼레이트센터의 통합이미지 담당 민태기 상무를 만나 뒷얘기를 들어봤다. -월드컵 광고 준비는 언제부터 했나? “올해 초부터 기획했다. 3월 중순 황선홍 밴드의 ‘상철아, 애들 모아라’ 편을 시작으로 본격 광고를 시작했다.” -‘황선홍 밴드’ 아이디어가 나온 계기는? “2002년·2006년 월드컵은 ‘투혼, 애국심’에 호소하는 감동 일변도의 광고가 많았다. 그러나 2010년도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월드컵 자체를 즐기고 응원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려는, 즉 월드컵을 흥겨운 축제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올해 월드컵 광고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모델 선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일반 연예인이 등장해 한국 축구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식상한 내용에서 탈피하여, 뜻 깊고 기억에 남을 모델을 내세우기로 했다. 결과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황선홍·유상철·김태영·최진철 4인방이 모인 ‘황선홍 밴드’였다. 시청자들이 이들을 보면 우선 무게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를 연상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갱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곧 후배를 응원하는 중년 아저씨들이란 코믹 설정으로 반전시키면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겠다 싶었다.” -황선홍 밴드 광고가 성공한 관건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황선홍 밴드 시리즈는 붉은악마의 공식 응원가 ‘The Shouts of Reds’ ‘황새춤’ ‘승리 가면’ ‘이름 부르기 응원’ 등으로 계속 다른 버전이 이어졌다. 축구 국가대표 선배가 후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절절한 마음과 진정성이 소비자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선홍 밴드를 보는 시청자들이 이 광고를 화제로 얘기하고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획이 주효했다고 본다.”

“연예인이 나와 애국주의 부추기는 광고는 더 이상 2010년도에 맞지 않아.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이 모여 코믹하지만 진정으로 후배들 응원하는 ‘황선홍 밴드’로 재미·웃음 주려 노력” -황선홍 밴드는 앞으로 어떤 ‘스토리 보드’(이야기 진행)로 이어지는가? “결말을 미리 정해놓지는 않았다. 월드컵 성적에 따라 스토리는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스토리들을 마련해놓았지만, 지금 밝히기는 곤란하다. 양해를 부탁드린다.” -황선홍 밴드 시리즈 중 ‘이름 줄여 부르기’ 편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이름 가운데 한 자씩을 따서 말을 만들었지만, ‘용영지운’ 등의 문구가 뭘 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이름을 불러주는 응원이야말로 가장 극진한 성의와 진정성과 격려가 담긴 응원일 것이라 생각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도 언급되듯, 이름을 불러줄 때 의미가 살아나고 강해지지 않나. 스타 플레이어 한두 명, 또는 운동장에서 뛰는 11명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23명 축구 국가대표팀을 15초 한 편의 광고에 담기 위해 이름의 한 자씩만 딴 것이고 ‘용영지운 이기리, 안남재정 오정성, 동기보영 강조형, 승리!’로 구성했다.” -‘이름 줄여 부르기’ 광고의 의미를 안 네티즌들이 “우리가 중국인도 아니고, 어려운 한자 성어를 알 턱이 없잖느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물론 호응하는 답글도 많았다. 시리즈 중에서 실패작 아닌가? “아이디어 회의에서 ‘붉은악마를 12번째 선수라고 하는데, 11명 이외에 나머지 선수들은 기억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을 위해서도 응원 광고를 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국사 시간에 한 번씩 외워봤을 조선 왕 이름 외우기, 즉 ‘태정태세 문단세~’ 운율에서 착안해 광고를 개발했다. 대표선수 이름에서 한 자씩을 따서 성어를 만들 때 기준은 ▲응원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장난스럽게 만들어서 희화화하지 않을 것 ▲힘있는 응원구호로 들릴 수 있도록 할 것 두 가지였다. 그래서 앞의 4자성어(용영지운·안남재정·동기보영)는 리듬감을 살렸고, 뒤의 3자성어(이기리·강조형·승리)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투자 대비 광고 효과가 100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얼마나 될 것으로 보나? “아직 캠페인이 진행 중이라 수치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도 투자비 대비 광고 효과는 좋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30%가 기업의 월드컵 마케팅이 ‘너무 애국주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을 피하려는 노력은 했는가? “애국주의적인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다만 지나친 애국주의 마케팅으로 반감을 사면 기업에게도 해가 된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KT 광고는 지나치게 애국심에 기대지 않고, 역발상과 유머 등의 요소를 적절히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월드컵 마케팅은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다. 예컨대, 거리 캠페인에서도 ‘와이파이 걸’(와이파이 무선 인터넷 장치를 몸에 부착한 모델들이 거리에서 월드컵 홍보를 하며 무선 인터넷 접속을 도와줌)은 있었지만 ‘와이파이 보이’는 없었다. 여성 배려가 미흡하지는 않았나? “KT 월드컵 캠페인의 주요 타깃은 13~49세 남녀다. 실제로 KT가 실시한 소비자 조사 자료를 보면, 남녀 구분 없이 ‘황선홍 밴드’ 광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30대 여성의 선호도가 높았다. 따라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2002년 이후 축구와 월드컵이 남성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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